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누 여제' 이순자의 아름다운 배려

posted Nov 0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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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누 여제' 이순자 선수
'카누 여제' 이순자 선수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전국체전 13연패의 기록을 갖고 있는 이순자 선수. 올해 전국체전에서는 후배들에게 주종목을 양보하며 14연패에 실패했다. 2013.11.6 <<지방기사 참조>> chinakim@yna.co.kr
 

주종목 양보해 전국체전 14연패 실패

"내년 아시안게임 금메달 목표"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전국체전 14연패에 도전했던 카누 여제(女帝) 이순자(36) 선수가 올해 전국체전에서 결국 13년간 이어가던 기록을 끝맺었다.

'전국체전 13연패', '아시안게임 3연속 출전', '도하 아시안게임 동메달', '국내 최초 올림픽 자력 출전' 등 이 선수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만 봐도 '카누계의 전설'이라는 호칭이 헛말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 인천에서 열린 전국체전에서 '카누 여제'는 아쉽게 은메달 두 개를 획득하는데 그치면서 '전국체전 14연패'의 금자탑을 쌓지 못했다.

 

혹자는 "나이는 속일 수 없다", "이제 한물간 것 아니냐"며 입방아를 찧어 댔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 선수의 속 깊은 배려가 숨어 있었다.

이 선수의 주종목은 카누 개인 500m와 200m.

전국체전 참가한 '카누 여제' 이순자 선수
전국체전 참가한 '카누 여제' 이순자 선수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전국체전 13연패의 기록을 갖고 있는 이순자 선수. 올해 전국체전에서는 후배들에게 주종목을 양보하며 14연패에 실패했다. 2013.11.6 <<지방기사 참조>> chinakim@yna.co.kr

 

그는 2000년부터 2011년까지 개인 500m 종목에서 단 한 차례도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지난해 500m 종목에서 아쉽게 2등을 차지했지만 2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전국체전 13연패라는 전무후무한 '대위업'을 쌓았다.

 

올해 전국체전에서 이 선수는 명성에 비해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런 아쉬

운 결과가 나온 이유는 후배들을 위해 이 선수가 주종목을 양보하고 단체 2인, 4인 경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양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제가 양보한 것이 아니라 후배들이 그만큼 성장했고 이제는 자리를 비켜 줄 때가 된 것뿐"이라면서 "은메달도 훌륭한 성적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에도 개인전이 아닌 단체전으로 나가서 꼭 금메달을 되찾아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의 배려로 같은 팀 김국주 선수는 개인 200m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국체전서 은메달 딴 이순자 선수
전국체전서 은메달 딴 이순자 선수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전국체전 13연패의 기록을 갖고 있는 이순자 선수. 올해 전국체전에서는 후배들에게 주종목을 양보하며 14연패에 실패했다. 2013.11.6 <<지방기사 참조>> chinakim@yna.co.kr

 

이 선수는 "사실 지난해 500m 13연패 기록이 깨지고 나서 후배들에게 길을 터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오히려 연패의 굴레에서 벗어나니 홀가분했다.

후배들이 잘해줘서 고맙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손영환 전북카누연맹회장은 "이 선수는 집중력이 일반 선수와 다르다. 목표의식이 뚜렷하고 본인 의지가 강해 훈련량도 많다"면서 "연습 때도 시합이라고 생각하고 주문한 훈련량도 100% 이상 소화하는 등 후배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훌륭한 선수"라고 이 선수를 소개했다.

 

그의 나이는 올해로 36세. 띠동갑 이상 차이가 나는 선수들과 경쟁해가며 14년간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지만, 이제는 슬슬 은퇴를 생각할 나이다.

 

그는 요즘 지도자 준비를 병행하면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위해 젊은 선수들 못지않은 훈련량을 소화하고 있다.

 

이 선수는 "내년을 선수 생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훈련을 하고 있다. 지도자 준비도 틈틈이 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과 군산을 오가며 쉴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은퇴를 하겠다는 각오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장래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제 노하우를 가지고 후배 양성도 하고 싶고, 선수가 아닌 일반 애호가로 카누가 아닌 다른 종목에도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chinakim@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06 06: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