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사고 스크린 도어, 풍압(風壓)내구성 없는 반값도어, 고장잦아
소잃고 외양간 고치나? 서울지하철에는 121개 역이 있다. 서울지하철 1∼4호선 중 스크린도어(안전문)를 먼저 설치한 24개 역의 역당 설치비용과 비교해 나중에 설치된 역의 설치비용이 ‘반값’에 불과했던 것으로 한언론의 보도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1년 넘게 걸렸던 설치 기간도 반년 이내로 줄었고 지난달 28일 사망 사고가 난 지하철 2호선 구의역도 스크린도어가 반값으로 지어진 곳 중 하나로 드러났다. 서울메트로 용역업체 관계자들은 3일 “처음 스크린도어를 24개 역에 도입할 당시에는 1개 역에 약 35억 원의 비용이 투입됐지만 이후 서울메트로가 나머지 97개 역에서 낸 입찰에서는 요구 사항을 대폭 간소화하고 공기(工期)를 줄여 설치 용역비가 18억 원 안팎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풍압(風壓)에 대한 내구성 확보 등 처음 24개 역에는 포함됐던 사항이 다수 생략된 것으로 파악됐다. 풍압은 두 지하철이 교차하는 순간에 발생하는 바람의 압력을 말한다. 유지 보수 업체의 한 관계자는 “무리하게 비용을 낮추고 날림 공사를 한 탓에 고장이 잦을 수밖에 없다”며 “반값으로 지어진 스크린도어는 그렇지 않은 곳보다 고장률이 10배가 넘는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도 구의역과 을지로4가역에서 동시다발로 고장이 발생하면서 ‘2인 1조’ 규정을 지키지 못한 탓이 컸다.
정수영 서울메트로 사장직무대행은 이날 열린 서울시의회 업무보고에서 ‘부실시공’을 사실상 인정했다. 정 사장대행은 “스크린도어는 달리는 열차와 인접한 위험 시설이지만 최초 건설 당시부터 짧은 기간에 밀어붙였다”라며 “이 때문에 고장이 잦고, 유지 보수 효율화에도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처럼 부실시공이 된 상황에서 ‘고장 예방을 위한 정비’ 예산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서울메트로의 한 관계자는 “2008년 구조조정과 함께 안전 설비 유지 보수를 외주로 전환하면서 고장을 사전에 예방하는 정비 명목은 대폭 줄이고, 고장 후 조치에 대한 비용만 유지됐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직 직원의 채용을 보장하도록 규정한 서울메트로의 위탁사업 입찰 조건에 대해 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사고 희생자가 소속된 용역업체 은성PSD가 서울메트로와 체결한 ‘외부 위탁 협약서’에는 서울메트로 퇴직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해 우선 배치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 퇴직 전 임금의 60∼80%를 잔여 정년에 따라 지급하는 내용도 담겨 ‘메피아’(메트로+마피아) 논란이 제기됐다. 한 시민은 “그러면 뭐하나?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가? 이런 사고는 메피아 구조나 공기업 낙하산 인사가 근절되지 않는 한 언제나 발생할 것이다. 요즘 노조가 노조인가? 비정규직 피빠는 귀족노조들이지,,,”라고 말했다.
19세 수리공은 박봉…'메피아' 복지비까지 年24억 받아
메피아의 구조를 보자면, 서울메트로 출신 1~4급 직원 38명이 스크린도어 용역업체인 은성PSD에 '낙하산'으로 들어가 연간 24억원에 달하는 연봉과 복지비를 받아온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달 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19세 수리공 김모씨가 비정규직으로 컵라면을 먹으며 일해도 월급 144만원을 받은 것과 너무나 대조되는 것이어서 서울메트로 출신 '메피아(메트로+마피아)'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메트로 출신 직원 38명의 '연봉·복지비 산출근거표'에 따르면 이들은 2015년 5월부터 올해 6월 31일까지 용역업체 은성PSD 정규직으로 연봉과 복지비를 총 24억2033만원을 받았다.
이는 서울메트로와 은성PSD가 2011년부터 이어온 계약을 지난해 한 차례 연장하며 맺은 계약조건에 포함된 내용이다. 서울메트로와 은성PSD의 지난해 5월~올해 6월 계약서. 계약조건에는 메피아 출신 연봉과 복지비가 명시돼 있다. 서울메트로 출신 직원들은 2011년 스크린도어 용역업체 은성PSD 설립 당시부터 일찌감치 '정규직 낙하산'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은성PSD 총 직원 125명 중 메트로 출신 직원은 90명에 달했다. 전체 직원 중 72%가 메트로 출신 낙하산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당시 구조조정으로 갈데가 없던 서울메트로 직원들을 은성PSD에 앉히며 '메피아'가 시작된 것이었다. 최판술 서울시의원의 또 다른 문건에 따르면 이들은 서울메트로 1~4급 출신 직원들이었다. 설립 당시 1급 서울메트로 인사처 직원은 대표이사를, 또 다른 인사처 1급 직원은 감사를 꿰찼다. 또 다른 서울메트로 인사처 출신 1급 직원 3명이 각각 관리이사와 운영이사, 강남지사장 등을 맡았다. 사실상 스크린도어 수리에 관해 전혀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 인사' 들이 줄줄이 용역업체의 주요 보직을 차지한 것이다.
2011년 90명이던 메피아들은 연이은 퇴직으로 지난해 38명까지 줄었다. 이들의 연봉은 기본급과 야간근로수당, 상여금을 합쳐 21억4187만원, 퇴직급여충당금 1억6815만원은 고정비로 편성됐다. 복리후생비는 선택적 복지비 4380만원과 교통보조비 5320만원, 건강검진비 1330만원을 합쳐 1억1030만원을 받았다. 연봉과 복지비를 전부 합치면 연간 총 24억2000만원으로 서울메트로 출신 직원 38명을 위해 평균 6368만4210원의 고정비가 편성된 셈이다.
서울메트로 출신 직원들이 정규직으로 고액 연봉과 복지비를 챙긴 반면, 지하철역에서 동분서주하는 직원들은 '비정규직'에 처우가 열악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구의역에서 사망한 19세 수리공 김씨도 밤늦게까지 일하면서도 매달 144만원에 불과한 월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이같은 박봉에도 대학 진학을 위해 144만원 중 100만원을 적금했고, 동생 용돈까지 챙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데도 메피아구조가 아닌가?
엄원지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