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여제’ 금메달 박인비 선수, 인천공항 입국
'골프여제' 박인비(28)가 금의환향했다. 박인비는 지난 2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코스(파71·6245야드)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골프 최종 4라운드서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로 우승했다. 지난 1900년 파리올림픽 이후 무려 116년 만에 부활한 여자골프에서 따낸 값진 금메달이었다. 당초 박인비는 오는 24일 선수단 본진과 함께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손가락 부상 보호를 위해 하루 먼저 한국으로 돌아왔다.
박인비는 "많은 분들이 환영해주셔서 실감이 난다. 그동안은 박인비를 위해서 경기할 때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나라를 대표해서 경기를 했다. 정말 감동적이었다. 18번홀에서 들은 애국가는 어떤 노래보다 최고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손가락 부상과 주변의 시선을 딛고 따 낸 금메달. 그는 마지막 우승을 확정짓고 만세를 불렀다. 박인비는 "한달 반 정도 준비하면서 고생하고 그런 순간들이 떠올랏다. 내 한계에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노력한 것을 후회없이 해보자고 했는데 그 결실을 맺은 날이었다. 금메달이라서 더 기뻤지만 올림픽을 나가서 많은 무게감을 견디면서 경기를 끝냈다는 것 자체가 자랑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가족과 남편에 대한 고마움도 표했다. 박인비는 "남편이 다시 용기를 낼 수 있게 일으켜 세워줬다. 내겐 가장 중요한 스윙코치이자 남편이자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고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버팀목인것 같다. 그런 남편이 있어 행복하다"고 전했다. 복귀는 몸 상태 여부에 따라 결정한다. 당분간은 휴식을 취하며 향후 일정을 가늠한다. 그는 "아직까지 다른 큰 장기적인 목표는 없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컨디션 회복이다. 그게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한국에서 한 달 반 훈련했는데 그때가 휴가철이었다. 못 쓴 휴가 쓰고 싶고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효녀 박인비 “할아버지 왜 우세요?”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국민효녀 박인비 선수가 인터뷰 후 처음 한 일은 할아버지 목에 금메달을 걸어드리는 일이었다. 할아버지 박병준 씨를 발견하자 무표정이었던 박인비의 얼굴에 미소가 활짝 피었다. 박인비는 곧바로 목에 있던 금메달을 벗더니 할아버지 목에 걸었다. 박병준 씨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내 눈물을 주룩 흘리며 “내 손녀 인비가 이제 국민의 딸이 된 것 같네요”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박인비도 눈가에 눈물이 그렁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유지했다. 몸도 마음도 훌쩍 커버린 손녀 박인비는 “할아버지 왜 우세요”라며 할아버지를 꼭 껴안으며 달랬다. 박인비의 가족사랑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의 수많은 우승 후의 인터뷰에서 단 한 번도 잊지 않고 언급한 것이 가족이며 그중에서도 할아버지다. 박인비가 골프를 시작한 이유도 할아버지의 소원인 ‘3대가 함께 골프 치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 할아버지 박병준씨는 평소 검소하기로 유명했는데 박인비가 경제력이 힘든시절 “골프하는데 써라”며 500만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박병준 씨는 국민 딸로 거듭난 손녀가 대견했고, 박인비는 금메달로 할아버지 기대에 부응했다.
권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