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이주영 특파원 = 미국과 호주가 동남아시아 각국의 대사관 등 외교시설을 활용해 감청 등 광범위한 스파이활동을 벌여왔다는 의혹을 둘러싼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3일 외신과 인도네시아 언론은 인도네시아에 이어 말레이시아, 태국까지 미국과 호주에 스파이활동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강력히 항의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은 미국이 2011년 이후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맞서 전개해온 아시아 중시 외교 전략이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발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불참 등으로 후퇴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발생해 그 영향이 주목된다.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이에 앞서 지난달 30·31일(현지시간) 에드워드 스노든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의 폭로 문건을 인용, 미국과 호주가 동남아 주재 외교시설에서 광범위한 정보수집 활동을 해왔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이런 스파이행위에 자카르타, 방콕, 하노이, 동티모르 딜리, 쿠알라룸푸르,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르즈비 등의 호주 외교 시설들도 관여했다고 덧붙였다.
보도가 나온 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런 행위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며 자카르타 주재 미국과 호주 대사관에 즉각 해명을 요구하고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호주 퍼스에서 열린 제13차 인도양 연안 지역 협력 협의회에 참석한 마르티 나탈레가와 인도네시아 외무장관은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에게 직접 이 문제를 제기하고 "양국 사이에 수십 년간 발전하고 성숙돼온 신뢰와 믿음에 손상이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도 미국과 호주의 쿠알라룸푸르 주재 외교 대표들을 차례로 불러 자국 내 외교 시설의 정보 수집 활동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항의문서를 전달했다.
아니파 아만 외무장관도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을 만나 스파이활동 의혹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그런 행위가 양국 간 우호관계를 심각하게 손상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태국 정부도 미국의 스파이활동에 강한 거부감을 표했다. 태국 국가안보회의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스파이활동은 태국 법을 위반한 범죄라며 미국이 도청 협조를 요청했더라도 협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3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정보수집 사태에 대해 일부 감시활동이 "도를 넘어선(too far) 부분이 있다.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중"이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반발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03 14:2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