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혈 교육인이 본 한국 다문화' 다큐멘터리 화제

posted Nov 0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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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다문화 다큐멘터리 만든 신디 루 하우씨
한국 다문화 다큐멘터리 만든 신디 루 하우씨
(서울=연합뉴스) 흑인 혼혈로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교육을 전공한 신디 루 하우(35,사진) 씨는 미국 혼혈인인 매트 켈리(35)씨와 함께 지난해부터 한국의 다문화 가족, 다문화 아동, 교사, 다문화 관련 단체 관계자 등을 인터뷰해 다큐멘터리 '이븐 더 리버스'(Even the Rivers)를 제작하고 있다. 그는 "한국은 역사적으로 '한민족'을 강조해왔고 이 때문에 급속도로 진행되는 다문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처럼 한국 사회가 다문화 아동의 증가를 인정하지 못하면 머지않은 미래에 인종적 하층계급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3.11.1 << 하우씨 제공 >> photo@yna.co.kr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한국사회 변화 희망"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교육을 전공한 혼혈인이 다문화 가정과 아동의 목소리를 담아 한국의 다문화 사회와 교육정책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화제다.

 

흑인 혼혈로 서울에서 태어난 신디 루 하우(35·여) 씨와 역시 미국 혼혈인 매트 켈리(35) 씨는 지난해부터 한국의 다문화 가족, 다문화 아동, 교사, 다문화 관련 단체 관계자 등을 인터뷰해 다큐멘터리 '이븐 더 리버스'(Even the Rivers)를 제작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한국의 속담을 인용해 만든 이 제목은 인구통계학적으로 다문화·다민족 사회로 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순혈주의'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와 국민에 보내는 일침이다.

 

"한국 정부가 다문화 아동을 위한 유치원과 학교를 만든다고 하는데 그런 임시방편적인 방법으로는 다문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어요. 오히려 아이들을 이 사회로부터 더 고립시킬 뿐입니다. 아이들이 그들의 가정 배경 때문에 이 사회에서 배척되는 현실을 바꿔야 합니다."

 

이들은 다큐멘터리에서 다문화 아동의 정규교육 탈락률이 40%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우 씨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교육을 극찬했지만 높은 성적을 강조하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이상적이지 않으며 모두에게 평등한 교육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특히 다문화·다민족 아동에게 한국 학교는 적대적일 정도"라고 지적했다.

 

하우 씨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흑인 혼혈인 그가 놀림이나 괴롭힘을 받을까 걱정한 부모는 그가 태어나자 곧장 미국으로 이주했다. 30살이 돼서야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는 그는 한국의 다문화 아동을 볼 때면 '한국을 떠나지 않았다면 내 삶은 어떻게 됐을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털어놓았다.

 
한국 다문화 다큐멘터리 '이븐 더 리버스'
한국 다문화 다큐멘터리 '이븐 더 리버스'
(서울=연합뉴스) 흑인 혼혈로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교육을 전공한 신디 루 하우(35) 씨와 미국 혼혈인인 매트 켈리(35)씨가 함께 만든 다큐멘터리 '이븐 더 리버스'의 포스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한국의 속담을 인용해 만든 이 제목은 인구통계학적으로 다문화·다민족 사회로 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순혈주의'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와 국민에 보내는 일침이다. 하우씨는 "한국은 역사적으로 '한민족'을 강조해왔고 이 때문에 급속도로 진행되는 다문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처럼 한국 사회가 다문화 아동의 증가를 인정하지 못하면 머지않은 미래에 인종적 하층계급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3.11.1 << 하우씨 제공 >> photo@yna.co.kr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국제교육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08년 한국에 돌아와 펄벅재단과 MACK(Movement for the Advancement of the Cultural-diversity of Koreans)재단에서 일한 그는 이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학회, 학교, 단체 등에서 한국의 다문화화와 다문화를 받아들이는 한국의 모습과 관련된 강연을 해왔다.

 

그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한국은 역사적으로 '한민족'을 강조해왔고 이 때문에 급속도로 진행되는 다문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처럼 한국 사회가 다문화 아동의 증가를 인정하지 못하면 머지않은 미래에 인종적 하층계급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본 한국 사람들이 한국 사회의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비슷한 경험이 있는 국가로부터 조언을 받아 다문화 사회로 지혜롭게 진입하는 것이 이들의 바람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내년 봄 완성을 목표로 편집이 진행 중

이다.

 

다문화 문제의 해결법을 묻는 말에 그는 '한류'를 예로 들어 답했다.

 

"말레이시아, 브라질, 영국, 미국 등 한국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한류 열풍이 불었잖아요. 이들 국가가 한국의 새로운 문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인 덕분에 한국과 더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비슷한 경험을 했던 다문화 국가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가는가를 살펴보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chomj@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01 13:3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