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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올드보이' 덕택에 할리우드 진출했죠"

posted Nov 1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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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10년 만에 '올드보이'디지털리마스터링판을 선보이는 박찬욱 감독

 

 


'올드보이' 10주년 리마스터링 버전 이달 개봉

 

"할리우드 영화 한 작품 더하고 국내 복귀 계획"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는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이후 한국영화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여전히 한국영화특별전이 열리는 해외 영화제에서 단골손님으로 초대받는다. 최근에는 할리우드의 명장 스파이크 리 감독이 리메이크에 도전하기도 했다.

 

작품은 이렇게 고전의 반열로 올라섰지만, 상품의 질은 점점 퇴락했다. 세월의 풍화에 따라 필름에는 먼지가 끼었고 색은 바래졌다. 이곳저곳 생채기(스크래치)도 생겼다. 박 감독은 해외 영화제를 다니면서 이른바 "비오는" 화면을 봐야 했다. "언젠가 디지털로 보정해야겠다"는 생각이 그의 마음을 두드렸다.

 

'올드보이'가 개봉한 지 10년 만에 디지털 리마스터링 기술로 다시 태어나 이달 재개봉한다. 개봉에 앞서 박찬욱 감독을 최근 서울 홍익대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년 만에 '올드보이'를 새롭게 선보이는 심정은.

 

▲필름 시절에 만든 것이어서 많이 낡았다. 세계 여기저기서 상영되는데 먼지 끼고, 비 오는 프린트로 상영되는 게 안쓰러웠다. 디지털시네마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평소에 있었는데, 당시 함께 한 임승용 피디(현재 용필름 대표)가 재개봉 의견을 냈다. 나도 디지털시네마로 만들 기회여서 의견을 같이했다. 편집과 음향은 전혀 손대지 않았다. 스크래치와 먼지를 제거하고 색을 좀 바로잡았다.

 

--'올드보이'는 칸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영화다. 특별한 애착이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만든 영화들 모두에 애착이 간다. 또 부끄럽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올드보이'는 내 경력에 딱 중간이 있는 작품이다. '올드보이'를 기점으로 전에 4편, 후에 4편을 만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한창 시절의 느낌이 난다.

 

--내한하는 스타들이 한국영화 중 가장 많이 언급하는 영화가 '올드보이'다.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

 

▲내 영화에서 '올드보이'는 이제 대표작이 됐다. 마치 컬트영화처럼 돼 버렸다. 그렇게 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올드보이'로 인한 신상의 변화는.

 

▲'올드보이' 덕택에 미국에서 각본이 들어왔다. '스토커'를 만들기까지의 여정이 그때 발단이 됐다. 할리우드 배우가 나오고 영어로 영화를 만드는,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지게 된 거다. 그 일의 시발점이다.('스토커'에는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 니콜 키드먼을 비롯해 매튜 구드, 미아 바시코브스카 등이 출연한다.)

 

--스파이크 리 감독이 '올드보이'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를 한다. 특별히 허락한 이유는.

 

▲스파이크 리 감독을 개인적으로 잘 모른다. 다만, 미국판 리메이크 작업에 참여하는 프로듀서와 친분은 있었다. '스토커'를 찍을 당시 그 친구가 편집실에 놀러 오라고 초대했는데 바빠서 못 갔다. 당시 미안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안 가길 잘한 것 같다. 띄엄띄엄 보는 것보단 한 번에 완성품을 보는 게 낫다.

 

--'올드보이'를 다시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때는 혈기가 왕성했다. 지금 보면 유치한 부분도 있고, 반대로 저런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라는 장면도 있다. 지금 만든다면 아마 원작 '올드보이'보다 더욱 차분한 영화를 만들 것 같다. 당시는 '복수는 나의 것'(2002)을 찍은 직후다. 미니멀하면서도 드라이한 작품이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올드보이'는 (전작과는 달리) 에너지가 가득 차고 과잉된 열기를 뿜어내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은 '스토커'를 끝냈으니까 적어도 '스토커'와는 다른 분위기의 영화를 추구할 것 같다.

 

 

'올드보이'의 한 장면.

--'스토커'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차기작도 할리우드 작품인가.

 

▲미국에서 각본을 받아보고 있다. '스토커'를 찍으면서 할리우드에서 한 편 더 하자고 했다. 일단 연말까지는 할리우드의 각본을 받아볼 생각이다. 하지만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것 아닌가. 차차기 작으로 내정된 국내 작품 '아가씨'(새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작품)를 먼저 할 수도 있다.(웃음).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만들었는데 꼭 만들고 싶은 영화는 있나.

