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동포 이끌고 전국체전 참가…"혼자 척척 잘해내는 딸이 대견"
(인천=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어린 나이에 연예기획사에 합격한 뒤 부모 품을 떠나는 게 안타까웠지만 하고 싶은 일은 하며 사는 게 최고라고 생각했습니다.
혼자 혹독한 연습생 시절을 이겨내고 활발히 활동하는 딸이 자랑스럽습니다"
인천 전국체전에 홍콩선수단을 이끌고 참가한 걸그룹 원더걸스 멤버 혜림의 아버지 우종필(53) 홍콩 한인체육회장은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딸의 가수 활동은 모두 자신이 개척한 것으로 특별히 도움을 준 것이 없다며 겸손해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사람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한 혜림이의 '끼'는 2006년 월드컵 토고전 응원무대에서 처음 빛이 났다고 한다.
홍콩 한인들이 시내 공원에 다 함께 모여 응원전을 펼쳤는데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무대에서 혜림이가 보아의 노래에 맞춰 춤과 노래 실력을 뽐냈고 다들 "누구 집 딸이냐?"며 놀라워했다고 우 회장은 회고했다.
우 회장은 혜림이가 2007년 연예기획사의 홍콩오디션에서 춤으로 심사위원들을 매료시켜 최종 합격했다면서 한때 다시 돌아올 정도로 힘든 연습생 시절을 보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어엿한 연예인으로 활동하고 있어 자랑스럽다고 거듭 말했다.
우 회장은 "26년째 태권도 도장을 열어 제자를 양성하면서 항상 강조해온 것이 자기 자신을 잘 다스리는 수신(修身)"이라면서 "혜림이가 그런 아빠를 보며 커서인지 자기 관리를 잘하고 외로움을 잘 견디는 거 같다"고 뿌듯해했다.
연습생 시절과 중국 내 걸그룹 활동을 거쳐 2010년 원더걸스에 합류한 혜림은 뛰어난 춤 실력과 래퍼 솜씨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영어와 중국어 등 4개국어에 능통한 어학실력으로 최근에는 EBS라디오에 '원더K팝' DJ로도 활약하고 있다.
우 회장은 이어 홍콩 한인체육회장에는 올해 3월 취임했다면서 취임 이후 갈수록 고령화되고 있는 한인사회에서 소외된 노인들을 돕기 위한 생활체육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은퇴자가 늘면서 갈수록 1세들은 소일거리가 없다 보니 여력이 되면 한국이나 제3국으로 가려고 한다"면서 "외롭고 쓸쓸히 지내는 이들이 노후를 즐길 수 있도록 생활체육 보급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전까지 체육회의 가장 큰일이 전국체전 참가였다"면서 "올해부터는 낚시대회, 테니스대회 등 다양한 체육행사를 열고 있고, 11월에는 걷기대회를 열어 건강과 친목을 도모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우 회장은 체육회장 임기를 시작하면서 투명한 체육회를 만들고자 사단법인화를 추진해 지난주에 법인 등록을 마쳤다. 한인 원로들의 모임인 '장자회(長者會)' 사무실 임대료를 지원하고 각종 체육 행사에 우선하여 초청하고 있다. 체육회가 나서서 한 달에 두 번씩 원로들을 한식당으로 초대해 점심대접도 하고 있다.
홍콩의 한인 인구는 1만2천명으로 이 가운데 체육회 회원은 1천명에 이른다. 지상사원 등 주재원이 3분의 2에 이르는 한인 사회 구성을 고려하면 가장 많은 한인이 참여하는 게 체육회다. 올해 전국 체전에는 골프, 탁구, 축구, 볼링, 테니스, 검도 6개 종목에 61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용인대 태권도 학과를 졸업한 우 회장은 지도교수 추천으로 홍콩정부 산하 체육회 태권도 코치를 맡으면서 홍콩에 첫발을 디뎠으며 같은 해 '한국 태권도 청도관' 도장을 설립해 26년째 태권도를 보급하고 있다.
올 6월부터 태권도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은 그는 홍콩 태권도계의 '대부'로 국가대표 출신 사범들을 비롯해 군·경 간부 등 그가 길러낸 제자가 3만 명에 이른다.
우 회장은 "최근 맥도날드에 김치불고기버거가 등장하고 특급호텔에서도 한식을 내놓는 등 한류의 확산으로 한국 이미지가 높아져 자랑스럽다"며 "태권도를 더 많이 보급해 수준 높은 동방예의지국 한국 문화를 더 많이 알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23 07: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