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신는가?”
최순실, 서울 청담동 호텔서 검찰소환 직전 대책회의 한 듯
최순실은 검찰에 출석하기 직전까지 서울 청담동에 있는 엘루이 호텔에 머무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경재 대표 변호사가 경기도 청평을 오가며 언론의 관심을 돌리며 숨바꼭질 하는 사이, 최순실은 다른 변호사들과 호텔에 머물며 검찰 소환에 대비한 대책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은 인천공항에 입국한 뒤 곧바로 서울 청담동에 있는 '호텔 엘루이'로 이동해 머무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남에 있는 이 호텔은 최순실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는 만큼, 최순실이 평소 자주 찾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최순실이 40-50대 남성과 함께 카페를 찾는 모습이 목격됐지만, 최순실이 독일로 출국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부터 발길이 끊겼다는 것이다. 호텔 관계자는 최순실이 평소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면서, 한두 달에 한 번씩 호텔을 찾아와 지인들과 조용히 차를 마시고 돌아갔다 갔다고 말했다.
최순실이 이 호텔의 엘리베이터를 타기 5시간 전인 아침 9시 반쯤에는 검은색 승용차가 호텔 안으로 향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YTN 취재진이 차량 번호를 확인한 결과 검찰에 출석하는 최순실 씨를 태웠던 차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함께한 남성들은 최순실의 신변을 보호하는 수행원들과 변호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순실은 독일에 있을 때부터 심신이 매우 약해졌고, 혹시 모를 테러에 대한 우려도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언제나 수행원들과 동행했는데 최 씨의 귀국 이후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행원들의 비호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은 특히 호텔에 머무르면서 검찰 소환에 대비해 변호인들과 대책회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재 변호사 외에 또 다른 변호사들이 현재 최 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부 변호사들은 최 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 씨의 변호도 맡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최 씨의 변호를 맡은 이경재 대표 변호사가 경기도 청평을 오가며 언론의 관심을 돌리는 사이, 최순실은 자택 근처 호텔에 머물며 검찰 소환에 대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곰탕 먹은 최순실…세면도구·슬리퍼로 미리 밤샘조사 대비
한편, 31일 오후 검찰에 출석한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의 조사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 따르면 최순실은 이날 밤늦게까지 서울중앙지검7층 영상녹화실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날 오후 3시께 검찰청사에 도착한 최순실은 취재진, 시민단체 등을 비롯한 수백 명의 인파와 마주했다. 모자와 목도리로 얼굴을 꼭꼭 숨긴 그는 사람들에 떼밀리면서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신발 한쪽이 벗겨지기도 했는데 68만원 상당의 고가명품 ‘프라다’ 제품이었다.
포토라인에 제대로 서지 않고 인파에 둘러싸인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청사 7층으로 직행한 최순실은 한웅재 형사8부장과 약 20분간 면담했다. 당시 최순실의 상태는 출석 상황에 매우 당황해 소위 '멘붕'(멘탈 붕괴·큰 정신적 혼란) 상태였다는게 검찰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 부장검사는 최순실과 관련해 여러 의혹이 제기됐고 온 나라가 이 사건으로 시끄러운 만큼 최순실에게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고, 억울한 점이 있으면 소명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 부장검사는 자신의 쌍둥이 딸 사진을 보이며 최순실에게 "나도 딸이 있다. 독일에 있는 딸을 생각해서라도 이런 의혹이 규명되도록 잘 진술하고 판단하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순실은 자신 때문에 이런 혼란이 생겨 매우 죄송하며 조사를 잘 받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수사본부 관계자는 전했다. 면담 이후 한 부장검사 방 옆에 있는 영상녹화실에서 조사가 시작됐고, 7시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큰 문제 없이 조사는 잘 진행되고 있다. 본인도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씨의 건강에 큰 이상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이지만 심장이 좋지 않고 공황장애가 있어 약을 먹어야 한다는 최씨 측 요청에 따라 변호사 입회 상태에서 약을 먹게 했다. 저녁 식사는 배달된 곰탕 한 그릇을 거의 비운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8부가 주로 진행하는 이 날 조사는 밤늦게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밤샘조사를 대비하는 듯 최순실 변호인 측에서 세면도구와 슬리퍼, 약 등을 넣은 종이가방을 조사실로 갖고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변호인 측은 "최씨를 직접 보고 왔는데 신경안정제와 심장약 등 약부터 찾았다.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밤 최순실을 긴급체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재단 기금 강제모금과 기금 유용 등의 혐의를 중심으로 적용 혐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씨가 전날 오전 한국으로 입국할 당시 동행한 인물은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과 사설 경호원들로 나중 확인됐다.
검찰, "긴급체포 배제 안해“
한편, 검찰은 형사8부 소속 검사 3~4명이 돌아가며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에 대해 조사했다. 형사8부는 최순실 등에 대한 고발장이 들어왔을 때 처음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를 진행한 부서다. 검찰은 특별수사본부를 꾸릴 당시 원래 조사를 진행했던 형사8부도 수사팀에 포함시켰다. 형사8부의 조사가 끝난 후에는 특수1부가 최씨를 넘겨받아 조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특수1부는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자료 사전유출 의혹과 관련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검찰은 첨단범죄수사1부도 수사팀에 포함시켰다. 첨단범죄수사1부는 최씨에 대해 제기된 새로운 의혹들에 대한 수사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최씨가 수사를 받는 데 건강상 큰 무리는 없다고 보고 있다. 최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67·사법연수원 4기)는 이날 취재진에 "최씨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며 "심장 부근에 이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건강은 심각하지 않은 것 같다"며 "심장과 공황장애에 대한 약은 변호사 입회 하에 복용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이날 저녁으로 곰탕을 먹기 원해 이를 먹은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조사 도중 최씨의 증거인멸, 말맞추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거나 드러난 혐의가 중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최씨를 긴급체포할 방침이다. 또 취재진과 일반시민들이 출석 현장에 몰리며 최씨 신병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귀가시켰을 때 신변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서면 곧바로 조사실에서 최씨를 체포할 계획이다. 최순실 검찰소환 진행과정을 지켜 본 한 시민은 “검찰의 늦장수사 믿기 어렵다. 검찰이 언론보다 더 빨리, 지금까지의 언론들 보도보다 더 확실하고 새로운 정황과 수사결과를 내놓아야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악마는 프라다를 신는가?” 라고 비아냥 거렸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