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태, 윤성규 환경부 장관 태도-국민공분 일으켜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 환경부 장관 “국가책임 통감” 사과는 없어
“국가 책임을 통감한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해 3년 만에 입을 열었다. 그간 국회에 계류돼있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 법안이 19대 국회의 종료와 함께 사실상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된 가운데, 사태에 책임이 있는 정부의 공식 사과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윤성규 장관은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현안보고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 정부는 사과할 의향이 없느냐”는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당시 법제가 미비했던 부분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답했다. 윤 장관은 직접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지속된 요구에도 ‘책임 통감’ 발언만 반복했다.
윤성규 장관은 “(정부에) 많은 자료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여기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오늘(11일)이 국회 마지막이니까 하루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냐”는 우원식 더민주 의원의 질타에 “요청 자료가 무엇인지 지금 들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었다. 윤성규 장관은 “장관은 도대체 뭐 했냐. 환자들은 만나러 다니셨냐”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질문에도 “왜 제가 (피해 환자들을) 만나야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환노위 현안보고회 방청석에는 안성우 가습기 살균제 피해 유가족 대표 등 피해자 가족들이 앉아있었다.
환노위 여야 간사 간의 설전도 오갔다. 여당 간사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아무런 관심 없이 잊고 있다가 검찰 수사를 계기로 언론 보도가 집중되니까 의원들이 마치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것처럼 말한다”며 국회를 싸잡아 비난하자 야당 간사인 이인영 더민주 의원은 “진작에 다뤘지만 당시 정부여당에서 책임 있는 분들이 반대하면서 법적 체제 정비와 대처 방안 논의가 늦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성규 장관, “장삿속이 빚은 대규모 인명살상 행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주무 부처인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장삿속이 빚은 대규모 인명 살상 행위”라면서도 사과는 피했다.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법제 미비뿐 아니라 정부가 관리감독에 소홀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심상정 / 정의당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안방의 세월호 사건입니다." 라고 했고 더불어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살균제 피해가 태아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사실이 확인된만큼 4차 조사에서 태중 사망도 신청을 받아야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더 빠른 파악을 위해 현재 아산병원이 전담하던 피해 조사를 국립의료원과 분당서울대병원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폐 이외 장기 손상 등에 대한 인과 관계 규명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밖에 환경부는 방충제나 소독제 등 내년 말까지 전수조사해 문제가 있는 제품은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를 관리감독해야할 환경부의 책임은 과연 없는 것일까?
야당들, 윤성규 환경부 장관 대국민 사과, 문책 요구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12일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 윤성규 환경부 장관 등 관계자 문책인사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과 함께 관계자 문책인사도 이뤄져야 한다”며 사실상 윤 환경부 장관의 해임을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이 문제에 대해 철저히 책임을 규명하고 정부 당국자의 뼈아픈 반성과 대국민 사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
회 환경노동위원회 우원식(더민주) 의원도 “검찰에서 진행하는 회사에 대한 진상 규명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와 환경부 등 정부 부처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 의원은 “청문회를 바로 실시하고, 특별법을 속히 제정해 피해자들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계자 문책인사에 대해서는 “일단 진상 규명이 이뤄진 후 거기에 맞는 처분을 해야 한다”고 했다.
여당 내에서도 윤 장관에 대한 자진사퇴, 또는 해임에 대해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책임을 통감한다는 것은 책임을 인정한다는 것 아닌가”라면서 “윤 장관이 이미 오래 장관직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전날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부는 입법 미비 등의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하라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는 거부했다.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도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환경부의 늦장대응과 윤장관의 태도는 더욱 국민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