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운동부 폐지 움직임…신음하는 대학스포츠

posted Dec 1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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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체조부를 살려주세요!'
'한양대 체조부를 살려주세요!'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도마의 신' 양학선(한국체대)을 필두로 한 체조계 관계자들, 한양대 체조부 선수들과 동문들, 학부모들이 한양대 체조부 폐부에 반대하는 입장을 학교 측에 전달하기 위해 한양대 본관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2013.12.10 photo@yna.co.kr

 

구조조정 1순위…운동부 살리기 위한 제도장치·대중 관심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한국 스포츠의 한 축을 지키던 대학 스포츠가 대학의 등록금 및 정원을 줄이려는 여러 정책과 아마추어 종목들에 대한 관심이 흐려지는 시대적 흐름에 휩쓸려 점차 죽어가고 있다.

 

한양대가 체조부·육상부·유도부의 세 개 종목의 신입생을 2015년부터 받지 않기로 한 것은 서서히 표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대학 운동부 해체 추세의 일면이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학생 선수 출신이 총 31개의 메달 중 13개(41.9%)를 획득하고,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 19명 중 10명이 대학부 학생 선수인 것을 생각해봤을 때 대학 스포츠가 흔들린다면 한국 스포츠의 위상 또한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대학 구조조정 1순위가 '운동부'

체육계는 대학 운동부가 최근 지속적으로 해체설에 시달리는 이유가 2015년부터 시행될 반값등록금 정책과 대학 구조개혁방안에 따른 정원 감축 등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진단했다.

 

재정난을 걱정하는 대학들은 등록금과 대회 출전 경비 등으로 1인당 연평균 수천만 원이 들어가는 운동부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강신욱 단국대 교수 겸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KUSF) 집행위원장은 "대학에서는 구조조정 때마다 운동부를 1순위에 뒀다"며 "과거에는 대학 스포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많고 학교 홍보 등 상업적 효과가 있어 학교 당국도 그 필요성을 느꼈지만, 프로 스포츠가 자리 잡은 후 이러한 장점이 퇴색했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대학 대부분은 운동하는 학생들의 배울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도덕적 당위성과 학생들이 심신을 건강하게 가꿀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교육적 가치에 의해 운동부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업률 등 구체적인 성과만을 잣대로 평가해 결과에 따라 구조조정을 단행하라고 압박하는 정부의 '대학 옥죄기 식' 정책 또한 문제다.

 

강 교수는 "재정이 좋지 않은 대학이 많은데, 실적이 없는 운동부는 대학기관평가인증제, 대학 구조개혁방안, 교육강화 역량 사업 등 여러 부분에서 대학에 마이너스"라고 분석했다.

 

◇한양대만이 아니다…만연한 운동부 폐지 추세

최근 두드러진 한양대 사태 외에도 학교의 재정난, 혹은 대회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운동부가 사라지는 경우는 허다했다.

 

육상과 테니스 등 11개 종목을 운영하는 충남대는 대학 운동부 예산이 2010년 1억 8천여만 원에서 올해 1억원 가량으로 3년 새 45%가 감소했다.

 

이 과정에서 농구부와 럭비부의 신입생 정원이 없어졌고, 이 두 운동부는 현재 선수 부족으로 대회 참가조차 어려워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해는 동아대가 스포츠과학부 8개 운동부의 3년간 성적을 기준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해 2014년 축구·유도 특기자 모집을 하지 않기로 했다.

 

축구부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심해 동아대는 축구부원을 특기자(전액 장학금 지급)가 아닌 준특기자(등록금과 경비 본인 부담)로 선발하기로 했다가 다시 경기 실적에 따라 6명의 신입생을 뽑는 것으로 방침을 변경했다.

 

하지만, 축구뿐 아니라 야구, 농구 등 다양한 종목의 경기 실적을 모두 평가 대상으로 삼는 데다가 특기자처럼 지원하지 않을 작정이라 김태영, 윤정환 등 스타 선수를 배출한 51년 역사의 동아대 축구부는 명맥을 잇기 어려운 상황이다.

명문 성균관대 농구부도 지난해 해체설에 시달리다가 결국 존속하기로 결정

이 나기도 했다.

 

성균관대 스포츠단은 2009년부터 3년간의 성적·취업률 등을 평가, 성적이 부진한 농구부를 해체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수험생들과 농구계의 반발이 거세지

자 이를 없던 일로 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영표, 황선홍(이상 축구)과 이종범(야구) 등 스타 선수들을 낳은 건국대의 사례도 있다.

 

건국대는 2009년 야구, 축구, 농구 종목의 체육 특기자를 선발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며 육상과 테니스부도 인원을 줄이되 골프부만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경제 위기에 따른 재정 부담이 문제로, 연간 30억 원이 들어가는 운동부부터 해체하겠다는 심산이었지만 학부모와 동문의 강한 반대로 결국 번복됐다.

 

오상덕 한양대 체육위원장은 "교육부의 등록금 축소 얘기는 반값 등록금 얘기가 처음 나온 6, 7년 전부터 계속해서 대학들을 압박해 왔다"며 "돈이 많이 들어가는 대학 운동부가 없어지는 것이 전반적인 추세"라고 지적했다.

 

◇대학 스포츠 살리기 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대중의 관심도 중요

KUSF는 현재 대학기관평가인증제의 항목에 '대학스포츠' 부문을 신설, 운동부가 활발히 활동하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의 도입을 추진 중이다.

또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학 스포츠에 예산을 지원하는 기준 작성을 돕기 위해 내년에 공청회를 통해 체육계의 의견을 받으려 하고 있다.

 

강 교수는 "규모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원을 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방향에는 문체부도 동의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제도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중의 관심이다.

 

미국 등 해외 대학에서는 대학 스포츠의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방송 중계, 스포츠 마케팅 사업 추진 등 다양한 방안을 실행하고 있다.

 

정인근 한양대 체조부 감독은 "한국에서는 대학 스포츠를 언론에서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접할 경로가 없으니 대중의 관심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정 감독은 "지금 한두 대학의 운동부가 폐지되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닌 듯 보일 수 있겠지만, 이런 흐름이라면 다른 대학에도 연쇄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살아남은 대학부 선수들 또한 경쟁 선수들을 잃는 셈이니 성장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kamja@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2/12 13:4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