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불공정 관행 개선과 복지 박차…박종길 차관 낙마는 오점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정부의 문화정책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은 2013년이었다.
새롭게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문화융성'을 경제부흥, 국민행복과 함께 국정 3대 축의 하나로 강조했다. 새 정부 초에 문화정책이 이처럼 크게 부각된 것은 처음으로 평가된다.
1.39%에 머무르는 문화재정을 2017년까지 2%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파격적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내부 인사가 장관으로 발탁된 일도 화제였다.
각종 표준계약서가 만들어지는 등 문화예술계의 불공정을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일었다.
◇ 문화융성과 문화재정 2%
대선 공약과 인수위원회 국정목표에서 문화를 잇따라 강조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 25일 취임식에서도 '문화 융성'을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역대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문화에 이 정도로 큰 관심을 드러낸 적은 거의 없었다는 평가다. 앞서 박 대통령은 대선공약에서 문화재정 2% 달성 계획을 강조했다.
이후 '문화융성과 문화재정 2% 달성'은 정부 문화정책의 핵심 키워드가 됐다.
7월에는 김동호 위원장이 이끄는 대통령 소속 정책자문위원회인 '문화융성위원회'가 출범했다. 48억달러 수준인 콘텐츠 수출 규모를 2017년까지 10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하고 콘텐츠 시장 규모를 120조원으로 키우는 등 여러 가지 야심 찬 육성책이 제시됐다.
덕분에 전반적인 예산 감축 분위기 속에서도 문화재정(문체부, 문화재청 예산 및 미래부와 방통위의 일부 콘텐츠 예산 포함)의 2014년 예산안은 전년대비 5.7%나 증가한 5조3천억원 규모다.
다만, '문화융성'이라는 개념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문화예술계가 정책 변화의 바람을 피부로 감지하기에는 다소 미흡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또 2017년까지 연 7조8천억원의 문화예산을 확보해 문화재정 2%를 달성한다는 계획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국회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 내부 인사 첫 문화 수장
지난 2월 유진룡 문체부 장관이 내정되자 이 소식을 접한 문체부 직원들은 손뼉을 치며 환영했다. 문체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내부 인사가 수장 자리에 오르게 되자 크게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유 장관은 문체부 전신인 문화공보부 사무관으로 입문해 잔뼈가 굵은 정통 문화 관료 출신이다.
참여정부 시절 문체부 차관으로 근무할 때 소속기관인 아리랑TV 임원인사 청탁을 거부했다가 6개월 만에 경질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사행성 게임인 '바다이야기' 사태와 맞물려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합리적인 업무 처리를 중시하는 스타일은 문화행정을 펼치는 과정에서 잘 드러났다. 승합차를 관용차로 이용할 정도로 허례허식을 싫어하는 유 장관은 불필요한 문화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소속 기관의 중복 업무를 통합하는 등 조직을 효율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 불공정 관행 개선에 '가속도'
문체부는 새 정부 출범 뒤 문화예술의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고 예술인 복지를 북돋우는데 속도를 높였다.
지난 4월에는 음악 창작자의 권리를 강화하고자 그간 하나뿐이던 국내 음악 저작권 신탁 단체를 한 곳 더 만들기로 했다. 경쟁체제를 도입해 사용료 징수 및 분배의 공정성 논란을 개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같은 달 영화계에 표준근로계약서 도입 의무화를 골자로 한 제2차 노사정 이행 협약식을 개최했다.
'방송프로그램 제작(구매) 표준계약서'와 '대중문화예술인(가수, 배우) 방송출연 표준계약서' 제정안을 마련한 것도 성과다.
방송사와 제작사 간의 권리와 수익 배분 등을 규정한 '방송프로그램 표준계약서'는 방송사가 갖는 저작권을 상당 부분 양보하게 했다. '대중문화예술인 표준계약서'는 미지급이 발생하면 방송사가 직접 출연료를 지급하게 하고 '쪽대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촬영일 이틀 전까지 대본을 제공하도록 규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또 2014년부터 예술인복지사업 규모를 1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키우고, 산재보험료 지원비율도 30%에서 50%로 늘리는 등 문화예술인에 대한 복지 지원 대책도 마련했다.
◇ 박종길 2차관 6개월 만에 낙마
사상 첫 체육 국가대표 출신 차관으로 주목받은 박종길 문체부 2차관이 '공문서 변조 의혹' 때문에 지난 9월 취임 6개월 만에 물러난 것은 오점으로 남았다.
한국 사격의 간판스타로 활약한 박 차관은 지난 3월 공직 취임 후 사격장을 가족에게 넘기려는 과정에서 공문서의 일부 내용을 바꿨다는 지적 등을 받아왔다.
민주당 김태년, 이용섭 의원 등은 지난 9월 연일 보도자료를 내 편법 동원 의혹을 제기했고 결국 박 차관은 버티지 못하고 물러났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2/09 06: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