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전 등 놓고 갈등 여전…"새 담론 만드는데 중추적 역할 해야"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국내 미술계의 숙원이었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서울 도심에 문을 연 지 오는 13일로 한 달이 된다.
유동 인구가 많은 삼청동 인근에 자리 잡은 서울관은 '도심 속 미술관'답게 개관 첫날 3천900명이 다녀간 데 이어 지난 8일 현재까지 모두 9만8천660명이 찾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주말을 포함해 하루 평균 관람객만 4천명에 달한다.
서울관은 관람객이 부담없이 찾을 수 있도록 독립된 전시실 8개 외에도 영화관, 도서관, 관람객 참여형 교육공간, 각종 편의시설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됐다.
매주 수·토요일 저녁에 무료로 개방하는 것을 비롯해 온라인 사전 예약제의 시범 운영과 광역 셔틀버스의 무료 운행 등을 통해 관람객 편의를 꾀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3관 시대'를 맞아 과천관은 미술 연구 기능을 강화하고 덕수궁관은 한국 근대미술을 연구하는 등 각 관의 특성에 맞는 기능을 키우는데 역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서울관은 동시대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기관으로 운영된다.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는 11일 연합뉴스에 "미술관이 시내로 나오면서 대중과 호흡할 기회가 마련됐다"며 "어떻게 문화 복지를 구현할지 미술계가 머리를 써서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2천46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서울관 개관에 미술계의 기대가 집중된 만큼 개관에 따른 진통도 거센 상태다.
특히 개관특별전 '자이트가이스트-시대정신'의 참여 작가 38명 가운데 27명이 서울대 미대 출신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울대 동문전'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사회참여적인 내용의 작품이 배제돼 외압 논란이 제기되는 등 한국미술협회를 비롯한 미술계의 불만이 잇따랐다.
서울관이 사실상 '서울대 라인'으로 채워졌다는 의혹도 나오며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에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술인과의 소통을 강화하고자 미술계와 함께 하는 발전TF팀을 조속한 시일 내에 발족하고 자문기구를 구성키로 하는 등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갈등은 여전히 봉합되지 않은 상태다.
윤진섭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장은 "(이번 사태는) 기획력의 부재 때문"이라며 "서울관 특성에 맞게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전시 등 현대 미술을 담아내는 미래지향적인 전시를 통해 새 담론을 만드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2/11 07:0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