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급증세 꺾였지만 주택시장 ‘꽁꽁’

posted Jan 0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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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급증세 꺾였지만 주택시장 꽁꽁

 

가계대출의 급증세가 한풀 꺾였다. 지난달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큰 폭으로 둔화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관리에 본격 나선 데다 시중금리도 상승한 영향이 크다. 이런 기조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이 올 들어 대출 문턱을 한층 높이며 돈줄을 바짝 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시장은 벌써부터 급격히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지역 단위 농·수협, 보험사 등 제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도 예견되고 있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등 6대 은행의 지난해 12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808190억원으로 전월보다 1807억원 늘었다. 이는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0년 이후 12월 기준으로 가장 적은 증가치다. 이전까지는 201012월의 18347억원이 최저였다. 이들 은행의 작년 11월 주택담보대출 증가분 31633억원과 비교하면 94.3% 줄어든 규모다. 6대 은행이 지난해 통틀어 늘린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317698억원으로, 매달 평균 26475억원이 늘어난 셈이 된다. 작년 12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월평균 증가액의 6.8%에 불과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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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대출 증가세가 대폭 둔화한 것은 정부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데다 금리 상승으로 수요마저 급감한 여파로 관측된다. 먼저 금융당국이 독려한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 도입에 따라 소득 증빙을 비롯한 대출 심사가 부쩍 강화됐고, 금융기관 건전성과 대출자의 상환능력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등의 후속대책도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는 9465건에 그쳐 같은 해 48460건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출금리도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신한은행의 작년 12월 금리는 2개월 전보다 0.36%포인트 올랐다. 신한과 더불어 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까지 5대 은행의 평균 금리는 지난 82.74%에서 113.28%로 석 달 만에 0.54%포인트 상승했다. 높은 집값도 대출 증가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작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4.22% 상승했는데 이는 2006년 이후 2011(5.56%)을 제외하고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한국은행이 금융기관을 상대로 조사해 4일 발표한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서도 은행권의 돈줄 죄기는 예고됐다. 은행권이 전망한 올해 1분기 가계주택 대출태도지수는 -30으로 집계됐다. 이 지수는 대출 태도의 동향 및 전망을 나타낸 통계로 -100부터 100 사이에 분포한다. 전망치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작을수록 금리나 만기연장 조건 등의 대출심사를 강화하겠다고 응답한 금융사가 대출심사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업체보다 많다는 뜻이다. ‘플러스(+)’를 기록해 커질수록 반대 의미를 띤다.

 

은행권의 가계주택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는 부동산 규제가 전방위적으로 나타난 20071분기(-41) 이후 최저 수준이다. 아울러 작년 4분기 -27에서 -30으로 낮아져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질 것임을 시사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들은 가계의 소득개선 제약, 금리 상승에 따른 채무상환 부담 증가 등의 이유로 대출 태도를 강화하겠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대책과 담보(주택) 가치 하락에 대한 경계감 등도 은행들이 대출 심사 강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이 같은 경계감은 신용위험지수에서 드러난다. 은행권의 1분기 가계 신용위험 전망치는 37로 작년 4분기 13에서 대폭 상승했다. 이 지수는 플러스를 기록해 클수록 차주가 돈을 갚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는 금융기관이 많다는 뜻이다. 이 전망치가 현실화하면 신용카드 사태가 있었던 20033분기(44) 이후 최고를 기록하게 된다. 은행들은 부채 증가에 따른 취약계층의 재무건전성 악화, 소득개선 제약,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채무상환능력 약화 등으로 가계의 신용위험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들은 아울러 1분기 가계주택 대출의 수요 전망치로 0을 예상했다. 수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포츠닷컴 경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