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통일신라말기 지식인 최치원은 신라 사상의 3대 축으로 유교, 불교와 함께 노자를 시조로 삼는 도교를 거론했다. 하지만 삼교 중에서 유독 도교만은 저평가되기 일쑤였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이 오는 10일 개막해 내년 3월2일까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하는 기획전 '한국의 도교 문화 -행복으로 가는 길'은 한국문화 근간을 이루는 도교에 대한 제자리 찾아주기 일환이라고 할 만하다.
이런 점에 주목해 박물관은 이번 전시가 "한국의 도교문화 전반을 종합적으로 살핀 대규모 전시로서는 최초라 할 수 있다"면서 "그런 만큼 출품된 유물도 국보 6건7점, 보물 3건4점을 포함해 고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회화와 공예품, 전적류, 민속품, 그리고 각종 고고발굴품 등 300여 건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를 망라했다"고 6일 말했다.
유교나 불교, 혹은 기독교와는 달리 도교라고 하면 늘 "무엇이 도교냐"는 질문에 봉착한다. 그만큼 도교의 성격이 이것이라고 규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는 한편 "도교가 아닌 것은 없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만큼 도교가 포괄하는 측면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에 이 특별전은 도교가 무엇이며, 한국문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크게 3부로 나눠 소개한다.
1부에서는 '도교의 신과 의례를 개괄한 다음 2부와 3부에서는 도교가 내세우는 교리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불로불사(不老不死)'와 '수복강녕(壽福康寧)'이라는 주제로 도교를 접근한다.
한국문화에서 도교가 어떤 위치를 차지했는지를 증언하는 전시품으로는 부여 능산리 절터 출토 백제금동대향로가 있다. 백제를 대표하는 이 문화유산은 절터에서 출토됐으므로 불교와 관련 깊다고 생각하기 쉽고, 실제 불교와 관련된 도구로 사용됐겠지만 이에서 엿보이는 산수를 비롯한 각종 이미지는 철저한 도교 전통이다.
나아가 김홍도가 그린 여러 신선 그림인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군선도(群仙圖)도 바깥나들이를 한다.
이 자리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거나 처음 공개되는 유물도 선보인다.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와 해반도도(海蟠桃圖)가 앞뒤 양면을 이루는 조선시대 회화작품은 특히 주목을 요한다.
지상과 천상이 통하는 문인 곤륜산에 사는 도교 최고 여신 서왕모의 과수원에서 3천 년에 한 번 열린다는 복숭아인 반도(蟠桃)를 형상화한 이 그림은 궁중 화원이 그린 공필진채화(工筆眞彩畵)다. 왕의 불로장생을 축원하고자 제작된 것으로, 해반도도는 해와 달이나 학이 등장하지 않는 유일한 작품으로 꼽힌다.
보존처리를 거쳐 이번에 최초로 공개하는 이 그림은 창경궁영건도감의궤(昌慶宮營建都監儀軌.1834)의 함인정(涵仁亭)에 보이는 일월오봉병(뒷면은 해반도도)일 가능성이 큰 작품으로 박물관을 보고 있다.
현존하는 20세기 일월오봉도가 양녹·양청을 비롯해 중국을 통해 들어온 서양 안료를 쓴 것과 달리 천연안료인 석채를 사용한 사실도 분석 결과 밝혀졌다.
초주갑인자본 주역참동계(周易參同契)는 1441년(조선 세종 23)에 간행한 책으로, 우리나라에서 간행된 주역참동계로는 가장 오래됐다.
고령신씨 안협공파 종중회가 박물관이 기탁한 이 책은 16세기 조선 전기 관료인 신언식(申彦湜.1519∼1582) 무덤 출토품이다.
구텐베르크가 서양에서 최초의 금속활자로 42행 성서를 찍어내기 이미 42년 전(1441)에 초주갑인자(初鑄甲寅字)라는 금속활자로 간행한 것으로 맨 앞면에 선사지기(宣賜之記)라는 글자가 있어 왕이 내린 책임을 알 수 있다.
주역참동계는 포박자·황정경과 더불어 수련 도교의 3대 경전으로 꼽힌다.
주역참동계 |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2/06 15:2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