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게이트,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정운호, '군납 로비'도 드러나-브로커에 5천만원 건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군대 내 매장(PX)에 화장품을 판매하고자 브로커에게 금품을 건넨 의혹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PX에 화장품을 납품하게 해주겠다며 5천만원을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브로커 한모(58)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한씨는 2011년 9월 "국군복지단 관계자에게 부탁해 PX에 화장품을 납품하게 해주겠다"며 경비 등 명목으로 정 대표에게서 5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이 불거지자 일각에서는 정 대표가 로비 활동을 위해 '대외 직함' 성격으로 네이처리퍼블릭 고위직을 주겠다고 한씨에게 제안했고, 한씨가 이에 응해 돈을 받고 알선·청탁과 관련한 일을 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밖에 한씨는 기업 인수·합병(M&A) 업자인 이모씨가 한 건설사 인수 계약을 맺자 방위사업청 관계자에게 로비해 군수품 납품 수주나 국가연구과제 선정을 도와주겠다며 5천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한씨가 이들에게 돈을 받아 군 관계자에게 실제 로비가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수상한 홍만표 부동산업체…사업 목적에 '화장품업' 추가
한편,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57) 변호사가 대리인을 통해 운영하는 부동산 업체의 사업 목적 가운데 화장품 도·소매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해당 부동산 업체 대표를 지난 19일 이미 소환조사했다. 20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홍 변호사는 지난 2013년 8월 부동산 개발과 임대사업을 주목적으로 하는 A사를 설립했다. A사는 홍 변호사 주변 사람들이 대표와 사내·외 이사를 맡고 있어 실소유주는 홍 변호사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현재는 홍 변호사 지인으로 알려진 김모(44)씨가 대표를 맡고 있고 부인 유모(52)씨도 사내이사로 올라 있다. 홍 변호사 법률사무소 사무장을 맡고 있는 검찰 수사관 출신 전모(51)씨도 감사로 활동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에 본점을 둔 A사는 성남과 평택 2곳에 지점을 두고 있으며 부동산 분양대행과 키즈카페 및 인테리어, 출판사, 건물 경비와 관리 등 다양한 업종의 계열사 5곳을 두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업체는 A사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며 계열사 자금 관리 등을 도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A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수도권 오피스텔 몇 곳을 개발했다고 알리는 등 자신의 사업 내역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A사는 지난 6일에는 회사 정관을 바꿔 사업목적을 10여개 가량 추가했다. 이 중엔 화장품 개발과 제조·매매, 화장품 도·소매 및 수출·입업 등도 포함됐다. 검찰은 A사가 사업 목적에 화장품 관련업을 추가한 이유에 의문을 갖고 수사 중이다. A사가 본래 사업과 전혀 동떨어진 영역에 진출한 것이 의외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홍 변호사가 검찰 수사를 앞둔 미묘한 시기에 A사 사업 영역에 특정 분야를 추가해 회사를 확장하려고 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는 화장품 업체인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51) 대표의 법조계 로비 의혹이 불거져 검찰이 최유정(46)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본겨화 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황으로 봐서는 홍 변호사가 정 대표로부터 출소 후 네이처리퍼블릭 점포 운영권 등을 보장받고 대신 다른 일을 해주기로 했을 수 있다"며 "정통 특수부 검사 출신인 홍 변호사가 그렇게 허술하게 자신을 노출시켰을까 싶긴 하지만 우연치고는 석연찮은 대목이 많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19일 A사 본점과 지점을 압수수색 하면서 A사 김 대표를 소환해 조사를 마친 상태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A사의 부동산 거래 내역과 회계 장부를 확보했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수임료를 받은 뒤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고 이 곳을 통해 자금 세탁을 했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계좌추적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A사가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홍 변호사와 정 대표간 부적절한 거래가 있었는지가 이 수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도 "홍 변호사의 사업 확장 등을 포함해 두루두루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홍 변호사는 A사를 운영하는 목적과 관련, 평소 주변에 "대안학교 등 교육사업을 할 계획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원지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