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정치 불개입' 유지…사정ㆍ감사 나설듯

posted Oct 2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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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하는 정 총리
인사하는 정 총리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정홍원 국무총리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나서 인사하고 있다. 2013.10.28 srbaek@yna.co.kr
 

총리담화 통해 현안 우회언급…'정치는 여야, 靑은 국정전념' 메시지

 

檢수사· 법원 판결 전까지 국정원 논란에 '침묵' 시사…野반발 예상

 

5대 권력기관 인선 마무리 계기 고질적 비리 대대적 개혁 예고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소집하지 않았다. 내달초 서유럽 순방 준비 때문이라지만 최근 한달간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리지 않았고, 지난주에 이어서는 2주 연속 유회(流會)다. 이 때문에 정치현안에 대해 언급할 기회는 자연스럽게 마련되지 않았다.

 

대신 박 대통령은 이날 정홍원 국무총리의 '대국민담화'를 통해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우회 피력했다. 박 대통령의 '침묵 정치'에 대해 야당은 물론 언론의 비판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는 여야, 청와대는 국정'이라는 자신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에서 현안에 대한 입장을 소상히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정 총리는 최대 정치현안인 국정원 댓글사건 등에 대해 "중요한 시기에 아직도 대선 과정에 있었던 국가정보원 댓글과 NLL 관련 의혹 등으로 혼란과 대립이 이어지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정부는 국정원 댓글을 포함한 일련의 의혹에 대해 실체와 원인을 정확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는 처음부터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검찰수사와 함께 국정조사를 통해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서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또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과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재판과 수사가 진행 중인 이 문제로 더 이상의 혼란이 계속된다면 결코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렇게 호소드린다"고 언급했다.

 

정 총리의 이날 발언을 풀어보면 박 대통령은 향후 사법부의 판단이나 최소한 검찰의 최종적인 수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등에 관해 일절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원 댓글사건은 재판과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하면서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 상응하는 문책과 국정원 개혁조치 등을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정 총리가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이는 박 대통령의 정국 인식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정 총리가 국정원 댓글논란 등을 언급하면서 '경제 살리기'와 박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를 강조하면서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경제를 살리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나가는데 어려움이 많다. 무엇보다 정치권에서 힘을 모아주셔야 한다"고 한 것은 정치권의 변화를 촉구한 대목이다.

 

 

정쟁에서 벗어나 '민생', 즉 당면한 정기국회의 입법에 여야가 매진해달라는 당부이다.

 

정 총리가 담화에서 국회에 계류중인 '외국인투자촉진법안', '관광진흥법안', '크루즈산업 지원법안' '창업지원법안', '소득세법안'과 '주택법안' 등을 열거하며 이들 법안의 입법시 예상되는 투자진작, 일자리창출, 주택경기 활성화 등 경제효과를 구체적으로 예시한 것도 '일자리 창출'이 급선무라는 박 대통령의 뜻이 강력하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날 대국민 담화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반발이 쉽게 누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민주당은 당장 지난 대선을 국가기관이 개입한 사실상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총공세에 나선데 이어 최근 검찰총장과 감사원장 등 국가 사정라인의 인사를 계기로 '신(新) PK(부산·경남) 시대'가 도래했다며 내각 총사퇴와 특검실시 등을 촉구하고 나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대여 총공세에 나선 형국이다. 총리 담화는 박 대통령의 직접적 언급이 아닌데다 야당이 '불공정 대선'과 '대선불복'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정쟁자제와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하는 성격이 짙은 총리의 담화문 정도로는 야당을 달래기 힘들뿐 아니라 오히려 민주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제기된다.

 

다만 박 대통령은 이날 총리의 담화문을 통해 국민을 상대로 '마이웨이' 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우선 지난주 공석 중인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인선을 마무리지은 만큼 앞으로 감사ㆍ사정기관의 중추인 감사원과 검찰을 통한 사정ㆍ개혁 작업, 즉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정권 때부터 매년 지적되기만 하고 제대로 고쳐지지 않은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과 국민 혈세 낭비 사례들, 복지부정 수급을 비롯한 각종 비리와 도덕적 해이 문제 등 고질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개선 대책을 세워 확실히 바로 잡고 정상화시켜나갈 것"이라는 정 총리의 담화는 대대적인 사정과 개혁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outh@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28 11:0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