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청와대참모진 개편
박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참모진을 전격 개편했다. 새로 개편된 청와대 참모진은 '관리형 비서실'과 '돌파형 경제팀'의 의미가 와닿는다. 40여년의 공직 경험을 가진 '행정의 달인' 이원종 지역발전위원장을 대통령 비서실장에 기용하고, '친박계 경제브레인'인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을 경제수석으로 발탁했다는 점에서다. 이 신임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대통령은 남은 임기 1년9개월 동안 '레임덕'을 최소화하며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경제수석에서 보직 이동한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강 신임 경제수석을 앞세워 노동개혁 등 '경제혁신' 드라이브의 고삐를 죄려는 것으로 보인다.
신임 경제수석--'친박계 경제브레인' 강석훈
이날 경제수석에 임명된 강 의원은 박근혜정부의 대선공약 입안을 주도한 자타공인의 '친박계 최고 브레인'이다. 때문에 강 수석이 20대 총선에서 공천탈락 이후부터 정치권에선 강 수석의 청와대 입성 가능성이 줄곧 제기돼왔다. 당초 박 대통령은 현정택 전 정책조정수석의 후임에 강 수석을 기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조정수석은 각 수석실의 정책을 조율하는 자리로 서열상 경제수석보다 높다. 문제는 이 경우 강 수석과 절친한 사이면서 연장자인 안종범 수석이 경제수석으로서 강 수석보다 서열상 아래에 놓인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결국 안 수석을 정책조정수석으로 보직이동시키고 강 수석을 경제수석에 임명하는 것으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경제팀에 해당하는 '정책조정수석-경제수석' 조합에 관료 출신 현정택 전 수석이 빠지고 '친박계' 강 수석이 들어오면서 경제라인은 사실상 박 대통령의 친정체제로 구축됐다. 강 수석은 안 수석,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위스콘신대 동문'으로 묶인다. 김현숙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역시 안 수석과 두터운 친분을 쌓아온 친박계 브레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강 수석이 19대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 등 핵심 입법 과제들을 다룬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노동개혁 등 경제혁신 과제들에 대한 정부의 대국회 입법 드라이브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강 수석이 직접 대표발의한 규제프리존특별법 제정안에 대한 정부의 대국회 설득작업이 본격화될 지도 주목되고 있다.
청와대 신임 경제수석으로 임명된 강석훈 의원은 1964년 경북 봉화군에서 태어나 서라벌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우경제연구소 금융팀장, 성신여대 교수,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 등을 역임했다.
이명박정부 들어 활발한 대외활동을 하며 경제전문가로 이름을 알렸으며 2012년 19대 총선에 출마해 서울 서초을에서 당선됐다. 같은해 말 18대 대통령선거에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정책위원을 맡았고 18대 대통령직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한편 20대 총선에선 서초을에서 당내 경선 끝에 박성중 현 당선인에게 밀려 공천을 받지 못했다.
공직 40여년 '행정달인' 이원종 신임 비서실장
박 대통령이 이날 신임 비서실장에 임명한 이 실장은 1966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40여년간 공직에 몸 담으며 *청와대 내무행정관 *서울시장 *충북지사 등을 거친 정통 행정 전문가다. 개각 때마다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공직사회에서 신망이 두터웠다. '알쫑이'(알토란 같은 원종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탁월한 기획력과 추진력도 갖췄다.
개인적 소신을 앞세우기보다 사명감을 중시하는 스타일로 박 대통령의 뜻을 참모들과 내각에 가감없이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공직사회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임기말 '레임덕'을 막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있어서도 주도적인 역할이 예상된다.
이원종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은 서울시장과 충북지사 등을 역임한 지방행정 전문가다. 1942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제천고, 국립체신대학교 통신행정학과,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했고 한양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또 성균관대 대학원 명예행정학 박사와 충북대 대학원 명예행정학 박사 학위도 보유하고 있다.
이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은 체신부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한 뒤 성균관대 야간대학을 다니며 1966년 4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줄곧 행정 관료의 길을 걸었다.
서울시기획담당관, 용산구청장, 내무국장, 대통령비서실 내무행정비서관을 거쳐 1992년 충북지사, 1993년 서울시장에 임명됐다.
그러나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로 서울시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모교인 성균관대에서 강의를 맡고 청주 서원대 총장을 역임했다. 이후 1998년 지방선거에서 충북지사에 당선된 뒤 2002년 재선에 성공했다. 2006년 지방선거 때에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국지방세연구원 이사장을 거쳐 2013년 6월부터 대통령 소속 국정과제위원회인 '지역발전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일해왔다.
이 비서실장은 이번 인사로 박근혜정부 출범 후 허태열, 김기춘, 이병기 전 실장에 이어 네번째 대통령 비서실장이 됐다. 이병기 전 실장은 4·13 총선 패배 직후 국정쇄신 차원에서 박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이달초 이란 방문 등을 이유로 사표 수리를 미루다 최근 사의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2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임명된 이병기 전 실장은 '소통'을 중시하는 자신의 스타일에 따라 청와대의 소통 강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올초부터 업무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며 사임을 희망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 매체는 이병기 전 실장이 국가정보원장으로 재임하던 2015년 2월 보수단체 대표 등과 회동을 갖고 이들에게 '후원창구 단일화'를 요구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보도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러나 이병기 전 실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엄원지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