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직 장관 주재 대책회의…"최악 상황 대비해야"
(의왕=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27일 오후 경기도 의왕에 있는 시멘트 유통기지.
철로를 통해 지방의 시멘트공장에서 운반된 제품을 하역한 뒤 수도권 각 수요처로 보내는 작업이 한창일 시간이지만 기지 안은 적막감만 감돌았다.
재고를 보관하는 야적장의 굳게 닫힌 철문은 이날 운송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됐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유통기지 한 인부는 "이달 초 철도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이후 익숙한 풍경"이라고 말했다.
이곳에는 평소 철도 수송이 하루 3∼4차례 이뤄졌지만 파업 이후로는 한 번으로 줄었다. 그마저 대체인력이 긴급 투입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멘트는 철도노조 파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업종이다.
국내 연간 시멘트 수요 총 4천400만t 가운데 철도 운송 물량은 34%인 1천500만t. 석탄을 제외하면 철도 수송이 가장 높은 업종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파업 이후 철도 운송 실적은 평소의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해당 물량의 대부분을 트럭을 통한 육상 운송으로 돌리고 일부는 해상 운송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수급이 빠듯한 실정이다.
이번 파업으로 시멘트 업계가 입은 피해는 내수 차질 357억원, 육송에 따른 추가 물류비 5억원 등 총 36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시멘트업계 한 관계자는 "대체 운송 수단을 총동원해 아직은 그럭저럭 버텨나가고 있지만 파업이 일주일 이상 지속한다면 그 이후는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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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멘트 업계 찾은 윤상직 장관
- (의왕=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철도파업 19일째인 27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성신양회를 방문, 김영찬 한국시멘트협회장(왼쪽) 등 시멘트 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2013.12.27 jieunlee@yna.co.kr
이날 시멘트 유통기지를 찾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업계 관계자들에게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파업이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다"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파업 노조원들이 빨리 일터로 복귀하면 더는 바랄 게 없겠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우리나라 산업을 책임진 장관으로서 차량·선박·항공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물류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시멘트·철강·석탄업계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윤 장관 주재로 열린 대책회의에서는 파업 장기화와 화물연대 파업 동참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철강의 경우 철도 운송 비율이 3% 안팎이어서 아직은 큰 차질이 없지만 만약 화물연대가 파업에 동참하면 물류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며 "이런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정부가 조정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전했다.
석탄업계는 철도 운송 차질로 말미암은 석탄재고 감소를 걱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보름분의 재고가 남아 있어 당분간은 견딜 수 있겠지만 파업이 다음 달 초까지 이어지면 심각한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석탄의 철도 운송 비중은 40% 이상으로 주요 업종 가운데 가장 큰 편이다.
시멘트 업계에서는 대체운송 트럭에 대한 도로 통행료 면제와 함께 과적 단속 완화를 건의하기도했다.
윤 장관은 "파업 장기화로 육로 운송 의존도가 커지면 화물차량 운전자 피로도 증가 등으로 안전사고도 우려된다"며 "대체운송 수단 중 어느 한 쪽에 과도하게 쏠리지 않도록 적절하게 배분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2/27 19:0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