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 다문화연극 연출 맡은 比결혼이주여성 마테오 씨

posted Nov 1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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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다문화가정 구성원들 개개인이 고유한 문화의 소유자인데 한국에서는 그저 결혼이주여성이라는 획일적 단어로만 통합니다. 공연을 통해 이주민들의 문화를 알리고 싶습니다."

 

다문화극단 샐러드(대표 박경주)의 세 번째 창작뮤지컬 '수크라이' 연출을 맡은 필리핀 출신의 로나 드 마테오(34) 씨는 12일 "지금 만들고 있는 장면들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비춰질 지 가슴이 설렌다"며 이렇게 말했다.

 

수크라이는 필리핀 엄마를 둔 다문화가정 아이가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다 외할아버지가 손수 만들어 준 머리 핀(수크라이)를 통해 친구들과 화해한다는 내용으로 14일 오후 4시 서울시립문래청소년수련관에서 첫 공연을 펼친다.

이 연극 연출을 맡은 마테오 씨는 2010년 5월 샐러드의 이주민 아카데미를 수료한 뒤 배우와 조연출로 활동하다 이번에 처음 연출을 맡았다.

 

샐러드의 첫 창작뮤지컬 '마리나와 비제'(2011)와 두 번째 작품 '가면 속의 비밀'(2012)도 다문화 배우들이 만든 작품이었지만 이번 세 번째 작품은 연출까지 이주민이 맡았다는데 의미가 있다.

 

박경주 샐러드 대표는 "샐러드에서 활동하는 이주민들 스스로 예술과 창작을 통해 사회와 소통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이주민들 스스로의 땀과 노력으로 한국사회에서 자신의 가치를 알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테오 씨는 "이 공연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 평화와 통합"이라며 "이번 수크라이 공연을 관객들이 필리핀의 가족관계나 현지 문화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의 폭을 넓히기를 기대하며 나아가 한국사회가 더 평화롭고 통합지향적인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필리핀 문화를 더 잘 소개할 수 있는 자료도 계속 찾아보고 있다. 또 스토리의 배경이 되는 필리핀 팔라완섬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무대에 재현해 낼지 고민 중이다.

 

마테오 씨의 고향은 필리핀의 유명한 휴양지 보라카이가 있는 아클란으로, 그는 이곳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놀이가 하나인 그런 유년기"를 보냈다. 이번 공연에서 그가 연출하려는 평화와 통합의 메시지는 바로 그의 유년의 추억에서 나왔다.

 

그는 선생님이 돼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아클란대학교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했지만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오면서 선생님의 꿈은 잠시 접어야 했다.

그렇지만 2010년부터 다문화극단 샐러드에서 연극활동을 시작하면서 또다른 꿈을 갖게 됐다.

 

그는 "한국의 다문화가정 구성원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소수이고 이들에 대한 한국사회의 이해도 그리 깊지 않다"며 "공연을 통해 이주민의 문화를 알림으로써 한국인들과 한국사회가 이주민들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5년간의 한국살이에 대한 소감을 묻자 그는 "처음 한국에 도착했을 때는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문화적 차이는 남편과 가족, 친구들의 도움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며 "그렇지만 겨울 추위는 한국 생활 5년이 지난 지금도 적응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연극 활동 외에도 또다른 어릴 적 꿈인 전문댄서가 되기 위해 일본의 유명 댄서인 유코 카세키 씨에게서 춤을 배우는 등 예술가로서의 끼를 발산하고 있다.

 

다문화극단 샐러드는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아시아의 문화를 소개하고 글로벌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신한은행의 지원을 받아 '아시아 뮤지컬' 창작공연 시리지를 제작하고 있다. 2011년 작품 '마리나와 비제'는 네팔 문화를, 지난해 '가면 속의 비밀'은 중국 문화를 소개했다.

kjw@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12 14:0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