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의 음악적 다양성 응축…시간 견디는 음악이길"

posted Nov 1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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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5집 '고독의 의미' 발표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싱어송라이터 이적(본명 이동준·39)의 노래는 시간 차를 두고 사랑받는 곡들이 꽤 있다. '거위의 꿈'(카니발), '다행이다'(이적) 등은 발표 당시 히트곡이 되기보다 오랜 시간에 걸쳐 다시 불리거나 뒤늦게 주목받곤 했다.

 

과거 인터뷰에서 '시간을 견디는 음악'을 하고 싶다던 그의 말처럼 단시간에 소비되기보다 세월의 흐름에 잘 견디는 내공이 있어 특화된다.

 

이적은 3년 만에 5집 '고독의 의미'를 발표하면서도 "대단한 성적을 낼 걸 기대하진 않지만 시간이 지나도 계속 듣고 부르게 되는 음악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13일 서초구 반포동에서 열린 5집 감상회 겸 기자간담회에서다.

 

그런 바람에 대한 자신이 있는 건 앨범 발매 시점에 쫓겨 숙제하듯 음악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떠오르는 악상을 기타와 피아노로 쳐 컴퓨터와 휴대전화에 담아뒀다. 3년간 모아보니 60여 개 음원 파일이 쌓였다. 쓸만한 곡 20여 곡을 골라 편곡을 해봤고 예전 곡과 비슷하거나 쉽게 질리는 곡을 과감히 쳐냈다. 가사를 붙이며 다시 거르는 작업을 해 최종 10곡을 5집에 수록했다. 곡을 쓸 때는 보통 기복이 있는데 이번엔 '곡 빨'이 잘 붙었다고 했다.

 

"마감의 압박에 시달리면서 작업하는 게 갑갑했어요. 그런데 이번엔 시간을 많이 두고 수정 작업을 해 이상적인 형태로 작업했죠. 녹음 전 편곡과 가사 작업이 끝나고 많이 불러본 뒤 녹음한 건 오랜만이에요. 지난 3월께 80%를 완성했죠."

 

습작을 압축한 앨범은 지난 18년간 이적이 패닉(이적·김진표), 카니발(이적·김동률), 솔로, 밴드 긱스를 오가며 선보인 음악의 다양성이 총체적으로 구현됐다. 어쿠스틱 사운드의 3집, 어쿠스틱에 현악 편성을 더한 4집 등 전작에서 보여준 일관성에서 탈피해 아날로그와 일렉트로닉, 복고와 트렌디한 감성, 대중적이거나 마니아적인 곡들이 혼재돼 있다.

 

타이틀곡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에서 묵직하게 깔린 피아노 사이로 이적의 쓸쓸한 목소리가 들린다면, '사랑이 뭐길래'에는 록과 일렉트로닉 문법이 조화를 이루며 타이거JK가 랩을 더했다.

 

또 '이십년이 지난 뒤'가 마치 비틀스에 대한 오마주처럼 아련하다면, '뜨거운 것이 좋아'는 록 페스티벌에 어울릴 법한 시원한 록이다. '병'은 패닉의 2집을 좋아한 팬들이 이적이 나이 먹고 유들유들해졌다는 실망감을 누그러뜨릴 전위적인 곡이다.

 

이적은 "어쿠스틱 사운드의 단조로움에서 탈피하고 싶었다"며 "내가 그런 음악만 하는 사람도 아니고 좀 정체되는 느낌도 받았다. 과거 패닉하다가 카니발, 솔로, 긱스 등을 오갔듯이 사운드적으로 새로운 걸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앨범은 극과 극의 소리를 부산스럽게 오가는 경박함은 없다. 통일성을 부여한 건 노랫말이다. 앨범 제목인 '고독의 의미'에서처럼 20대의 이적이 20년이 지나 40대에 비로소 느끼는 삶의 고독한 감정들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삶이 아주 길 것 같았지, 까마득했지 이십년이 지난 뒤, 이젠 두려울 만큼 짧다는 걸 알아, 눈 깜빡하면 이십년이 지난 뒤~'('이십년이 지난 뒤')

'아무 것도 몰라요, 라고 하기엔 난,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온 것 같네요~'('고독의 의미')

 

그는 "나이가 주는 고독감, 위기감이지 가정생활은 매우 행복하다"며 "'내가 언제까지 음악하고 공연할 수 있을까' 등 작업실에서 혼자 드는 여러 생각이 작용했다.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인생의 고독을 얘기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가사의 폭은 넓어져야 한다고 여긴다"며 "내 안에서 영역을 조금 더 넓힐 필요가 있다. 어른들이 들을 노래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처럼 곡 당 소비되는 음악 환경에서 이처럼 공들여 정규 앨범을 내는 건 쉽지 않은 행보다.

 

"바뀐 음악 환경을 지켜보며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해요. 하지만 싱글로 내면 바다에 물방울 던지듯 무기력한 곡들이 정규 앨범에선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중요한 곡들이어서 더 집착이 생기죠. 그럼에도 매번 정규 앨범은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작업합니다. 폼나게 마지막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번에도 최선의 노력을 했고 그래서 결과물에 만족하죠."

 

그는 앨범 공백기이던 지난 2011년 MBC '무한도전'의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 출연해 유재석과 '처진 달팽이'란 팀으로 '압구정 날라리'를 히트시켰다. MBC 시트콤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에 출연하고 음악 감독도 맡았다. 올해는 엠넷 리얼리티 프로그램 '방송의 적'에도 코믹하게 등장했다. 음악적인 무게감이 주는 이미지와 상반된다.

 

"예능을 개척해 새로운 뭔가를 하겠다는 욕심은 없어요. 단지 제가 예능 프로그램 보는 걸 좋아하고 팬이 된 연출자의 제안을 받으면 할 뿐이죠. 긍정적인 측면은 어린 세대의 관심을 받았다는 점이에요. 하지만 유희열 씨처럼 웃기지도 못하고 정재형 씨처럼 뜨지도 못해 여전히 예능으로 한칼을 해보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하하."

 

'가왕', '황제' 등의 타이틀은 없지만 그는 1995년 패닉으로 데뷔한 이래 18년간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비결이 뭔지 묻자 자신의 장점을 정확히 짚는다.

그는 "난 한 번도 '빵'하고 스타로 뜬 적이 없다"며 "소모되지 않았다는 점이 비결이다. 음악에서도 다작하지 않았다. 투수의 투구 수가 있다면 작곡을 할 때도 그런 부분이 잘 조절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mimi@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14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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