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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통상임금 판결 당혹…"수십년 관행 뒤집다니"(종합2보)

posted Dec 1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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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관련 선고 앞둔 양승태 대법원장
통상임금 관련 선고 앞둔 양승태 대법원장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통상임금 관련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법정에 앉아있다. 2013.12.18 hama@yna.co.kr

 

투자위축 우려…소급 청구 안돼 그나마 안도

현대차 신중 모드…GM "투자계획 예정대로"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재계는 18일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노사합의에 따라 수십 년간 관행으로 유지돼온 임금해석이 뒤집혀 노사관계의 안정성을 크게 해칠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또 퇴직금 충당금과 추가 수당 부담이 늘어나 기업마다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나마 대법원이 신의 성실의 원칙에 따라 과거에 발생한 차액을 추가 임금으로 청구할 수는 없다는 판단을 내린 데 대해서는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이번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의 범위와 무관하게 임금을 책정하는 연봉제로의 전환이나 복잡한 임금구조의 단순화 등 기업 임금체계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성명을 통해 "대법원이 1임금산정기간(1개월)이라는 정기성과 노사합의를 통상임금 판단기준으로 인정하지 않아 혼란이 우려된다"면서 "하지만 과거 3년치 소급분에 대한 추가지급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다행"이라고 밝혔다.

 

경총 관계자는 이날 선고 직후 "계속 주장했던 대로 정기상여금은 1개월을 초과해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었는데 그게 깨졌다는 점에서는 굉장히 유감"이라며 "25년간 살아있던 행정해석을 전면적으로 뒤집는 판결이기 때문에 우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한 노사합의가 무효라는 건 수십 년간의 관행을 무시한 것이어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앞으로 임단협을 할 때 법원에서 계속 문제 삼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논평을 내고 "기업 부담이 증가하고 투자와 고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결과가 나왔으니까 얼마나 추가 부담해야 할지 계산해보고 내년도 예산에 반영할 것"이라며 "상당한 규모의 임금 부담이 생길 걸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종별로는 인건비 비중이 높은 제조업 및 건설 계열사의 부담이 더 가중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임금 베이스로 산정하는 초과근무 수당을 비롯한 각종 가산임금과 퇴직금 등 전반적인 인건비가 늘어나 경영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본다"며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의 경우 매년 경영 실적에 따라 기본급 베이스의 생산성 격려금(PI)과 연봉 베이스의 초과이익분배금(PS)을 지급하는데 이번 판결에 따라 어떤 영향을 받을지 법률 검토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하급심 판결과 일부 다른 판단이 나오기도 했을 뿐 아니라 성급한 반응 표명으로 노사 문제를 키울 필요도 없다는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대법원 판결을 보고 이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지침이 내려지면 대응방향을 논의해 나간다는 입장"이라고만 말했다.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통상임금 관련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법정에 앉아있다. 2013.12.18 hama@yna.co.kr

 

한 유통 대기업 관계자는 "한쪽에서는 일자리를 늘리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는 결론을 내 기업 입장에서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통상임금 판결을 예의주시하며 시뮬레이션 작업을 해왔다"며 "계열사 안에 생산·사무·서비스 등 직종이 다양해 아직 정확한 추가 비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측은 "월급쟁이는 한 달 기준으로 약속된 근로에 대해 지급한 대가가 통상임금인데 그 부분에 대한 고려가 없이 정기성과 고정성에 방점을 둔 게 아쉽다"면서 "특히 경기가 살아나려는 시점에 이번 판결로 투자가 위축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GM의 경우에는 소송에 패할 때를 대비해 작년 8천억원을 충당금으로 준비했다"며 "다른 기업들도 투자할 돈을 인건비로 써야 하니까 경기 회복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GM은 그러나 통상임금 논란에도 GM 본사의 한국 투자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댄 애커슨 GM 회장은 지난 5월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

서 GM의 투자계획을 재확인하며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한국GM의 한 관계자는 "투자의 전제 조건으로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내걸었다는 것은 과장된 얘기"라면서 투자는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재계에서는 향후 과제로 임금체계 개편을 꼽았다.

 

체계를 단순화해 어떤 게 근로의 대가이고, 어떤 게 은혜적인 급부인지 명확히 가려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산업계에 큰 혼란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초과·야간근로수당이나 휴일수당 등을 모두 합산하는 형태의 연봉제를 채택할 경우에는 통상임금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기존 직원의 초과근로수당 부담 때문에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거나 비정규직을 채용하면서 일시적으로 고용 증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경총에서는 이번 판결에 따른 기업들의 추가 임금 부담이 소급분을 포함하지 않더라도 연간 8조8천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기업 500여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통상임금 문제 영향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6%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기업 측이 패소하면 지급해야 할 임금차액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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