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엔딩 장면을 제외하곤 한순간도 쉼 없다. 영화는 프레스토로 전 악장을 달린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다. 쓰나미 같은 액션의 물결이다. 독하다. 최근 이렇게 무시무시하게 찍은 영화는 나홍진 감독의 '황해'(2010) 정도다. 원신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용의자' 이야기다.
아내와 딸이 살해당하자 탈북한 최정예 전투요원 지동철(공유). 이북 출신으로 대기업을 운영하는 박 회장(송재호)이 국가정보원에 암살당하자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살인 용의자로 몰린다.
국정원은 수차례에 걸쳐 동철을 죽이려 하지만, 엄청난 실력을 자랑하는 동철에게 매번 당하기만 한다. 박 회장 암살을 총괄한 김석호(조성하)는 자신의 라이벌이자 최고의 실력을 갖춘 '사냥개' 민세훈(박희순) 카드를 꺼내 든다.
영화의 대사는 많지 않다. 대신 "액션도 드라마"라는 감독의 지론이 영화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말로 설명해도 지장 없을 만한 회상 장면까지 액션을 곁들인다. 액션으로 한 편의 드라마를 보여주겠다던 감독의 야심이 장면마다 묻어난다.
자동차는 비좁은 골목길은 물론 계단까지 마음껏 내달린다. 역주행은 기본이다. 에어백을 미리 터뜨리고 나서 마주 달려오는 자동차를 그대로 들이받아 운전자를 살해하는 독특한 액션 장면도 등장한다. 몸을 이용한 박투도 수준급이다. 원빈의 '아저씨'(2010) 이후 한국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스타카토 식의 분절된 액션이 스크린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용의자'의 주인공 동철 역을 소화한 공유가 절벽을 오르고 있다. |
특히 이 모든 난도 높은 액션을 소화한 공유는 진정 '몸으로' 영화를 찍었다. 대사량도 많지 않은 그는 와이어 하나에 의지한 채 80m 높이의 절벽에 오르고 지붕을 뛰어넘으며, 난간을 디딤돌 삼아 18m 아래의 한강으로 뛰어내린다.
액션을 받쳐주는 배우들의 연기도 수준급이다. 연기력을 검증받은 박희순의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과 어떤 꼼수든 마다하지 않는 조성하의 비열한 표정이 극을 적절한 온도까지 끌어올린다.
다만, 휘모리로만 달리는 영화의 리듬에 기진맥진해 하는 관객도 있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용의자'는 리듬·멜로디·화성 가운데 리듬에 치중한 음악과 같은 인상을 준다. 남다른 성취인 건 분명하지만, 두 번째 관람할 때는 부조화를 느낄지도 모른다.
12월24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상영시간 137분.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2/10 13:5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