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새누리 의원,
태블릿PC
위증하라
지시”
폭로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최순실의 동업자였던 고영태(40)가 모 월간지와 인터뷰를 하면서 최순실이 새누리당 대표 선출 과정(2014년 7월 전당대회)에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언급했다. 그는 전당대회 전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서청원을 밀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을 직접 들었다고 했다. 당시 전당대회에는 서 의원과 김무성 전 대표가 출마했다. 고영태는 “최순실이 존댓말을 썼지만 내용은 지시에 가까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도 했다. 예컨대 “그렇게 하는 게 좋겠어요”라는 최순실의 말이 지시의 뉘앙스였다는 것이다.
그는 최순실이 어떤 성격의 인물이었나는 질문에 “사람을 믿지 못하고 신뢰가 생기기 전에는 발신번호 제한 표시로 전화를 거는 등 평소 행동도 특이했는데 부하 직원 사이를 이간질하는 방식으로 각 직원을 정신적으로 고립시키고 자신에게만 충성하게 만들었다며 시종일관 변덕스러워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른다. 입버릇처럼 ‘신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직원 한 명을 가리켜 갑자기 이유 없이 ‘쟤는 그냥 잘라’ 이런 식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 예산을 온당하게 집행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모습을 많이 봤다. 특히 차씨가 쓸데없이 포럼·세미나를 열어 중간에 ‘해먹는’ 거라든지…. 내 세금이 새는 것 같아 기분 안 좋았다. 김종 전 차관을 우리는 ‘벨(bell)’이라 불렀다. 최씨 앞에서 ‘네네네네네~’ 하며 비위를 잘 맞춰서. 청와대 직원(이영선 행정관)이 이 아줌마의 개인 비서 노릇을 하는 걸 지켜볼 때마다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다. 청와대 비서실에 있다면 굉장히 영예로운 엘리트인데 최씨의 휴대전화 액정을 자신의 옷으로 닦아 주는 등 잡일을 해야 한다니.”라고 말을 이었다.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과는 자주 만났나?라는 질문에 그는 “최씨의 서류를 전달하려고 경복궁역 토속촌 근처 골목에서 자주 만났다. 이 행정관을 뵐 때마다 ‘많이 힘드시죠?’ 하고 물으면 씁쓸한 미소를 보이곤 했다.”라고 말했으며 최순실이 청와대의 어떤 서류를 갖고 있었나?라는 질문에는 “주로 인선 관련 서류가 많았다. 민정수석실에서 수사하는 내용도 있었다. 대외비라고 적혀 있으면 청와대 서류였다. 교문수석실에서 나온 것도 있었고 문체부·청와대 현안보고와 앞으로 국정과제 자료도 있었다. 이런 문서를 놓고 K스포츠재단과 회의를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순실이 그런 국정 문서 내용을 이해할 지식을 갖췄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이해할 턱이 없다. 김 전 차관이 엉뚱하게 밀고 들어와 최씨한테 ‘이런 건 구도에 맞지 않습니다. 말이 안 돼요’ 조언하는 일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최순실이 평소 누구와 자주 통화하는 편이었나? 라는 물음에는 “최씨는 당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물론 누구한테 연락을 먼저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유일하게 자주 통화하는 사람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VIP(박 대통령)’, 이 둘밖에 없다. 2개의 휴대전화를 갖고 다녔는데 각각 박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 전용이었다.”라고 말했으며 지난 13일 통화 당시 고씨는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이 새누리당의 한 의원과 사전에 입을 맞추고 4차 청문회에서 위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이 박 전 과장에게 “최씨와 일하며 태블릿PC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으면 “(최씨가 아닌) 고씨가 들고 다니는 것을 봤다. 한번은 태블릿PC 충전기를 구해 오라고도 했다”는 스토리로 진행될 것이라 게 고씨의 주장이었다. 이틀 후인 15일 청문회에서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과 박 전 과장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고씨가 사전에 예고한 내용이 대부분 그대로 재연됐다. 이 의원의 질문에 박 전 과장은 “태블릿을 고영태씨가 들고 다녔고, 저한테 충전기를 사 오라고 시켰다”고 답했다. 이것이 무슨 제대로된 청문회인가? 청문회도 수사해야할 판이 되어 버렸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