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구진 규명…섭입대의 얇고 미끄러운 단층이 대지진 유발
(서울=연합뉴스) 이영임 기자 =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을 폐허로 만든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의 원인이 유난히 얇고 미끄러운 단층이었다고 사이언스데일리가 6일 보도했다.
10개국 과학자 27명으로 이루어진 국제 연구진은 북미 판이 태평양 판을 덮치는 경계부의 유난히 얇고 미끄러운 단층이 2011년 3월 일본 부근 해상(海床)에서 대규모로 움직이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쓰나미를 일으킨 것으로 밝혀졌다고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태평양 북서부의 다른 지역에서도 이처럼 거대한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지난해 일본의 시추선 치큐호에 탑승, 2011년 지진으로 갈라진 일본 해구(海溝)의 단층대에 시추공을 뚫고 50일간 조사한 결과를 분석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태평양 판과 북미 판이 겹치는 섭입대에서 밑에 깔리는 태평양판은 휘면서 지구 안쪽으로 파고들어가 수심 6천900m의 일본 해구를 형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질학자들은 일본 해구 바닥 밑 깊은 땅속의 단단한 암석층에서 판의 운동으로 많은 탄력적인 반동이 일어나지만 압력을 덜 받아 암석층이 무른 해상 표면 가까운 곳에서는 이런 반동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해 왔다.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나기 전까지 단층대에서 기록된 최대의 판 이동은 1960년 칠레 근해에서 일어난 20m 이동이었다.
그러나 동일본대지진 때는 단층의 이동 거리가 30~50m나 됐고 해상에 가까울수록 폭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증폭되는 균열로 바다 밑바닥이 솟구치면서 가공할 쓰나미를 일으킨 것이다.
이 연구는 두 지질 판 사이에 일어나는 예상 밖의 거대한 이동을 설명해 주는 여러 요인들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단층대의 두께가 표본 채취 지역에서 5m도 안 될 정도로 얇은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는 지구상에서 발견된 판 경계부 가운데 가장 얇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 안드레아스 단층대의 두께는 곳에 따라 몇㎞나 되는 곳도 있다.
연구진은 또 좁은 단층대를 채우고 있는 진흙 퇴적물이 극도로 고운 침전물로 이루어져 있음을 발견했다. 이들은 이 침전물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미끄러운 진흙"이라면서 "손가락 사이에 놓고 비비면 마치 윤활유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도호쿠 단층대의 유난히 미끄러운 진흙은 러시아 캄차카 반도에서 알류샨 열도에 이르기까지 이런 유형의 진흙이 있는 태평양 북서부의 다른 섭입대에서도 이처럼 거대한 지진이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 연구를 위해 특수 설계된 심해 천공 장비를 사용해 수심 6천900m의 바다 밑바닥에서 800m 이상 파 들어갔다. 이는 심해 시추 작업의 최고 기록이다.
이 연구는 일본과 미국을 비롯한 통합해양시추프로그램(IODP) 회원국들과 캐나다를 비롯한 유럽해양연구시추콘서시엄(ECORD) 회원국들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2/07 11:1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