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한승호 특파원 = 물이 많아 '동양의 베니스'로 불리는 중국의 고도(古都)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가 국제적인 기업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40년에 이르는 중국의 현대적 개혁·개방 역사 가운데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20년 노력의 결실이다. 그 중심에 쑤저우공업원구(工業園區)가 있다.
이곳은 남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제공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 동양에 있는 '베니스'가 '실리콘 밸리'로
쑤저우공업원구는 1994년 중국과 싱가포르의 합작으로 탄생했다. 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사인 덩샤오핑(鄧小平)과 싱가포르 리콴유(李光耀) 총리의 작품이다.
싱가포르는 자국 기업을 위한 좋은 환경의 해외공단이 필요했고 개혁·개방에 나선 중국은 싱가포르의 외국인 유치 노하우가 절실했다.
당시 중국 최고 지도자였던 덩샤오핑은 건설 초기 도시계획, 기반시설, 물류시스템부터 채용과 급여, 사회보험제도까지 싱가포르의 방식을 그대로 도입하도록 했다.
중화 우월주의가 강한 거대한 중국이 소도시 국가 싱가포르에 가르침을 청한 것이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이런 고도의 전략은 주효했다. 중국보다 싱가포르의 선진 시스템을 보고 기업들이 몰려왔다.
경기도 면적의 83%에 해당하는 288㎢ 규모의 쑤저우공업원구에는 현재 1만3천여 내국 기업과 5천개가량의 외국기업이 입주해 있다. 글로벌 500대 기업 가운데 86개사도 이들 외국기업에 포함돼 있다.
공단 설립 이후 453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했으며 정보통신, 바이오, 나노 분야의 최첨단 기업들과 연구소가 밀집해 있어 '동방의 실리콘밸리'로 불릴 정도다.
중국의 과감한 개발의지와 지원정책을 믿고 1994년 외국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쑤저우공업원구 투자를 결정한 삼성은 이곳을 중국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있다.
반도체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가전, 컴퓨터, LCD(액정표시장치) 모듈 등 4개 제조공장과 1개의 연구법인이 이곳에 진출했다.
삼성은 이 공업원구에 입주한 기업들 가운데 가장 많은 18억 달러를 투자했다.
진지후(金鷄湖)를 비롯한 호수들을 끼고 있는 고즈넉한 수향마을이 첨단 산업시설과 고급 호텔, 병원, 백화점 등을 둘러싸인 현대적인 수변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 쑤저우공업원구의 급성장 비결은
쑤저우공업원구는 지난해 총생산액이 1천738억 위안(약 30조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7% 증가한 것으로 관리위원회가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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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쑤저우공업원구 변화상 비교
- (쑤저우=연합뉴스) 한승호 특파원 = 중국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에 있는 쑤저우공업원구(工業園區)의 개발 전후 변화상 비교 이미지. 1994년 건설된 쑤저우공업원구에는 현재 1만3천여 내국 기업과 글로벌 500대 기업 86개사를 포함한 5천개가량의 외국기업이 입주해 있다. 남북한이 최근 정상화에 합의한 개성공단의 벤치마킹 대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국제뉴스부 기사 참조>> 2013.10.25 hsh@yna.co.kr
연평균 30%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하며 중국을 대표하는 산업단지로 부상했다.
이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강한 의지와 전폭적인 지원 덕이다.
쑤저우공업원구의 기업지원제도 중 입주기업들이 가장 최고로 꼽는 것은 바로 '원스톱 서비스 제도'다. 투자 상담부터 인허가까지 2주 정도면 가능하다.
입주 기업 임직원의 비자나 자녀 교육까지 상담해주고 기업의 애로사항이 접수되면 해결 시까지 진행 상황을 수시로 알려 줄만큼 높은 수준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여기에 입주기업들은 공업원구 내에 있는 세관에서 신속하게 통관 절차를 밟을 수 있고 기업들의 인력 충원도 중국의 어느 산업단지보다도 용이하다.
쑤저우에는 대학교 6개, 독립과학기술연구기관 23개가 있다. 공업원구 내 10㎢ 크기로 조성된 대학원타운에는 중국과학기술대, 싱가포르국립대, 영국 리버플대 등 18개 명문대 캠퍼스가 진출해 7만여 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또한 중국의 다른 성이나 시는 투자금액제한 규정에 따라 중앙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쑤저우공업원구에서는 대규모 투자에 대해서도 독자적으로 결정한다.
쑤저우공업원구관리위 쑨옌옌(孫燕燕) 부주임은 "공단 운영의 실무를 맡고 있는 관리위원회가 투자 유치, 비준, 해외 투자자에 대한 비자 발급 등 주요 사항에 대한 독자적인 결정권한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 개성공단 벤치마칭 대상으로 주목받아
남북한은 지난 8월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서에 당국간 상설 협의 기구인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공동위)'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공동위는 중국과 싱가포르의 합작 공단인 쑤저우공업원구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개성공단 남북 관계자는 2004년과 2009년 등 수차례에 걸쳐 쑤저우공업원구를 방문하기도 했다.
중국과 싱가포르는 부총리를 수장으로 하는 정부간 협의체인 연합협조이사회를 통해 공단 운영 문제를 결정한다. 하부기관으로 관리위원회를 두고 결정 사항을 집행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개성공단이 이런 운용 구조를 참고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쑤거우공업원구는 사회주의 국가와 자본주의 국가 간 합작으로 만들어 운영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개성공단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부상했다.
특히 남한 기업만 있고 북한 기업은 전혀 없는 '반쪽 공단'에 외국 기업들을 대거 유치하기 위한 국제화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쑤저우공업원구의 기본 설계와 운영 방식이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쑤저우공업원구의 정부간 협의체 구조는 세계적으로 유일한 개성공단의 벤치마킹 대상"이라며 "북미 적대관계를 비롯해 개성공단이 처해 있는 외부 여건은 쑤저우공업원구와 상당히 다르지만 체제가 다른 운영 주체 간 협력하는 공단이라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25 14:0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