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제7차 노동당 대회-김정은 시대, 우상화 개막
'김정은 시대'의 선포를 공식화하는 북한의 제7차 노동당 대회가 6일 개막했다. BBC와 CNN 등 평양에서 당 대회를 현장 취재하는 외신에 따르면 김정은이 이날 오전 행사장인 4·25 문화회관에 입장한 이후 현재 당 대회 첫날 회의가 진행 중이다. 김정은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36년 만에 개막한 7차 당 대회는 9일께 폐막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은 이날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를 통해 지난 당 대회 이후 김일성·김정일의 업적을 칭송하고 자신의 집권기 치적을 과시하는 한편, 자신 시대의 정책노선을 밝혔을 것으로 보인다.
1980년 10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6차 당 대회 때 당시 김일성 주석도 당 중앙위 사업총화 보고를 통해 1970년 5차 당 대회 이후 10년간의 성과와 향후 과제를 5~6시간 동안 3천여 명의 당 대표자들에게 보고했다. 당 대회 2일 차에는 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와 당규약 개정 토의, 결정서 채택이, 3일 차에는 당 중앙위원회 위원 및 후보위원, 당 중앙검사위원회 위원 선거와 폐회사가 각각 차례로 진행될 것으로 통일부는 추정했다. 군중대회나 부대행사가 열리는 날에는 당 대회 공식회의가 개최되지 않는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당 대회기간은 3~4일로 예상된다. 북한은 당 대회 첫날 김정은 우상화에 주력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영원한 김일성, 김정일 동지의 당, 김정은 동지의 당이여"라는 문구가 들어간 조선작가동맹 시문학분과위원회가 지은 '위대한 승리의 봄이여!'라는 제목의 서사시를 소개했다. 노동신문도 이날 '주체혁명 위업수행에서 역사적인 분수령으로 될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라는 제목의 1면 사설을 통해 이번 당대회를 "우리 당 역사와 인류사에 특기할 승리자의 대회"라며 한껏 치켜세웠다. 우리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36년 만에 개최되는 7차 당 대회를 통해 김정은을 김일성·김정일 수준까지 격상시킬 것"이라며 당 대회를 계기로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가 본격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정은 우상화는 북한식 유일영도체제의 확립과 장기 집권 토대 마련이라는 포석도 있다. 올해 들어 북한이 4차 핵실험(1월 6일)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2월 7일)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김정은은 이번 당 대회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더욱 확고히 할 전망이다. 2012년 북의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문화한 데 이어 이번에는 노동당 규약에도 핵보유국을 명시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소형 핵탄두 개발은 당 대회에 드리는 선물"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당 대회 마지막 날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거쳐 결정되는 정치국 상무위원과 위원, 후보위원, 중앙당 비서 등의 인사에선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평양에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북한의 초청으로 이번 대회 취재에 나선 130여명의 외신 기자들은 대회장 내부 접근이 금지됐으며 사진과 영상은 행사장에서 200m 떨어져 촬영하도록 제한됐다. 이에 따라 김정은의 개회사와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 등 당 대회 공식회의 상황은 북한 관영매체는 물론 초청 외신을 통해서도 보도되지 않아 '깜깜이 행사'로 진행되고 있다. 외국 국가나 당을 대표하는 주요 외빈도 참석하지 않아 '나 홀로 행사'로 치러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소식통은 "현재까지 의미 있는 외빈이 당 대회에 참석한 동향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재일본조선인 축하단과 재중조선인총연합회 축하단 등 민간 쪽에서 참석한 것 이외 국가나 당을 대표하는 외빈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AP통신의 영상 서비스인 APTN은 이날 당 대회장인 평양 4·25문화회관 주변의 모습을 촬영해 보도하기도 했다. 평양의 한 시민은 APTN과 인터뷰에서 "우리 당 6차 대회를 하고 7차 대회가 지금 36년 만에 정말 우리 원수님을 모시고 진행되고 있는데, 이 긍지와 자부심이 어느 정도인가는 우리 조선 사람들 모두가 다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소감을 나타냈다. 앞서 북한은 작년 10월 30일 당 중앙위 정치국 결정서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를 소집할 데 대하여'를 통해 올해 5월 초 당 대회 개최를 발표했다.
지난달 시·군 당대표회와 도·직할시 당대표회 등을 거쳐 선발된 3천여 명으로 추정되는 당 대표자들은 이달 1일부터 평양에 집결해 당 대회 참가 준비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북한 전문가는 7차 당 대회의 의미에 대해 "3대 세습을 공식화하고 김정은의 지도자 위상을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김정일 시대와 김정은 시대의 과도기였는데 (이번 당 대회는) 김정은 시대의 서막을 여는 장"이라고 평가했다.
북한군, 최전방 지역 경계태세 강화
북한이 36년 만에 개최하는 노동당 대회 첫날인 6일 북한군은 평소보다 높은 수준의 경계태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 관계자는 이날 "최전방 지역 북한군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며 "다만, 당 대회를 맞아 높은 수준의 경계태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은 제7차 당 대회를 앞둔 지난 2일 평양과 국경 지역에 특별경비주간을 선포하고 경계태세를 강화한 상태다. 국가적인 행사 기간에 외부의 공격이나 내부의 분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북한은 과거에도 대규모 행사를 치를 때마다 특별경비주간을 선포했다.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북한군 소초(GP)에서는 최근 상급부대 지휘관이나 참모의 방문이 빈번해지는 등 경계태세를 강화한 정황이 포착됐다. 북한군은 작년 말부터 DMZ에 경계초소 200여개를 새로 설치하기도 했다. 북한군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에서도 꽃게철을 맞아 높은 수준의 경계태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LL 해역에서 최근 조업 중인 북한과 중국 어선은 하루 평균 각각 140여 척, 240여 척으로, 예년의 2배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는 핵실험 준비를 시사하는 특별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는 지난 4일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낮은 수준의 저강도 활동만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는 지난달 인력과 차량의 활발한 움직임이 관측돼 북한이 당 대회를 앞두고 5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지만 5차 핵실험은 일단 당 대회 이후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해안 지역에서 중·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대부분 지역은 이날 흐리거나 비가 내려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 군 관계자는 "북한이 당 대회를 앞두고 핵실험을 하지는 않았지만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수 있고 추가 도발 가능성도 상존한다"며 "한미 양국 군은 북한군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