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벤치에서 7년 보낸 최희진 '이젠 코트가 내 세상'

posted Dec 1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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슛을 던지는 최희진.
슛을 던지는 최희진.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무려 7년이 걸렸다. 언제쯤 경기에 뛸 수 있을까 조바심내며 기다린 시간이 7년이었다.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 최희진(26·180㎝)이 드디어 숨겨왔던 재능을 맘껏 펼쳐보이기 시작했다.

 

최희진은 16일 경기도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3-2014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구리 KDB생명과의 경기에서 3점슛 3개를 포함해 13점을 넣으며 팀의 71-62 승리를 이끌었다.

 

최희진은 지난 4일 안산 신한은행에서 트레이드돼 삼성생명으로 옮긴 선수다.

2006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6순위로 신한은행에 지명됐지만 우승을 밥 먹듯이 한 신한은행에서는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

 

주로 교체 선수로 가끔 출전하며 2008-2009시즌에 평균 2.6점을 넣은 것이 시즌 최고 기록이었다. 동기생인 김정은(하나외환), 이경은(KDB생명) 등은 팀에서 주전으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였다.

 

그러던 최희진에게 삼성생명 이적은 하늘이 내린 기회였다. 박정은 코치가 은퇴해 슈터 자리가 취약했던 삼성생명 유니폼을 새로 받아든 최희진은 이적 후 세 경기에서 평균 30분29초를 뛰며 10.7점을 꽂아넣었다.

 

최희진은 "아직 부족한 것이 많지만 감독님께서 믿고 뛰게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슛도 부담없이 던지라고 하셔서 마음 편하게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 입문 이후 이렇게 오래 뛴 적이 별로 없던 최희진은 "일반 체력과 경기를 뛰는 체력이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 조금씩 게임 체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삼성생명 이적이 좋은 기회가 됐지만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온전히 본인의 몫이다.

 

최희진은 "신한은행에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언니들의 플레이를 옆에서 보고 배우는 것이 많았다"며 "벤치를 주로 지켰지만 힘들 때마다 이를 악물고 더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전했다.

 

7년을 몸담았던 신한은행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눈물도 흘렸다는 최희진은 "하지만 이것이 마지막 기회기 때문에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최희진의 장기는 슛이다. 2008년 퓨처스리그에서 3점슛 상을 받기도 한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 파워포워드를 봤기 때문에 스피드를 보강해 외곽 수비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스스로 진단하기도 했다.

 

박정은 코치와의 만남도 그에게는 행운이다. 최희진은 "박 코치님이 '슈터는 일정한 확률이 있기 때문에 안 들어가도 계속 자신 있게 던져라'고 말해주신다"며 "슛을 던질 때 하체의 중요성도 지적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에 있을 때는 팀이 줄곧 우승했지만 최희진의 자리는 주로 벤치였다. 반면 삼성생명으로 와서는 코트가 그의 주무대가 됐다.

 

최희진은 "이적하고 나서 어제 처음 이겼는데 1승의 느낌이 이렇게 다르다"며 "직접 뛰니까 이기고 싶은 마음이 훨씬 더 커진 것 같다"며 기뻐했다.

 

벤치 멤버 시절 혹시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는지 물었더니 최희진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제 앞으로 할 것만 생각할래요"라며 밝게 웃었다.

 

emailid@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2/17 13:3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