 

▲미국 스튜디오에 서부극, 스파이 스릴러, 공상과학 장르의 영화 시나리오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꼭 하고 싶은 장르의 영화들이다. 뮤지컬 영화도 한 편 찍어보고 싶다. 한국에서는 사극을 하고 싶다. 조선시대나 그 이전 시대를 배경으로, 점잖은, 요란하지 않은 분위기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

 

--할리우드 스태프의 간섭 탓에 '스토커'를 만들기 어려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스토커'를 만들 때 그들의 간섭이 많아 힘들었다. 하지만 다 만들어놓고 그런 간섭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나은 영화가 됐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결론은 '그렇지 않다'였다. 결국 스튜디오 사람들의 간섭은 생산적인 간섭이었던 거다.

 

--할리우드에서 블록버스터를 만들 생각은.

 

▲액션 영화도 좋아한다. 하지만, 투자에는 늘 대가가 따른다.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오락성과 보편성이 요구된다. 그런 오락성과 보편성을 지키면서도 자신의 고유한 비전을 포기하지 않는 작가들이 더러 있다. 크리스토퍼 놀런이나 데이비드 핀처 같은 감독들이다. 나도 내 비전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스토커'의 여주인공 미아 바시코브스카와 대화 중인 박찬욱 감독

--지금까지 9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올드보이'가 대표작이라 할 수 있나.

 

▲초기에 만든 2편인 '달은... 해가 꾸는 꿈'(1992)과 '3인조'(1997)는 심하게 부끄럽다. 결과물 그 자체보다 내가 영화를 만들면서 실수했던 것, 유치하기만 했던 생각들, 그런 것들이 떠올라 부끄럽다.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편인가. 영화감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준다면.

 

▲별로 노력하지 않았고, 준비된 인생을 살지도 않았다. 그때그때 코앞에 닥치는 일들을 해결하거나 혹은 회피하면서 살아왔다.(웃음) 영화감독이 되려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음…어렵다. 영화를 자주 보라고, 사회 경험을 많이 쌓으라고 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예술가의 마음가짐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여러 경험을 쌓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건 그 이후다. 두 번째는 기준을 높게 잡으라는 것이다. 자질은 있는데, 대충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일을 하다마는 친구들이 있다. 안타깝다.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마음먹게 하는 영화들이 있을 거다. 그런 작품을 만들기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그렇게 해도 감독이 될까 말까다. 그리고 좋은 기준을 설정하려면 좋은 영화만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짧다. 좋은 영화를 볼 때 나도 열심히 하면 저 작품에 근접할 수 있겠다는 의욕이 생긴다. 반대로 엉터리를 보면, 저 작품이 엉터리인 줄 알겠는데 '나랑 뭐가 다를까' '나도 비슷한 거 아닌가' '분명히 후진데…' 그런 생각이 들면서 자신감을 잃는다.

 

생각에 잠긴 박찬욱 감독

--'JSA 공동경비구역'(2000) 같은 사회드라마나 '사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같은 밝은 로맨스도 만들었지만 연출한 영화들이 대체로 어둡다. 어둠에 끌리는가.

▲인생은 즐겁고 행복할 때도 있지만 결국은 죽음으로 끝나는 것 아닌가. 그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걸 생각하면 인생이란 비극적인 부분이 있고, 작품을 하면서 그걸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평소에 나는 낙천적인 사람이지만 이야기를 만들 때는 그런 어두운 생각이 나를 지배한다.

--국내 감독과 해외 감독 중 가장 뛰어난 감독을 한 명씩만 꼽는다면.

▲국내는 김기영 감독(망설임 없이), 해외에서는(한참 망설이다)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이다. 비스콘티의 영화는 한 마디로 슬프다. 슬픔의 정수다.

--밝은 성격인데 어둡고 슬픈 것에 끌리는 게 재밌다.

▲원래 성격이 밝은 사람들이 인생에 거는 기대가 크지 않아서 어느 정도 체념하면서 살아간다. 그렇게 살면 크게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도 없다. 그런 삶의 태도가 낙천적으로 보이게 한다.

--지금 하는 일은.

▲서울시에서 맡긴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서울 아워 무비'(가제)라는 프로젝트인데, 서울에 관한 영상을 보내면 나와 내 동생(박찬경)이 편집하는 거다.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응모한 영상이 재미없으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많이 응모해주면 좋겠다.

동생 박찬경 감독과 함께 '서울 아워 무비'(가제) 준비 중인 박찬욱 감독.

buff27@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17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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