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전을 불태우라' 주제...불처럼 역동적인 전시 구성
(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터전을 불태우라.' 20주년을 맞는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짧지만 강렬했다.
실험적인 전시를 기획해 온 제시카 모건 광주비엔날레 감독은 내년 주제를 '불'에서 찾았다.
특히 1980년대 활동했던 펑크록 그룹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Burning down the house'를 주제로 정한 것이 이채롭다.
'불'은 소멸과 탄생을 함축하고 '불 지르기'(burning)를 통해 기존의 질서나 통념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것이다.
낡은 체제, 오래된 관습을 버리고 실험성으로 무장한 비엔날레 본연의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뜻도 담고 있다.
무엇보다 독재 정권에 맞서 광주 공동체를 이뤄낸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과도 들어맞는다는 시각이 있다.
'파격'적인 주제만큼 전시도 역동적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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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발표하는 제시카 모건
- (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제시카 모건 광주비엔날레 감독이 13일 오후 광주비엔날레 회의실에서 내년 행사의 주제를 발표하고 있다. 20주년을 맞는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터전을 불 태워라'(Burning down the house)로 정해졌다. <<지방기사 참고>> 2013.12.13 minu21@yna.co.kr
평면적인 회화나 설치 작품에서 퍼포먼스, 뉴미디어, 영상, 연극, 건축, 문화 운동 등 다양한 분야가 어우러져 불이 가진 역동성을 보여줄 계획이다.
전시장은 비엔날레 전시관과 인근의 중외공원이 주로 활용될 예정이다.
개막식은 시민이 참여하는 라이브 무대로 꾸며진다.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불을 태우라는 것은 창조적 파괴를 통한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며 "태움으로써 새롭게 거듭나는 광주 정신과도 연결되며 동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평가했다.
제시카 모건 감독은 "광주와 5·18의 역사가 대단하고 이는 광주비엔날레가 존재하는 역사적 이유"라며 "한편으로 비극적이고 한편으로는 승리의 의미를 다루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불이 가진 변화의 힘이 바로 이번 전시의 중심"이라며 "건설적이며 동시에 파괴의 가능성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광주라는 장소에 매우 적합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2/13 15:4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