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스 창단 2주년, 김성근 감독 "다시 새출발"

posted Dec 1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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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독립야구단인 고양원더스의 김성근 감독 <<연합뉴스DB>>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아, 맞네"

김성근(71) 고양 원더스 감독은 "창단 2주년"이라는 말에 잠시 회상에 잠겼다.

제주도에서 훈련 중인 김 감독은 1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12일이 창단 2주년인 것을 잊고 있었다. 벌써 2년이 흘렀다"고 했다.

 

한국 최초의 독립야구팀 고양 원더스는 2011년 12월12일에 창단했다.

 

젊은 사업가 허민(37)과 김성근 감독의 만남은 눈길을 끌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프로에 지명되지 못하거나 방출된 선수들'을 모아놓은 원더스의 성공을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2년 동안 고양 출신 선수 중 17명(2012년 5명·2013년 12명)이 프로구단에 입단했다.

 

안태영(28·넥센)은 1군 무대에서 홈런을 쳤고, 김정록(23·넥센)은 퓨처스리그 올스타에 선발됐다.

 

2012년 퓨처스리그 팀과 교류경기로 치른 48경기에서 20승 7무 21패(승률 0.488)를 기록한 고양은 올해 27승 6무 15패, 승률을 0.643으로 끌어올렸다.

 

김 감독은 "처음 이 팀을 맡고 훈련을 시작할 때는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휩싸였다"고 떠올리며 "열정의 힘을 다시 확인하게 된 계기였다. 17명이 프로에 갔고, 프로에 못 간 선수들도 '뭐든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고 2년을 소회했다.

 

2011년 12월12일 창단식을 가진 김 감독은 다음날 구단이 첫 훈련을 하는 전라북도 전주시로 내려갔다.

 

12월13일은 김성근 감독의 생일이다.

 

당시 김 감독의 가족은 제주도 가족여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여행을 취소하고 전주로 내려가 훈련을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놀라도, 가족들은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아니까 '잘 다녀오세요'라고만 하더라"고 껄껄 웃은 김 감독은 "다행히 2년 동안 선수들과 내가 그때의 긴장감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했다.

 

2년을 보내는 사이, 고양 원더스의 입지가 달라졌다.

 

지난 10월 개인통산 112승을 기록한 김수경(34) 전 넥센 투수코치가 고양에 선수로 입단했다.

 

현역 복귀에 도전하기 위한 도약대로 고양을 택했다.

 

이에 앞서 롯데·KIA에서 뛴 이왕기(27)가 "모든 것을 버리고 야구만 생각하기 위해서 왔다"며 고양 유니폼을 입었다.

 

김 감독은 "예전에는 우리가 선수를 찾으러 다녔는데, 지금은 꾸준히 '입단 테스트를 받고 싶다'고 찾아온다"고 했다.

 

지도자들에게도 고양 원더스는 기회의 땅이다.

 

고양에서 뛰던 신경식 타격코치가 지난해 LG에 입단했다.

 

김실 수비코치는 최근 KIA에 입단했고, 오기 야쓰시 배터리 코치는 KT로 갔다.

김 감독이 올해 초 내건 "코치양성소를 만들겠다"는 목표도 달성해나가고 있다.

 

고양은 해태·빙그레 출신의 박철우 코치와 올해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1군 타격코치였던 이시미네 가즈히코 코치, 세이부 1군 타격코치 출신의 아베 오사무 코치, 지바 롯데 2군에서 일한 야마나카 키요시 코치를 영입했다.

 

김 감독은 훈련을 시작하며 "취업했다고 생각하지 말고, '사람을 키운다'고 생각해달라. 그게 지도자의 자세다"라고 코치들에게 당부했다.

 

세 번째 시즌을 앞둔 김 감독은 또 새로운 출발선을 그었다.

 

김 감독은 "2년 전 12월12일은 나도 감독으로 새출발하는 날이었다"며 "3년차의 고양 원더스를 프로와 100경기를 치러도 밀리지 않는 팀을 만들겠다"고 목표를 추가했다.

 

이 목표는 프로구단의 도움이 있어야 달성 가능하다.

 

고양은 2년 동안 번외경기로 퓨처스리그 팀과 48경기씩을 했다.

 

김 감독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퓨처스리그 팀과 100경기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는 "모든 구단이 선수 부족을 호소하고 있지 않은가. 원더스가 선수 공급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 뒤 "100경기를 치르면서도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한국 야구의 미래를 위해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감독은 프로야구 감독 시절, 기쁨과 아쉬움을 훈련으로 풀었다.

 

준우승을 해도, 우승을 해도 다음 날 훈련 일정부터 작성했다.

 

창단 기념일인 12일과 그의 생일인 13일 계획을 묻자 뻔한 답이 돌아왔다.

"훈련해야지."

 

jiks79@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2/12 10:0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