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최악 19대 국회 종료, '시작도 지각 막판엔 술파티'
19대 국회가 19일 마지막 본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종료했다. 여야 대립 속에 법안 처리를 못해 '식물 국회'라는 이야기를 듣던 19대 국회는 마지막 날까지 '최악의 국회'라는 말을 들었다. 마지막날도 역시, 본회의 표결 때 의원 다수가 자리를 비웠고, 회의가 끝나기도 전에 일부 의원이 모여 술을 마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열릴 예정이었던 회의는 10시 26분에 시작됐다. 오후 회의도 예정(오후 2시)보다 39분 늦게 시작됐다. 표결을 위한 재석(在席) 의원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마지막 법안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킬 때 회의장을 지킨 의원은 재적의원 292명 가운데 185명뿐이었다. 107명(재적 의원의 37%)의 의원은 이미 자리를 뜬 상태였다. 표결이 끝나고 19대 국회를 회고하는 의원들의 자유발언이 시작되자 자리를 뜨는 사람이 더 늘어났다. 이날 본회의는 오후 4시 43분에 끝났다. 하지만 같은 시각 일부 새누리당 의원은 여의도 한 한정식집에 있었다. 김무성 전 대표가 19대 의원들을 초청해 연, 이른 만찬 자리였다.
김 전 대표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은 "(의원들이) 투표를 마치고 본회의 자유발언 때 하나 둘 나온 것"이라고 했다. 더민주 의원 가운데 일부도 본회의가 끝나기 전에 자리를 떴다. 이날 오후 5시부터 경기도 부천 원혜영 의원 자택에서 열린 '19대 의원 초청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2012년 개회한 19대 국회에는 지난 4년간 총 1만7822건의 법안이 제출됐지만 7634건만 처리(가결·부결 등)했다. 1만188건의 법안은 19대 회기 종료 등으로 폐기됐다.
박근혜 정부가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법안 제출 46개월 만에 폐기됐다. 19대 국회는 2014년 세월호특별법 처리 논란 때문에 151일간 단 1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해 '식물 국회'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한 전문가는 "여당은 청와대의 지시, 야당은 당내 계파 갈등 때문에 원내 지도부가 자율성을 가지고 협상할 수 없었고, 이 구조가 19대 국회의 발목을 잡았다"고 했다. 19대 국회에서는 의원들의 '막말' 논란으로 총 39건의 의원 징계안이 제출됐지만 단 1건도 의결되지 않았다.
입법기관으로서의 국회가 기본 책무는 뒷전이고 여야각당의 정쟁과 계파 싸움 등에만 몰두하며 국민이 바라는 '민생국회' '일하는 국회'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면서 호기롭게 시작한 4월 임시국회도 일부 무쟁점법안만 처리됐을 뿐 주요 쟁점법안은 여야의 첨예한 대립에 막혀 대부분 자동폐기 절차를 밟게 됐다.
2012년 5월 29일. 18대 국회 종료에 맞춰 19대 국회 여야 지도부는 한자리에 모여 한목소리로 18대 국회를 '최악의 국회'라고 반성하며 쇄신을 다짐했다. 하지만 19대 국회는 시작부터 삐걱대며 기대를 저버렸다. 원 구성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한 달 가까이 지각 출발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때는 여야가 진상조사를 두고 옥신각신하며 무려 150일간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이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대 국회는 사실상 4년 내내 정기국회와 임시국회가 이어졌지만 1년 가까이는 개점휴업 상태였으며 발의된 법안 가운데 자동폐기된 건수는 1만건에 달한다. 18대 국회(6453건)와 비교해 50% 이상 급증한 수치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19대 국회의 입법활동은 한마디로 '비효율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며 "꼭 필요한 민생법안들은 정쟁과 국회선진화법에 막혀 처리되지 못한 반면 의원들의 보여주기식 의정활동으로 인해 법안 발의의 양적 팽창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역대 최악'의 입법활동 성적표와 달리 정치권은 4년 내내 정당 간의 정파싸움과 당내 계파갈등으로 시끌시끌했다.
20대 국회를 앞두고 여야가 한목소리로 '협치'를 외치며 상생국회를 다짐하고 있다.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20년 만에 3당 체제로 국회 지형이 변화된 만큼 어느 때보다 '생산적 국회' '일하는 국회'가 되겠다며 여야 모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여야는 20대 국회가 본격 시작도 되기 전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놓고 당청이 충돌하며 갈등 구도를 형성했고, 원 구성 과정에서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감지되면서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다른 전문가는 "20대 국회가 3당 체제로 변화됐다고는 하지만 정치권의 정략과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극심한 계파갈등으로 대표되는 정치문화가 바뀌지 않는 이상 과거 국회와 비교해 나아질 것은 없다"며 "특히 20대 국회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만큼 이런 폐해는 오히려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