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대리작가가 그린 그림, 조영남 명의판매 확인”
--조영남에 속은 1억원 구매자도 나와
조영남 화투그림 대작사건을 수사중인 춘천지방검찰청 속초지청은 "대리 작가가 그린 그림 10여 점이 조영남씨의 이름으로 일부 판매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가수 조영남(71)의 화투 그림 등을 대작(代作)했다고 주장한 송모씨의 그림 일부가 조영남 이름으로 판매된 것이 확인된 것이다. 앞서 조영남은 "송모씨는 조수"라며 "송 모씨가 그린 그림을 판 적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이와 같은 주장은 사실무근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와 함께 송모씨의 ‘대작 사건’과 관련, 조영남에 대해 사기죄와 저작권법 위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송모씨의 대작 그림을 산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100% 조씨의 그림으로 알고 구매했는지 등 구체적인 피해를 조사중인데 모 언론을 통해 조씨가 판 그림을 1억원치 구입한 구매 피해자도 나타났다. 앞서 송씨는 2009년부터 8년간 조영남의 그림 300여점을 대신 그렸으며 일부는 99%를 그렸다고 폭로했다. 조영남은 예정된 전시회와 공연 등을 취소한 상태다.
조영남(72)에게 직접 1억원을 지불하고 그림을 구입한 구매자의 작품에 대해 대작 화가 송모씨(60)는 그의 구매 작품이 자신이 작업한 그림이라고 주장했다. 구매자는 조영남씨 이외의 다른 사람이 조금이라도 그린 작품이라면 자신은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18일 오전 모 언론은 서울 모처에 살고 있는 구매자 A씨를 그의 자택에서 어렵게 만났다고 전했다. 구매자 A씨는 지난 4월쯤 조영남의 집에서 그의 그림 5점을 구입하는 대가로 조씨에게 1억원을 직접 건넸다고 밝혔다. 현재 2점은 조씨의 매니저가 직접 집으로 가져다 준 상태이며 나머지 3점은 후에 받기로 했는데 이번 사태가 불거져 연락을 안 하고 있는 상황라고 A씨는 설명했다.
그는 "뉴스를 보고 많이 놀랐다"면서 "나는 점당 2000만원 꼴로 구입했는데 무명화가라는 분은 점당 10만원을 받고 그림을 그려줬다고 하니 황당하고 안쓰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A씨는 "나는 조영남의 작품인줄 알고 구입을 했는데 다른 사람이 그린 그림이라면 당연히 피해를 입은 것"이라며 "누가 얼마를 그린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내가 그린 그림이다 '光'자와 '다리'보면 구별 가능"
이에 A씨를 만난 취재진은 A씨의 거실과 방에 놓인 두 점의 그림을 자세하게 촬영한 뒤 이날 오후 화가 송씨를 만나 자신이 그린 작품인지 물어봤다. 송씨는 한 점은 본인이 그린 작품이고 한 점은 아니라고 밝혔다. 송씨가 자신이 그린 그림이라고 주장한 그림은 '가족여행'이란 작품이다. 말이 뒤에 화투짝을 실은 가마를 끌고 가는 그림이다. 하지만 배경과 일부분은 조씨가 덧칠하거나 작업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작품 '가족여행'. 예전 그림(위)과 구매자 A씨의 그림.
송씨는 "내가 그린 부분이 정확히 티가 나는 곳은 화투짝에 쓰여 있는 '광(光)'자와 말의 다리를 보면 확연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같은 주제의 예전 작품과 구매 그림을 비교해보면 실제로 예전 작품의 '광'자와 구매자 A씨가 구입한 그림의 '광'자, 그리고 다리 등이 차이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예전 그림에 쓰여있는 '광(왼쪽)'자와 구매자 A씨의 그림에 쓰여있는 '광'자를 확대한 이미지
예전 그림의 말 다리 부분(위)과 구매자 A씨 그림의 말 다리 부분을 확대한 이미지
송씨는 "구매자가 구입한 그림의 광자는 글씨체가 내 특유의 기법으로 쓴 글씨체이기 때문에 알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말 다리의 선이나 발목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다"며 "내가 그린 그림은 다리부분이 실제 말 다리의 모습에 가깝고 발목에 복사뼈까지 섬세하게 그린 반면 예전 그림은 그냥 일자로 그린 것을 확인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송씨는 "다른 부분도 내가 그린 부분과 조씨가 그린 부분을 구별할 수 있지만 일반사람이라면 '광'자와 '말의 다리'부분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구매자들을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구매자 A씨가 만약 구매한 그림에 송씨가 작업한 부분이 있다면 자신은 피해자라는 입장이여서 검찰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서용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