예쁜 여배우, 망가져서 날아오르다

posted Jan 0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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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라·전지현·이연희 재조명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예쁜 여배우가 망가졌다. 그리고 날아올랐다.

걸걸한 사투리 욕에, 무식한 게 죄냐는 당당함, 미니스커트를 입고 탁자 위에 다리를 벌리고 쪼그려 앉는 과감함까지.

고아라는 10년 전 성장 드라마 '반올림'의 옥림이 이후 실로 오랜만에 '인형 미모'를 대신할 다른 이름을 찾았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차진 경상도 욕으로 치고받으며 싸우던 오빠의 친구 쓰레기와 첫사랑을 이뤄낸 성나정이다.

 

신원호 연출은 처음부터 배우를 보고 캐릭터를 완성했고, 배우들에게 자연스럽게 자신을 드러내는 연기를 요구했다.

 

경상도 진주 출신인 그에게 마산 사투리는 일단 합격점. 찰랑찰랑하던 긴 생머리부터 부스스한 단발로 자르고 나타난 고아라는 디스크 때문에 일어서지도 못해 몸으로 기어서 자장면을 먹고 화장실에서 자빠지는 등 말 그대로 몸을 던졌다.

 

여기에 어릴 적부터 남매처럼 지내던 오빠의 친구 쓰레기에게 문득 떨림을 느끼고 자신을 좋아하는 부드러운 서울 남자 칠봉이와의 사이에서 첫사랑의 설렘과 아픔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전지현 역시 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 이후에는 CF의 여왕으로 군림해 왔을 뿐,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내세울 작품이 없었다. 영화 '블러드' 등으로 해외 진출도 했지만, 결과는 흥행과 평가 모두 참혹했을 뿐이었다.

 

2012년 영화 '도둑들'에서 그동안 어색하게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던지고 본연의 자신인 듯한 예니콜로 돌아왔을 때 드디어 다시 빛을 발했고, 현재 방송 중인 SBS 수목극 '별에서 온 그대'의 안하무인 톱스타 천송이로 날아오르고 있다.

 

연예계의 화려한 뒷모습을 엿볼 수 있는 드라마에서 전지현은 최고의 자리에 있는 스타지만 허세와 무식함을 감추지 못하고, 우아한 선상 파티장에서 개불을 찾는 털털함에, 아픈 상처는 대책 없는 낙천성으로 감추며 감내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여자 천송이를 구현해 내고 있는 것.

 

데뷔 이후 10년 동안 연기력 논란에서 빠지지 않던 이연희도 달라졌다. 2012년 드라마 '유령'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기 시작했고 '구가의 서'에서도 애절한 사랑 연기로 호평받았다.

 

그리고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망가졌다. 같은 시간대 방송하는 '별에서 온 그대'에 밀려 시청률은 저조하지만, MBC 드라마 '미스코리아'에서 그는 예전과는 분명히 다른 웃음과 눈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항상 지적받았던 발음 문제나 섬세한 감정연기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껄렁한 엘리베이터 걸 왕언니부터 생존을 위해 나선 미스코리아가 되기 위한 몸부림이 웃기고 슬프다.

 

손님이 없는 사이 허기를 채우려고 CCTV를 피해 엘리베이터 구석에서 삶은 계란을 꾸역꾸역 씹어 삼키거나, 작은 가슴 콤플렉스를 당당히 연기하고, 미소를 유지하려고 '와이키키'를 외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mihe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4/01/03 10:3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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