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자치구 상무위원 교체·신장자치구 서기 '호된 질책'
(홍콩=연합뉴스) 황희경 특파원 = 중국 당국이 지난달 28일 발생한 톈안먼(天安門) 차량 돌진 사건을 위구르 독립운동 단체의 테러로 규정한 가운데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강화될 전망이다.
중국 당국은 또 신장 자치구의 당 상무위원을 돌연 교체하는 등 문책성 인사를 단행해 이 지역에서의 감시와 탄압이 더욱 거세질 것일음을 예고했다.
3일 홍콩 명보(明報)에 따르면 중국 공안 당국은 베이징에 있는 잠재적 용의자들에 대한 조사는 물론 신장 지역 휴대전화가 베이징 관내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감청을 시작하도록 조치했다.
또 베이징에 들어오는 신장 호적 사람들에 대해 더욱 엄격한 규제와 관리를 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궈진룽(郭金龍) 베이징시 서기는 지난 1일과 2일 경찰의 조사상황과 감시상황 등을 현장점검하고 보안활동을 더욱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당국은 이와 함께 3일 신장 자치구의 새로운 당 상무위원으로 류레이(劉雷) 신장군구 정치위원을 임명했다.
상무위원 교체는 중국 당국이 이번 사건의 배후에 위구르 독립운동조직이 있다고 규정한 직후 이뤄진 것으로 위구르 독립운동 조직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 데 대한 문책성 인사로 해석된다.
중국 당국의 통제·감시 강화 조짐은 사건 직후 열린 정치국 회의 분위기에서도 감지됐다.
당 지도부가 수도 베이징의 중심부에서 이런 사건이 터진 데 대해 진노한 가운데 사건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베이징에서 소집된 정치국 회의에서는 신장자치구의 장춘셴(張春賢) 당서기가 심한 질책과 비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방문으로 자리를 비운 마카이(馬凱) 부총리와 쉬치량(許其亮) 중앙군사위 부주석을 제외한 정치국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회의에서 장 서기는 '기층의 갈등을 없애지 못하고 현지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으며 우환을 싹부터 잘라버리지 못한 데' 대해 비판과 함께 큰 압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부의 질책에 따라 그동안 온화한 이미지로 '유연한 신장 통치'를 내세웠던 장 서기가 강경 정책으로 돌아서면서 분리독립 세력에 대한 단속의 고삐를 더욱 죌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장 서기 외에도 국가 반(反)테러공작영도소조 조장을 겸하는 궈성쿤(郭聲琨) 공안부장에게도 압박이 가해진 것으로 알려져 공안 당국 차원의 위구르인 감시·통제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 당국이 이번 사건을 위구르 독립운동단체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의 소행이라고 규정한 데 대해 위구르족 사회에서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ETIM의 세력이 최근 크게 약해진 만큼 신장에서 멀리 떨어진 베이징에서 이런 사건을 저지를 만한 역량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위구르족 학자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ETIM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아프가니스탄전 개입 이후 세력이 크게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ETIM은 남부 신장 지역의 일부 위구르인, 특히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정신적인 영향력이 있을지 몰라도 오늘날 영향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상하이(上海)에서 신장의 사회문제를 연구하는 한 위구르족 학생도 9·11 이후 ETIM이 미국의 테러리스트 명단에 포함됐다면서 "오늘날 신장의 위구르족들이 ETIM과 접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번 사건의 용의자인 우스만 하산이 가족을 잃은 데 대한 보복으로 이번 사건을 일으켰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하산의 가족을 안다는 RFA의 위구르어 방송 청취자는 하산이 2009년 신장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 발생한 한족과 위구르족 간의 유혈 충돌로 가족을 잃었다면서 복수심에 이런 짓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산의 학교친구였다는 또다른 소식통은 하산의 동생이 수년 전 의문의 교통사고로 숨졌다면서 하산이 당시 사고의 책임을 중국인에게 돌렸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03 15:4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