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배 수행으로 만나는 성철 스님의 '큰기도'

posted Oct 2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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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일칠야 팔만사천배 참회기도'
'칠일칠야 팔만사천배 참회기도'
(합천=연합뉴스) 20일 오후 경남 합천 해인사 성철 스님(1912∼1993) 사리탑에서 불자들이 열반 20주기(음력 9월20일)를 앞두고 '칠일칠야 팔만사천배 참회기도'를 하고 있다. 2013.10.20 << 문화부 기사 참고. 백련불교문화재단 제공 >> photo@yna.co.kr

24일 열반 20주기 앞둔 해인사 '7일 참회기도' 인파 몰려

평소 "남 위한 기도로 스스로 부처 돼 자유·평등의 삶 살라" 강조

(합천=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20일 오후 경남 합천의 해인사. 성철 스님 사리탑전을 가득 메운 700여 명의 불자가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삼천배를 올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오는 24일 성철 스님(1912∼1993)의 열반 20주기(음력 9월20일)를 맞아 진행 중인 '칠일칠야 팔만사천배 참회기도'다. 부모 손을 잡고 따라온 어린 아이부터 청년과 중장년, 노인에 이르기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해인사 백련암은 스님의 열반 이후 매년 추모재 때 7일간 참회기도회를 열고 있다.

성철 스님이 생전에 강조했던 대로 남을 위한 기도다. 참회기도 제목도 '일체중생의 행복을 기원하는 삼천배'다. 버림받고 소외된 이, 삶의 자유와 권리를 잃은 이, 정의로운 사회, 평화통일, 자연의 생명, 영원한 깨달음을 위해 기도한다.

성철 스님 문도 사찰의 신도, 성철 스님이 평소 강조했던 아비라 기도 인터넷 카페 회원 등이 참여해 끊이지 않고 일주일 동안 참회기도를 이어간다.

참가자들이 십시일반 모은 기금은 몸이 아프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쓰인다.

'칠일칠야 팔만사천배 참회기도' 하는 불자들
'칠일칠야 팔만사천배 참회기도' 하는 불자들
(합천=연합뉴스) 20일 오후 경남 합천 해인사 성철 스님(1912∼1993) 사리탑에서 불자들이 열반 20주기(음력 9월20일)를 앞두고 '칠일칠야 팔만사천배 참회기도'를 하고 있다. 2013.10.20 << 문화부 기사 참고. 백련불교문화재단 제공 >> photo@yna.co.kr

참회기도를 위해 부산 수도사에서 온 정헌조(50)·문혜련(49) 씨 부부는 "다니는 절의 스님의 권유로 처음 참여했다"며 "현재 2천배가 끝났는데 다는 채우지 못하고 1천 몇백 배를 드렸지만 큰스님의 뜻도 새기고 자신을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성철 스님은 3천배를 하지 않는 신도는 불전에 들이지도, 만나주지도 않았다. 자신을 만나는 걸 계기로 부처님께 절을 하라는 뜻이었다. 자신을 위해 하지 말고 남을 위해, 일체중생을 위해 하라는 것이었다

성철 스님은 한국전쟁 직후부터 재가불자들에게 '아비라기도'를 통한 수행을 권했다. "전쟁의 고통은 우리가 지은 악업에서 비롯됐다"며 참회하란 것이었다. 뇌성마비로 일곱 살 때 죽을 고비까지 갔던 화가 한경혜 씨도 성철 스님을 만나 하루 1천배로 병세가 크게 나아졌다.

성철 스님이 삼천배와 아비라기도를 권유한 것은 스스로 부처가 돼 자유롭고 자비로운 삶을 살라는 주문이었던 셈이다.

해인사 백련암은 성철 스님의 출가도량이자 열반도량이다.

성철 스님은 출가 전 지리산 대원사에서 수행하다 정진 42일 만에 동정일여(動靜一如·움직일 때나 고요할 때나 화두를 놓치지 않는 경지)에 이른 뒤 해인사로 옮겨왔다. 스물네 살 때 일이다.

당시 대원사 주지 스님은 해인사 주지 스님에게 참선 정진하는 청년이 남달라 보이니 데려가 큰 도인으로 키워 달라고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칠일칠야 팔만사천배 참회기도' 설명하는 원택 스님
'칠일칠야 팔만사천배 참회기도' 설명하는 원택 스님
(합천=연합뉴스) 20일 오후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성철 스님(1912∼1993)의 열반 20주기(음력 9월20일)를 앞두고 상좌인 원택 스님이 '칠일칠야 팔만사천배 참회기도'와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2013.10.20 << 문화부 기사 참고. 백련불교문화재단 제공 >> photo@yna.co.kr

성철 스님은 속인으로는 처음으로 해인사 선방에 들어가 참선을 하다가 백련암에 거주하던 동산 스님의 법문을 듣고 출가했다.

1966년 성철 스님은 해인사 백련암에 온 뒤 열반에 들 때까지 이곳을 떠나지 않으며 '가야산 호랑이'로 자리잡았다.

성철 스님이 30년 만에 백련암에 돌아온 뒤 신도들의 삼천배가 정례화됐다.

성철 스님은 누구나 동등하게 대했다. 신도들에게 삼천배를 시킨 것도 모두 똑같은 중생임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다. 1977년 구마고속도로 개통식에 참석했던 박정희 대통령이 해인사를 방문했을 때는 박 대통령을 영접하지 않고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산에 사는 중이 뭐할라꼬 대통령을 만나노."

성철 스님의 상좌였던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은 "큰스님은 자기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헛것이라고 말씀하시고 작은기도 말고 큰기도를 하라고 늘 가르치셨다"고 말했다.

성철 스님의 열반 20주기인 24일에는 해인사에서 참회기도 회향식과 사리탑 참배, 추모재가 열린다.

kong@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20 17:1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