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도박·프로포폴·자살…파문 잇따라
아빠·군대·할배 예능 돌풍…90년대 추억 '응사' 신드롬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방송·연예계에서 2013년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아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한 해였다.
연초부터 연예병사 특혜 논란, 성추행·성추문 사건이 터져나왔고, 여자 연예인들은 프로포폴 불법 투약으로, 남자 연예인들은 불법 도박 사건에 연루돼 파문을 일으켰다. 또 스포츠 스타 조성민과 방송계의 큰 별이었던 김종학 PD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줬다.
TV에서는 아빠, 군대, '할배' 등 남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었고, 90년대 청춘의 낭만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신드롬을 일으켰다.
◇ 사건·사고로 얼룩진 연예계
새해 첫날인 1월 1일부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톱스타 김태희와 비의 열애설은 이후 군 복무 중이던 비의 기강 해이 논란으로 번지면서 연예병사 특혜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어 군 복무 중인 가수 세븐, 상추 등이 안마시술소에 출입한 내용이 한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달궈졌고 결국 국방부는 연예병사 제도를 16년 만에 전격 폐지했다.
인기그룹 룰라 출신 방송인 고영욱의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과 인기 탤런트 박시후의 성폭행 피소 사건도 시끄러웠다. 고영욱은 전자발찌 부착명령까지 받았고 박시후는 상대 여성과 온갖 루머와 공방을 일으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1월 말부터 탤런트 이승연, 박시연, 장미인애 등 여자 연예인들은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기소돼 검찰 조사를 받았고 결국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오명을 남겼다.
불법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방송인 김용만 씨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522호 법정에서 열리는 첫 공판을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3.5.7
|
또 방송가에서 주가를 올리던 유명 연예인들이 불법 도박 사건에 무더기로 연루됐다. 개그맨 김용만에 이어 이수근, 탁재훈과 HOT 출신 토니안, 신화 출신 앤디, 방송인 붐 등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해외 프로축구 우승팀에 돈을 거는 이른바 '맞대기' 도박을 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면서 줄줄이 방송에서 하차했다.
유명인들의 자살도 잇따랐다.
특히 1월 6일 야구 선수 출신이자 고(故) 최진실의 전 남편인 조성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줬다.
또 국내 스타 PD의 대명사이자 드라마계의 거장으로 꼽힌 김종학 PD가 지난 7월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건도 세상을 어둡게 했다.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등 걸작 드라마로 시청률 신기록을 쓴 그가 드라마 제작자로서 자금 압박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은 국내 지상파 방송사 외주제작 시스템의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모래시계', '태왕사신기'등을 만든 故 김종학 PD의 빈소가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됬다. 2013.7.23
|
또 '별이 빛나는 밤에'와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 '지금은 라디오 시대'의 DJ로 유명한 이종환 씨도 지난 5월 30일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 많은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고인은 1970년대 음악감상실 쉘부르를 만들며 대중음악계에도 큰 족적을 남긴 바 있어 그의 별세 소식에 문화계의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드라마 '야인시대'로 유명한 장형일 PD도 지난 10월 26일 췌장암으로 별세했다.
◇ 아빠·군대·할배, 예능 대세로 등극
'아빠' '군대' '할배'는 올해 대중문화의 핵심 코드로 떠올랐다.
올해 초부터 MBC '일밤'의 한 코너로 방송된 '아빠! 어디가?'는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에 더해 육아에 서툰 아빠들이 아이와 점차 소통을 더해가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는 다른 방송사인 KBS와 SBS까지 각각 '슈퍼맨이 돌아왔다' '오! 마이 베이비' 등 육아 이야기를 담은 예능 프로그램을 따라하게 했다.
군대를 소재로 한 시트콤인 tvN '푸른거탑'이 주목받은 데 이어 연예인들의 병영 체험을 담은 MBC '일밤-진짜 사나이'는 남자들이 몸으로 부대끼며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로 인기를 끌었다.
tvN '꽃보다 할배'는 그동안 주로 아이돌 스타들과 젊은 배우, 잘 나가는 개그맨들이 독점하던 예능 프로그램에 노인들을 출연시키는 역발상으로 방송가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점잖고 근엄한 이미지로만 인식되던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배우들이 배낭여행을 떠나 보여준 천진난만한 모습은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다.
◇ 드라마 '너목들' '응사' 신드롬
연상녀-연하남의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운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여심을 세차게 흔들며 현대 여성들이 원하는 새로운 남성상을 보여줬다.
1994년을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낭만과 사랑을 담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케이블채널 시청률로는 기록적인 수치인 10%대(유료 플랫폼 기준)에 육박하며 지난해 '응답하라 1997'에 이어 90년대에 대한 향수와 추억을 자극했다.
상반기 tvN이 선보인 타임슬립(시간이동) 소재의 드라마 '나인'도 참신한 구성과 긴박감 넘치는 이야기, 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받으며 '나인 폐인'으로 불리는 열렬한 마니아층을 낳았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2/09 06: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