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한진 조양호회장 두번만나 직접 돈 요구”
갈수록 가관이다. 청와대는 날강도가 자유로이 드나드는 국가최고 기관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이 지난해 초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을 만나 2차례에 걸쳐 직접 거액을 요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최순실이 당시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이나 측근들을 통하지 않고 직접 박 대통령을 거명하며 재벌 총수를 만나 금품을 요구한 정황이 포착된 것은 처음이다. 대한항공 핵심 관계자는 15일 “조 회장이 최근 고위임원들과의 사석에서 지난해 초 최순실과 2차례 만나 금품 제공을 요구받았으나 거절했다가 곤욕을 치렀던 일화를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회동은 회장이 외부 주요 인사를 만날 때 이용하는 서울 삼청동의 이탈리아 식당에서 비서진 없이 단둘이서만 만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는 “회장은 당시엔 최순실이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줄 잘 몰라 ‘검토해보겠다’고만 하고 헤어진 뒤 평소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 자문을 구하는 측근 인사 ㄴ씨와 상의한 끝에 제의를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이 지난 5월 당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손을 떼라는 압력을 받게 된 데도 각종 올림픽 이권사업을 거절하기에 앞서 최씨의 금품 제공 요구를 거부한 일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특히 이 대한항공 관계자의 증언은 최순실이 지난해 10월 미르재단이 설립되기 전부터 재벌 총수들을 만나 금품을 강요했다는 것이어서 미르재단 설립 후 금품수수에만 맞춰진 검찰 수사도 확대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도 “최순실이 같은 건으로 두 번씩이나 조 회장을 찾아와 압박한 것을 보면 직접 다른 재벌 총수들에게도 박 대통령의 이름을 대며 돈을 걷고 돌아다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회장에게 ‘비선 라인으로는 돈을 주지 말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진 ㄴ씨는 “처음 듣는 얘기”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에 대해 “회장님이 몇몇 임원과 사석에서 웃으면서 ‘최순실이 그렇게 센 사람이면 나한테 정확히 알려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한진그룹 측은 “모르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