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심각' 경보, 하지만 속수무책…누적 살처분 2천만마리
올해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H5N6형 고병원성 AI 확산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기 안성의 야생조류에서 또 다른 유형의 AI 바이러스가 검출돼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이처럼 두 가지 형태의 AI가 국내에서 동시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경기 안성천의 야생조류 분변 시료에서 검출된 AI 바이러스가 H5N8형임을 확인하고, 고병원성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해당 시료는 충북대 연구진이 지난 13일 연구 목적으로 채취한 것으로, 이 대학 연구진은 H5N8형 AI로 추정됨에 따라 지난 17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시료를 제출했다.
이번에 검출된 AI 바이러스는 현재 제주도를 뺀 전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H5N6형과는 다른 바이러스 유형이다. 고병원성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H5N6형과 함께 H5N8형이 동시에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H5N8형의 경우 이번에 발생한 AI 사태 다음으로 최악의 피해를 냈던 2014년에 발생한 유형이기 때문에 두 가지 유형이 동시다발로 확산할 경우 방역에 큰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실제 현재 당국의 강력한 방역 조치에도 H5N6형 AI는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17일에도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과 전남 구례에서 의심 신고가 추가로 접수됨에 따라 18일 0시 현재 신고 건수는 86건으로 늘었다. 이 중 65건이 확진됐고 나머지 21건 역시 고병원성으로 확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방역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신고 건수 외에 예방적 도살처분 후 검사 과정에서 확진된 농가까지 포함하면 AI 발생농가가 188곳에 달한다. 야생조류의 고병원성 AI 확진 건수도 25건으로 늘었다. 도살처분 마릿수는 313농가, 1천467만9천 마리에 이른다. 여기에 338만6천 마리가 추가로 도살 처분될 예정이어서 도살 처분된 가금류는 1천800만 마리를 넘어서게 된다.
농식품부는 이번에 H5N8형이 검출된 지점으로부터 반경 10㎞를 예찰 지역으로 설정하는 한편, 가축방역심의회를 열어 이 바이러스의 유입 경로를 조사하기로 했다. 특히 과거 발생한 H5N8형이 국내에 잠복했다가 이번에 발견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별개로 토종닭협회, 지자체, 검역본부 등과의 협의를 통해 살아있는 닭 유통도 다시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앞서 농식품부는 토종닭 유통을 전면 금지했다가 토종닭의 유통량 가운데 30%가량이 전통시장인 데다 대부분 영세 소규모 농가인 점 등을 고려해 소독증 필참 등 방역조건을 준수하는 농가에 한해 닭 유통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조치를 풀자마자 부산 기장군의 토종닭 농가에서 AI가 발생한 데다 AI 조기종식을 위해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다시 유통을 전면 금지하기로 한 것이다. 또 현재의 AI 위기경보 '심각' 단계에서는 정부에서 초과 공급량을 수매할 수 있기 때문에 유통금지로 인한 농가의 어려움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19일 추가 방역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류인플레인자 (AI) 사람에겐 안전한가?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Avian influenza virus)는 일반적으로 호흡 곤란 증상이 나타나므로 인공 호흡기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전신 장기의 기능 이상으로 진행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데, 현재까지 보고된 인체 감염사례 376건 중 환자가 사망한 경우는 238건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 사이에 전파가 되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의심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경우가 많고, 사망률이 매우 높은 질환이므로, 가급적 환자를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AI 위기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한단계 격상시켰는데, 일부 AI 유전자를 확인한 결과 변이가 심각한 수준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에 유행하는 AI 바이러스는 10%까지 차이가 나는데, 바이러스의 병원성 뿐 아니라 전파력까지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AI가 인체에 감염된 사례는 없다. 그러나 국내에서 유행하는 AI바이러스가 고병원성인 H5n6형인 것으로 알려져 주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H5N6형 AI는 2014년 중국, 라오스 및 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서 맹위를 떨친 AI라고 할 수 있는데, 올해 11월 기준으로 중국에서 16명이 감염되었고, 그 중 10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아직까지 사람과 사람간에 전파된 적은 없는데, 감염된 조류를 만지는 등 직접적인 접촉에 의해서만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으로 확인이 되고 있다. AI에 감염 됐을 때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기침이나 호흡 곤란 같은 호흡기 증상과 발열, 오한, 근육통이다. 설사를 하거나 두통, 의식 저하가 생기기도 하는데, 급성으로 진행돼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 의심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즉시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AI는 주로 감염된 조류의 사체나 분변, 이들로부터 오염된 물 등을 직접 손으로 만지거나 분변이나 분비물을 먼지 형태로 흡입했을 때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손을 자주 씻고,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다. 호흡기 관리를 하는 것도 중요한데 외출 후에는 가글이나 양치를 통해 입 안에 있는 먼지를 제거해야 한다.
닭고기, 오리고기, 달걀 등은 익혀 먹으면 문제가 안 된다. 75도 이상의 열에서 5분 간 익히면 AI에 감염됐던 오리나 닭고기를 먹어도 바이러스 감염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사람들은 가금류의 접촉이 있거나 관련 업종에 종사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히면서 공기를 통해서 전염될 가능성은 희박하며 사람간의 전염도 아주 가능성이 적다고 강조했다. 가금류와 관계된 사람들의 손 자주씻기 등 철저한 위생이 필요하고 특히 생닭 등 날고기는 위험할 수 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