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 바로 "빙그레는 평생 고마운 친구"

posted Nov 1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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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첫 도전…"충청도 사투리·내면 연기, 무거운 짐이었죠"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아이돌 그룹 비원에이포(B1A4) 래퍼인 바로(본명 차선우·21)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빙그레'란 캐릭터를 입는 데는 몇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전라도(광주) 출신인 그가 극 중 충북 괴산 출신 빙그레의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해야 했고, 1992년생이어서 1994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은 다소 낯설었다.

 

또 전작인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빅히트를 해 후속작에 캐스팅되기엔 연기 경험도 없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 캠퍼스 생활도 해보지 못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만난 바로는 "이러한 어려움이 있었기에 내가 캐스팅될 거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며 "첫 연기 도전에서 무거운 짐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비원에이포 멤버들이 함께 오디션을 봤지만, 신원호 PD 등 제작진이 그를 캐스팅한 건 빙그레의 이미지와 무척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바른 생활' 청년 빙그레와 어울리는 그의 선한 눈매와 유순한 이미지 덕이다.

 

바로는 "다행히 감독님이 빙그레는 다른 역할과 달리 사투리를 많이 빼라고 주문했다"며 "충청도 사투리가 들릴 듯 말 듯했으면 좋겠다고 해 서울말인 듯하면서도 종결 어미에 '~겨' 등을 붙여 연기한다. 비원에이포 멤버 중 '네이티브 충청도'가 있어 도움을 받았다"고 웃었다.

 

빙그레는 '응답하라 1994' 주요 배경인 신촌하숙집의 '팔도 촌놈' 중 튀지 않는 캐릭터다. 걸죽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해태(손호준 분)와 조윤진(민도희), 경상도 사투리를 맛깔 나게 쓰는 삼천포(김성균) 등 캐릭터 강한 하숙생들이 매회 버라이어티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내지만 빙그레는 늘 이들의 투닥거림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다.

 

또 집안의 바람대로 의예과에 진학했지만 부모의 기대와 자신의 꿈 사이에서 내적인 갈등을 한다. 급기야 부모 몰래 휴학하지만, 과외를 하고 카페와 편의점, 호프집에서 착실히 아르바이트도 한다. 자기 마음을 유일하게 알아주는 의예과 선배 쓰레기(정우)와의 동성애 코드에 대한 의혹도 이는 인물이다.

 

내면 연기가 필요해 첫 연기 도전으로는 쉽지 않은 캐릭터다.

 

"빙그레는 속내와 생각을 감춘 친구예요. 아버지와의 갈등, 그 또래에 겪는 고민 등 복잡한 감정을 시청자에게 들키지 않아야 해 어려워요. 빙그레의 성 정체성은 저 역시 궁금해요. 감독님도 '대본에서 느껴지는 데로만 하라'며 확답을 주지 않으세요. 약간의 신비주의가 있어 대사가 오버 되면 감독님이 잡아주곤 하죠."

 

 

 

밝은 실제 성격과 달라 그는 빙그레가 되기 위해 1주일 동안 입을 닫고 살아보기도 했다. 함께 활동하는 멤버들이 '아픈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한동안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힘없이 다녔다. 요즘 평소의 몸 상태도 빙그레라고 웃었다.

 

지금의 30-40대가 청년기를 보낸 1990년대 문화를 공부하기 위해 각종 자료도 찾아봤다. 이상민·우지원 등 농구 스타들의 자료, 서태지와아이들 영상, 유행한 패션, 더블루·김건모 등 그 시대 유행한 음악 등을 섭렵했다. 요즘도 촬영 중 틈틈이 1990년대 음악을 찾아 듣고 있다. 사촌형 덕분에 삐삐로 불린 '비퍼', 가상 애완동물을 키우는 '다마고치' 등 당시 추억의 물건을 초등학교 시절 사용해봤다고 웃었다.

 

그는 "1990년대는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아날로그 감성이 매력"이라며 "지금은 스마트폰 시대여서 뭐든 각자 하지만 극 중 하숙생들이 모여 심은하의 드라마 'M'을 함께 시청하고 이문세의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듣는 그런 문화가 정겹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도 지방 출신으로 가수 오디션에 합격해 고교 시절 상경했고, 하숙집 장면은 비원에이포의 숙소 생활과 비슷해 대본을 볼 때마다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1화에 나온 지하철 장면은 저도 겪었어요. 처음 서울에 올라와 지하철 표를 어떻게 사는지, 지하철 출구가 어딘지 헤맸거든요. 또 건물의 회전문이 자동으로 돌아가는 것도, 버스가 중앙차로로 가는 것도 신기했고요. 하하."

 

그는 이어 "삼천포가 하숙집에서 자신의 물건을 못 쓰게 하는데 저도 숙소에서 제 피부 타입에 맞춰 산 스킨을 멤버들에게 '쓰지 말라'고 얘기한 경험들이 있다"고 다시 웃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지난 15일 9화에서 방송된, 비 오는 날 슈퍼 처마 밑에서 쓰레기와 소주를 마시며 가족,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장면을 꼽았다.

 

"이 장면을 위해 준비를 많이 했어요. 평소에도 쓰레기 선배의 장점만 찾아보며 존경하려 했죠. 연기지만 촬영 중 정말 쓰레기 선배에게 제 고민을 털어놓는 느낌이었어요. 저희 엄마가 요즘 아들보다 쓰레기 선배가 멋있다며 전화를 하십니다. 하하."

 

연기의 맛을 슬슬 알아가는 만큼 욕심도 생길 법하다.

 

그는 "첫 연기에 이런 드라마와 좋은 분들을 만난 건 진짜 운이 좋았다"며 "첫 걸음을 함께 디딘 빙그레는 무척 고마운 친구여서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연기에도 꿈이 있었기에 앞으로도 욕심은 난다. 내 나이와 감성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비원에이포의 멤버로도 해이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원에이포가 있어 멤버들 덕에 이런 기회를 얻었고, 저에게 1순위는 비원에이포거든요. 새 앨범 준비를 병행하고 있는데 평소보다 더 열심히 할 겁니다."

 

mimi@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17 08:0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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