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주범 '최순실', 드디어 검찰 포토라인에 서다
국정 농단 파문의 장본인 최순실(60)이 늦었지만 드디어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31일 최순실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관련 의혹이 불거지고 독일로 출국한 지 58일 만, 영국에서 극비 귀국한 지 하루 만이다. 최순실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했다.
취재진들은 최씨의 해명 등을 듣고자 했으나 시민단체 등이 몰려와 일대 혼란이 빚어졌고 포토라인 앞에서 차분히 말을 할 사이도 없이 최씨는 그대로 검찰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최씨는 조사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죄송합니다. 국민여러분 용서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고도 했다. 이 와중에 극심한 혼란이 벌어져 최순실의 신발이 벗겨지기도 했다. 신발은 명품 '프라다'였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최순실을 상대로 관련 의혹 전반을 확인할 계획이다. 조사 내용이 많아 다음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최순실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과 청와대 외교·안보 등 문건을 사전에 받아보고 국정운영과 인사에 수시로 개입했다는 의혹에 휩싸여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을 사실상 사유화하는 등 설립과 운영 전반에 관여했다는 의혹, K스포츠재단의 자금을 자신이 소유한 더블루케이·비덱코리아 등으로 유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최순실은 이 같은 의혹이 언론을 통해 불거지자 서류와 하드디스크 등 관련 자료를 폐기하고 지난달 3일 독일로 출국한 뒤 잠적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문제가 된 태블릿PC의 소유권과 관련해서도 확인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의 연설문 44건 등 청와대 문서 200여건이 담긴 태블릿PC 실사용자는 최씨로 지목된 상황이지만 그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부인한 바 있다.
딸인 승마선수 정유라씨(20)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각종 특혜 의혹도 이날 조사 대상이다. 최씨는 입시 자료를 미리 입수한 뒤 대학 등을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최씨는 전날 영국에서 극비 귀국해 서울 모처에 머무르며 검찰 조사에 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최근 변호사를 통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검찰은 최순실 소환에 앞서 최측근이었던 고영태(40)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45), 두 재단 핵심 인물들, 태블릿PC 명의자로 알려진 김한수 행정관과 조인근 전 연설기록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들을 줄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최순실에게 횡령·배임·탈세 및 외국환거래법·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 안팎에선 '말 맞추기'를 우려해 체포·구속영장 청구 등으로 최씨의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건의 초대형 국민적 관심과 주목 때문인지 다수의 기자들과 시위대들이 혼잡스럽게 뒤엉켜 최순실의 대국민 언급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최순실, 평창올림픽서 수천억대 이권 노렸다”
한편, 최순실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이용해 수천억원대의 거대한 이권을 챙기려 했다는 의혹도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다. 최순실 집안과 15년 이상 알고 지내온 전 국가대표 체육 스타인 A 씨는 30일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최 씨 조카 장유진(장시호로 개명)이 주도적으로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등과 관련해 “올림픽을 이용해 수백억 원, 아니 수천억 원대의 이권을 챙기려 한 것”이라 말했다.
A 씨는 영재센터가 “신생단체로는 이례적으로 지난 1년 동안 6억7000만 원의 정부 지원을 받았다”며 “문체부 김종 제2차관이 기획 단계부터 함께 회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영재센터는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보다 앞선 지난해 6월 설립됐다. A 씨는 “나랏돈 몇억 원 받자고 만든 단체들은 아니다. 결국 수천억 원대의 이권을 챙기려 했다”고 밝혔다.
최순실의 측근인 차은택 감독이 연루된 광고영상 제작업체 머큐리 포스트가 꾸린 빛샘전자컨소시엄이 석연치 않은 심사 과정을 거쳐 평창동계올림픽 빙상장 LED 프로젝트 업체로 선정,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의 45억 원짜리 기술개발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컨소시엄은 올해 사업 중간평가에서 ‘특별히 새로울 것 없는 기술’이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 빙상장 LED 프로젝트에서 원래 이 사업을 제안한 업체를 제치고 지원업체로 선정됐다. 이와 관련해 차 감독과 송성각 콘진원 원장이 2차 발표 평가에서 1차 서면평가 결과를 뒤집기 위해 관여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송 원장은 제일기획 제작본부장 시절 CF 감독이던 차 씨에게 삼성전자 휴대전화 광고 제작을 맡겨 크게 성공시킨 인연으로 차 감독과 깊은 관계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