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인간다움에 대해 성찰하는 재료로 삼아야"

posted Nov 24, 201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뷰어로 보기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자살론' 펴낸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다. 햇수로는 8년째 1위다.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쓴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사태는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악화하고 있다.

 

2012년 한해 자살자는 1만4천779명에 달했다. 하루 평균 40여 명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우리나라 국민 누구나 한 다리나 두 다리를 건너면 자살한 이웃이나 친지, 가족이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자살 문제의 심각성은 나날이 더해가고 있지만 자살은 지금껏 변변한 사회적 논의를 끌어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되려 우리 사회는 자살에 둔감해지고 있다. 웬만한 유명인사가 아니고서는 자살 사건은 그냥 흘려듣게 되는 별 의미 없는 단신처럼 소비돼 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신간 '자살론'(문학동네 펴냄)은 눈여겨볼 만한 책이다. 이 책은 자살을 골칫덩이 사회문제로 다루던 기존의 담론들과는 달리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둔감한 삶을 양산하는 냉혹한 사회 자체에 비판의 화살을 겨눈다.

 

저자인 천정환(44) 성균관대 국문학과 교수를 22일 그의 자택 인근에서 만났다.

 

 천 교수는 우리 사회가 자살을 심각한 병리 현상으로 보지 않고 불행에 민감한 일부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천 교수는 "근래 자살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의 자살 원인에 대한 설명 중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은 '자살자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진술이다. 오늘날 우울증은 모든 자살 원인 중 가장 객관적이며 확실한 것으로 간주된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자살의 사회적 원인을 적절히 담아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학 창시자로 알려진 에밀 뒤르켐이 '자살론'을 통해 자살을 사회적 현상으로 읽어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우울의 배후에도 사회적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천 교수는 중요한 것은 자살의 '이유'가 아니라 자살을 둘러싼 '문제상황'이라고 했다. 자살의 인과관계를 단순화하려 하지 말고 자살이라는 하나의 사건을 자살을 불러일으킨 문제상황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언론은 높은 자살률을 언제나 걱정하고 그 치유를 고민하는 듯한 자세를 취한다. 그러나 그것은 대부분 위선이며 기만이다. (중략) 자살 '사태'의 배후에 있는 계층적·세대적 상황을 제대로 분석하고 진단하며 치유할 대안을 만들어내지 않을 뿐 아니라, 자살자의 가족이 받는 상처에 대해서도 아직은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말로는 높은 자살률을 걱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여전히 양극화와 투기를, 그리고 무한경쟁을 고무·조장한다."(본문 33쪽)

 

천 교수는 타인에게 잔인하고 죽음에 둔감한 삶을 양성하는 사회를 반성하고 인간다움과 친밀성의 구조를 복원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힘을 보태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자살 문제를 내버려둘 시간이 없다고 했다. 우리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천 교수는 "국내의 자살률이 급증한 시기는 경제위기로 힘겨웠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 이후인데, 이제는 IMF 사태를 극복했고 고용 불안은 상수화되겠지만 가장 큰 변수는 바로 고령화"라며 "고령화 사회가 진전되면 사회적 고립도가 증가하면서 자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지방에 사는 남자 노인이면서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이들의 자살률은 전체 평균의 5배에 이른다고 했다.

 

천 교수는 이 책에서 자살의 성격과 원인, 그리고 그것이 문화적 매개물을 통해 어떻게 발현되는지 과거로부터 계보화해 추적하는데 지면 대부분을 할애했다.

 

자살을 문화사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상당한 책이다.

 

그는 "자살 문제는 굉장히 복잡하다. 수많은 변수가 있고 그것의 함수관계도 명확하지 않다"면서 "겸손을 떠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은 자살이라는 문제 전체를 다룬 것은 아니다. 이 책이 자살 연구가 더 세밀하게 발전하는데 보탬이 되는 것이 바라는 바다. 그래서 현재의 한국 사회의 비참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changyong@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22 16:48 송고


Articles

413 414 415 416 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