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중국 예인 팽려영 한중예술협회 대표

posted Nov 0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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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조선족이 아닌 한족 입장에서 한국 음악을 중국에 소개하고 중국의 음악을 한국에 알리고 싶습니다."

 

팽려영 사단법인 한중예술협회 대표(27.여)는 5일 "중국에서 교수가 돼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한-중 예술협회를 활용해 문화교류를 통한 양국간 우호 증진에 기여하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중예술협회는 팽 씨가 2010년 개인사업체로 시작한 한중전통예술협회를 지난 4월 사단법인으로 재창립한 문화예술단체로 얼후와 고쟁 등 다양한 중국 악기를 가르치고 음악을 활용한 중국어 강의를 하고 있다.

 

팽 씨는 "2010년 설립 당시에는 한중전통예술협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했지만 한-중간 문화예술 교류를 굳이 '전통'에만 국한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 지난해 이름을 바꾼 뒤 올 초 사단법인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여전히 두 나라 전통음악에 훨씬 더 많은 애정을 갖고 있었다.

 

4살 때부터 한국의 가야금과 비슷한 중국 전통악기 '고쟁'을 배우기 시작해 산둥성 예술학교에서 초ㆍ중ㆍ고 과정을 마치고 16살 때 중국 내 첫 음악대학이라는 톈진음대에 입학했다. 초급 과정을 마친 뒤 시험을 통해 중학 1·2학년 과정을 생략하고 3학년으로 월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학을 나온 2006년 다른 나라 악기를 다뤄보고 싶었던 그는 가까운 이웃나라인 한국에 오기로 결심하고 혼자 우리말을 익히고 정보도 수집한 뒤 자비로 한국에 왔다. 중국 전통악기 전공자의 한국 유학은 그가 처음이었다.

 

그는 경기대학교 어학당에서 1년간 우리말을 더 배운 뒤 2007년 서울대 국악과 대학원에 입학해 고쟁과 비슷한 가야금을 전공했고 2010년 8월 석사학위를 딴 뒤 곧바로 중앙대 한국음악학과 박사과정에 진학, 현재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중앙대 예술대학 강의도 맡아, '창작실습' 과정 학생들이 스스로 작품을 만들고 공연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그는 공부하고 강의하는 외에도 하는 일이 많다. 서울대 석사과정을 시작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주한중국문화원에서 '음악중국어'를 강의하면서 고쟁을 가르쳤고 화교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출산을 위해 하던 일을 모두 접었지만 아기를 낳고 곧바로 한-중 두 나라 사이의 문화교류 사업에 착수했다.

 

올 초 설날 직전 한국의 피리를 연주하는 대학생과 교수 등 5명이 중국 옌타이대학에서 현지 교수들과 함께 한 달간 숙식을 같이하면서 서로의 음악세계를 배울 수 있도록 했고 지난달에는 한국인 학생과 학부모 등 9명을 중국 상하이

에서 열린 중국악기박람회에 참가하도록 했다.

 

연말에는 다시 중국 학생들을 데려와 한국음악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구상중이다.

 

팽 대표는 "중국인 모집은 2011년 설립한 한중예술협회 중국지부에서 맡아서 하고 있다"며 "중국 지부를 둔 것은 최근까지 계속되는 중국 내 한류를 두 나라 전통음악에까지 확산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류는 드라마와 영화 또는 K-POP에 국한돼 있고 유행을 타는 측면이 있다"면서 "중국에서 한류 바람이 멈추지 않도록 하려면 한복은 왜 입고, 김치는 왜 먹는지 등등 한국문화 저변에 흐르는 정서를 중국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가 두 나라 전통음악 교류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것도 문화의 깊이를 간직하고 있는 전통의상과 전통악기를 함께 보여주고 들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중예술협회 외에도 교통방송에서 진행하는 '팽려영과 한뼘 중국어'와 중국어방송 등 2개 프로의 DJ를 맡고 있다.

 

또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KBS 월드라디오 아나운서 겸 리포터로 활동했고, 비슷한 시기 약 5년간 웅진재단의 다문화음악방송 DJ로 일했다. 이주여성들이 출연하는 유명한 '미녀들의 수다'에도 1년 반이나 출연했다.

 

팽 씨는 2006년 처음 한국 온 해 선배 결혼식에 갔다 만난 한국인과 결혼했고 아기는 외동딸의 고생을 보다 못한 고향의 부모님이 한국에 와 돌봐주고 있다.

덕수궁 정문 앞에 있는 한중예술협회는 현재 고쟁과 얼후, 비파와 마두금 등 4개 중국 전통악기 동호회를 운영하면서 각각의 선생님을 두고 강습을 진행하고 있고, 매주 월요일 오후 5-7시 음악중국어를 강의한다.

 

협회는 또 매월 마지막 토요일 저녁에는 수강생들의 발표회를 겸한 미니콘서트를 열고, 각종 악기를 비치해 놓고 방문객들을 맞고 있다.

 

(팽려영 한중예술협회 대표가 학생들에게 중국 전통악기 얼후를 지도하고 있다.)

 

kjw@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05 14:2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