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재외동포정책 점검>(상) 무엇이 달라졌나

posted Dec 1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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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만다린 오리엔털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법률자문지원시스템 구축·영사협력원 증원·여권 업무 선진화

與 "정책 추진에 탄력" vs 野 "소리만 높고 피부에 닿지 않아"

 

<※ 편집자주 = 지난해 12월 대통령선거에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재외국민이 참정권을 행사했습니다. 이에 따라 당시 대선 후보들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많은 재외동포 정책을 공약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첫해를 맞아 연합뉴스는 정부의 재외동포 정책을 점검하는 송년 기획특집 3편을 마련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재외동포들은 올해 2월 25일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한껏 고조됐다. 지난해 대선 당시 △재외국민용 주민등록증 발급 △한글·역사교육 등 차세대 정체성 확립을 지원 확대 △동포사회 인재들을 위한 기회 제공 △현장 중심의 맞춤형 재외공관 영사서비스 제공 △글로벌 한민족 네트워크 확충 등의 재외동포 정책 공약들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임기 중에 최소한 이 공약만이라도 실현이 된다면 재외동포들은 지난 정부에 비해 위상이 좀 높아지고, 그동안 내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을 것으로 믿었던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런 기대에 화답이라도 하듯 동포들과 만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재외동포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보이며 '맞춤형' 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의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와 여당은 2013년 한 해 동안 여러 정책을 입안하고, 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고, 야당과 전문가들은 "소리는 높은데 피부와 와 닿지는 않는다"고 지적하며 전담기구 신설이 우선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 박 대통령, 동포간담회서 '맞춤형' 정책 추진 약속

 

"재외국민용 주민등록증 같은 것을 발급해 동포들이 조국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또 그런 쪽에서 어떤 행정적 지원을 강화하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 동포 여러분이 가장 많이 원하는 자녀교육과 한글·역사교육 등에 정부가 더 노력을 기울여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7일 미국 워싱턴DC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동포간담회를 열고 취임 후 처음으로 재외동포 정책에 대한 견해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또 한 달 뒤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13 세계한인회장대회에서는 세계 73개국 380명의 한인회장 앞에서 "재외동포도 국민행복시대를 여는 동반자"라고 선언하며 "글로벌 마인드와 뛰어난 능력을 갖춘 세계 각국의 동포들이 고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새 정부가 추구하는 국민행복의 최종 목표는 한반도 안에 머무르지 않으며 전 세계의 우리 동포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행복할 때 국민행복의 목표가 달성되는 것"이라면서 "그동안 쌓여온 동포 여러분의 오랜 염원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러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프랑스, 영국 등을 차례로 순방하면서 동포들에게 대선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 정부·여당 "재외동포 정책 추진에 '탄력' 붙어"

 

이정관 외교부 재외동포 영사대사는 1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외교부는 재외국민 보호 업무를 충실히 하기 위해 49개 공관에 법률자문 지원시스템을 구축했고, 2012년 111명이었던 '영사협력원'도 129명으로 증원했다"고 소개했다.

 

또 재외공관에서 운전면허증, 공인인증서,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영사 서비스를 확충해 가고 있으며 기술과 결합한 여권 업무의 선진화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재외동포 주민증 발급과 관련해 부처 간 협의를 끝냈고, 법안이 통과되면 2015년 1월부터 시행하기 위해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또 복수국적 허용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60세로 낮추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교육부에서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으로 이관된 한글학교 교육과 관련, 올해 예산은 전년 대비 20% 증액됐다. 이 예산은 교육방송 EBS, 동북아역사재단의 콘텐츠를 한글학교에 지원하도록 편성됐다.

 

조규형 재단 이사장은 "한글 전문강사 양성과 파견, 다양한 교재 지원, 스터디코리안을 통한 온라인 교육 등을 확대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해 동포들의 자녀교육 고민을 덜어주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도 박 대통령이 내세우는 기조에 맞도록 재외동포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

 

이중호 재외국민위원회 국장은 "재외동포 정책 추진에 탄력이 붙었다"며 "우리 당은 모국과 동포 사이의 일체감 및 유대감 강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영주권자들의 일체감 형성, 재외동포의 민족적 정체성 확립을 통한 모국과의 유대감 형성 등을 기본 방향으로 정하고 재외동포 국내 체류 자격 완화와 재외국민의 현지 정착 지원 및 안전 보호를 강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외국민용 주민등록증 발급을 위해 원유철 재외국민위위원장은 지난해 11월과 올 9월 두 차례에 걸쳐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토론회도 열어 법 개정의 필요성에 관한 공감대를 확산시켰다.

 

원 위원장은 또 복수국적 허용 연령을 '만 55세'까지 확대하는 국적법 개정안, '해외 한국학교·한글교육에 대한 정부의 지원 강화 촉구 결의안', '재외국민보호법안'을 대표 발의해 국회에 제출했다.

 

◇ 야당·전문가들 "피부에 와 닿지는 않아…전담기구 설치 시급"

정부와 새누리당이 한목소리를 내면서 대통령이 제시하는 재외동포 정책 추진에 탄력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야당과 전문가들은 "소리는 높은데 아직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다"고 아쉬워한다.

 

김성곤 민주당 세계한인민주회의 수석부의장은 "당·정·청이 각국 동포들을 위한 여러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미 제기됐던 문제들"이라면서 "각 부처에 분산된 재외동포 업무를 조정·통합해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재외동포 전담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김 부의장은 21세기 글로벌 시대를 이끌어갈 700만 재외동포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재외동포재단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재외동포청'

신설 등을 목표로 하는 '재외동포기본법안'을 국회에 발의할 예정이다.

 

워싱턴한인연합회장을 지낸 김영근 세계한인네트워크 대표는 "재외동포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맞춤형 정책을 펼치겠다고 목소리는 높은데 아직 피부로 느낄 만큼 법적·제도적으로 바뀐 것은 별로 없다"고 아쉬워하면서 "내년에는 실질적인 혜택과 지원이 이뤄지도록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동포들과 약속한 정책들을 점검하고 시행하려면 청와대에 '재외동포 전담 비서관'을 두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영돈 인천대 법대 교수는 "선진국에 거주하는 동포와 러시아·독립국가연합(CIS), 중국, 쿠바 등의 동포를 함께 아우르기보다는 자산 활용과 자존심 회복이라는 '투 트랙'으로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 교수는 "재외동포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해 시대에 맞는 정책을 펼치려면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청'보다는 국무총리실 산하 '재외동포처' 또는 '재외동포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ghwang@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2/18 08:0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