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만 참가하는 대회 열자" 등 다양한 의견 쏟아져
(발리<인도네시아>=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는 32년 역사를 지닌 국내 최대 규모의 재외동포 단체입니다. 월드옥타가 자랑하는 프로그램인 '차세대 무역스쿨'이 11년 동안 운영되며 1만2천500여 명의 무역 사관생도를 배출했습니다. 이제 이들을 모아 네트워킹할 때가 됐습니다. '월드옥타 차세대 한인 경제인대회'(가칭)를 개최합시다."
월드옥타와 연합뉴스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공동 주최하는 제18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의 3일째인 25일, 이번 대회에 참가한 차세대 무역스쿨 출신 경제인 가운데 6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중국 광저우지회 소속의 박해하(38·여) 광주해훈무역유한공사 사장, 국내로 복귀한 차세대들을 규합해 '코리안 챕터'를 조직한 일본 도쿄지회 출신의 곽상기(41) 회장, 호주 시드니지회 은상진(38) 마음그룹 대표, 미국 LA지회 허길성(37) 'F.I.MAFIA 스노우보드' 대표, 호주 브리즈번지회 김혜연(39·여) 씨, 이승민(47) 월드옥타 차세대 부위원장 등이다.
이들은 차세대들만이 모이는 행사를 개최하자는 의견부터 사후관리 프로그램 개발과 재교육 문제에 관한 평소 생각들을 소신 있게 털어놓았다.
박해하 사장은 매년 7월 열리는 모국 방문 차세대 무역스쿨 행사 때 '월드옥타 차세대 한인 경제인대회'를 열자고 시간과 장소 등 구체적인 안을 내놓았다.
"차세대 무역스쿨 출신들은 동기들끼리만 소통하고, 선·후배, 그리고 정회원들과 어울리지 못해요. 그러다 보니 끝까지 살아남지 못하고 포기하고 말지요. 본부 사무국과 정부의 지원도 있어야 하겠지만 우리가 먼저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서 그 기금으로 대회를 준비하면 어떨까요."
박 사장 제의에 나머지도 공감을 표시했다. 곽 회장은 "무역스쿨이 끝나고 난 뒤 사후관리 차원에서라도 대회를 여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행사 개최와 함께 무역스쿨을 거친 사관생도들의 재교육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국제경제 정세와 각국의 무역 상황 등을 업그레이드한 교육과 선·후배 간, 기수 간 정보 교류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곽 회장을 비롯해 400명이 활동하는 '코리안 챕터'는 월드옥타 한국지사인 셈이다. 2년 전 창립했고, 올해 월드옥타차세대위원회(위원장 이경종)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은 단체다. 각자 비즈니스를 하면서 해외에서 오는 차세대들의 한국 활동을 지원하고 정보 교류에도 나서고 있다.
그는 "차세대 무역스쿨이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구체적인 성과가 없어 실크로드를 본떠 '옥타로드'를 기획하고 있다"면서 "이는 국가· 도시·인접 지회 간 교류의 장을 넓이는 프로그램으로, 우선 중국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 6월부터 3개월 동안 중국 8∼9개 지회에서 열리는 무역스쿨에서 순차적으로 옥타로드를 개최해 참여 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또 전 세계에서 6∼8월에 집중해 여는 무역스쿨을 4월 세계대표자대회부터 10월 세계한인경제인대회까지 광범위하게 열자고 주장했다.
은상진 대표는 차세대가 자녀 손을 붙잡고 월드옥타에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며 애정을 쏟아냈다.
그는 "실질적으로 수익을 올리고, 정보를 교환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도 얻으려면 얼굴을 맞대고, 서로 느껴야 할 필요가 있어 차세대들만의 대규모 행사 개최에 찬성한다"며 "그 행사를 월드옥타 발전의 기틀로 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세대위원회 인사 관행에도 쓴소리를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회장이 바뀔 때마다 차세대 위원장, 부위원장이 모두 바뀌는 관행은 없어져야 합니다. 차세대 위원장만큼은 연속성 차원에서 2년마다 교체하는 것은 옳지 않지요. 차세대를 인큐베이팅하지 않고 지금처럼 양적으로만 늘려 놓는다면 결국 차세대가 월드옥타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1세대들은 가져야 합니다.
스노보드판을 제작 생산해 한국으로 수출하는 허 대표는 지난주 결혼해 한인경제인대회가 열리는 발리로 신혼여행을 온 열혈 차세대 옥타인이다. 그는 "현재 월드옥타 사이트 내 '옥타 주니어'를 따로 떼어내 개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주립 아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김혜연 씨는 월드옥타 회원과 함께 한국의학연구소(KMI) 현지 주재사무소 역할을 하는 회사를 세우기로했다.
차세대 무역스쿨 출신인 그는 "월드옥타는 시니어와 주니어를 연결하는 허리의 보강이 시급한 것 같다"며 "재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도쿄 5곳에서 한국어학원을 운영하는 이승민 부위원장도 사후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2003년부터 차세대 무역스쿨을 통해 졸업한 무역 사관생도는 1만2천 명이 넘습니다. 이 가운데 10%만이 활동하고 나머지는 어디론가 사라졌지요. 많은 예산을 들여 열정을 쏟았는데, 사후관리가 미흡해 이들을 놓친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인재 양성과 함께 끝까지 책임지는 사후관리 프로그램을 시급히 개발해야 옥타의 미래가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차세대 무역스쿨'이라는 이름도 시작할 때는 무역을 통해 한국에 기여하자는 의미에서 지었겠지만, 이제는 세월이 흘렀기에 (가칭)'월드옥타 비즈니스 스쿨'로 바꾸는 것이 낫다고 입을 모았다.
23∼2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18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 참가한 차세대들. 사진 왼쪽부터 미국 LA지회 허길성 F.I.MAFIA 스노우보드' 대표, 이승민 월드옥타 차세대 부위원장, 호주 브리즈번지회 김혜연 씨, 중국 광저우지회 박해하 광주해훈무역유한공사 사장, 호주 시드니지회 은상진 마음그룹 대표, 곽상기 '코리안 챕터' 회장.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25 14:5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