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련건물 경매 '북·일·몽 물밑협상설' 주목

posted Oct 2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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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의 대사관' 존치에 북일 이해 일치…몽골은 '거간꾼역' 관심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북한의 지하자원과 일본인 납북자 문제 등이 얽힌 고도의 3각 외교전인가.

 

도쿄지방법원이 몽골계 법인에 대한 낙찰자 승인 결정을 연기함에 따라 미궁에 빠진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중앙본부 건물 및 토지 경매의 향배를 둘러싸고 북한, 일본, 몽골 간의 물밑교섭 시나리오가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조선총련 계열 금융기관의 부실이 빌미가 돼 일본 채권정리기관에 압류된 조선총련 건물과 토지는 최근 진행된 2차 경매에서 최고액인 50억1천만엔(약 545억원)을 써낸 몽골 법인 '아바르 리미티드 라이어빌리티 컴퍼니(Avar Limited Liability Company·이하 아바르)'에 넘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이 법인이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인 것으로 드러나고, 도쿄지법이 낙찰 승인을 미루면서 경매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도쿄신문은 29일자 기사에서 사실상의 주일 북한대사관 역할을 하는 조선총련 건물을 '사수'하려는 북한과, 납북자 송환 협상의 창구를 남겨두길 희망하는 일본, 북·일 사이를 중재하려는 몽골 등 3자가 이 문제에 얽혀 있다고 분석했다.

 

몽골과 북한이 손잡고 건물을 낙찰받은 뒤 임대 등 형식으로 조선총련이 건물을 계속 쓸 수 있도록 해주고, 일본은 이를 묵인하는 식의 3자 간 '물밑 합의'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신문은 익명의 조선총련 전직 간부를 인용, 북한 중앙으로부터 중앙본부 건물을 사수하라는 지령이 조선총련으로 내려갔다고 보도했다. 조선총련 자체는 쪼그라든 조직 크기에 비해 지나치게 큰 중앙본부 건물에 큰 미련이 없지만 주일대사관 역할을 할 건물이 사라지는 것을 우려한 북한 수뇌부가 건물에서 쫓겨나는 사태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피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일본도 북한과 연결된 조선총련이 좋을리 만무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임기중 납치 피해자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마당에 북한과의 물밑 소통 채널이 사라지는 상황은 피하고 싶어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조선총련이 현재의 건물에서 쫓겨나지 않도록 하는데 북한과 일본 정부의 이해가 일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몽골은 '거간꾼' 역할을 통해 북한, 일본과의 관계를 각각 강화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해가 있다.

 

실체도 불분명한 '아바르'가 최저입찰액(21억3천400만엔)의 배가 훨씬 넘는 고액을 써낸 점 등으로 미뤄 몽골 측이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과 관련한 사업권 등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이 문제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국, 러시아에 둘러싸인 몽골로서는 일본관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중·러를 견제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오비이락'일 수 있지만 때마침 이뤄진 세 나라 고위 인사들의 왕래는 이런 시나리오에 개연성을 더하고 있다.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은 지난달 말 일본을 방문, 아베 총리와 이례적으로 총리관저에서 회담을 했고, 28일에는 북한을 방문했다.

 

이에 앞서 아베 총리의 자문역이자 대북통인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일본 내각관방 참여가 1차 경매때 조선총련 건물 등을 낙찰받은 가고시마(鹿兒島) 사이후쿠(最福)사가 대금 마련에 실패해 낙찰 자격을 포기한 직후인 지난 5월 북한을 전격 방문한 바 있다.

 

북한 관련 관측통들의 관심은 도쿄지법의 판단에 쏠리고 있다. 몽골 법인이 법원으로부터 낙찰을 최종 승인받을 경우 낙찰 대금을 납부한 뒤 조선총련이 건물을 그대로 쓰도록 임대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그 경우 3자간 물밑 합의설에 신빙성이 더해질 전망이다.

 

만약 도쿄지법이 판단을 장기간 보류하거나 낙찰을 취소하더라도 조선총련으로서는 당장 사무실을 비우지 않아도 되는 만큼 나쁠 것이 없는 입장이다.

 

jhcho@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29 18:3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