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이야기의 힘…'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posted Dec 2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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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머물지 않았다'의 한 장면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이란에 거주하는 아마드(알리 모사파)는 4년째 별거 중인 아내 마리(베레니스 베조)와 이혼하고자 프랑스 파리를 찾는다.

마리는 사미르(타하 라임)와의 또 다른 결혼을 앞두고 있고, 마리의 딸 루시(폴린 버렛)는 학교도 가지 않고, 엄마 말은 듣지도 않는다.

 

4년 만에 프랑스로 돌아온 아마드는 친딸은 아니지만 가깝게 지내던 루시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의 원제목은 '더 패스트'(The Past)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 애쓰지만, 마음은 과거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마리는 사미르와 결혼을 앞두고 있으나 아마드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다. 아마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마리 주변을 맴돈다. 루시는 예전 아빠와의 좋은 추억 때문에 아마드에게 자꾸만 의지하려 한다.

 

"사람은 각자 사는 거야"라는 한 요리사의 대사처럼 마리도, 사미르도, 아마드도, 루시도 각자 살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들의 존재는 과거에 매달려 있고, 그곳에서 벗어나려 해도 추억의 끈이 자꾸 그들을 옮아 맨다.

 

그 끈을 억지로 자르기 위해 인물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만, 그런 의도된 노력은 다시 부메랑처럼 돌아와 각자의 마음을 들쑤신다. 그 흉터를 들춰보고자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은 들고 찍기 등 다양한 기교를 동원해 인물의 마음속에 다가간다.

 

촘촘한 그물망처럼 씨줄과 날줄로 엮인 이야기가 2시간 10분간 심장을 옥죈다. 비밀의 단서를 하나씩 꺼내 보이며 관객들의 관심을 움켜잡는 감독의 역량이 탁월하다.

 

서사의 골이 깊지 않은 비교적 단출한 이야기를 이처럼 능숙하고 자연스럽게 연출한다는 점에서 이야기꾼으로서의 그의 재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파르하디 감독은 전작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로 2011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인 금곰상을 받았고, 이란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영화상을 수상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인다. 이란 출신 알리 모사파의 하는 듯 마는 듯한 담담

한 연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 베레니스 베조의 격정적인 연기도 모사파의 담담함과 어우러지며 더욱 도드라진다. 베조는 이 영화로 올해 칸영화제에서 여배우상(여우주연상)을 받았다.

 

12월26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상영시간 130분.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의 한 장면

 

buff27@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2/22 10: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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