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영국인 재발견'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해리 포터와 비틀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나라 영국.
축구팬이 열광하는 프리미어리그가 열리고, 고풍스러운 런던 버킹엄궁에는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머문다.
세계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런던 금융 시장의 소식도 수시로 비중 있게 언론에 소개된다.
산업혁명 등 근대 역사, 리더십 교육, 의료 복지제도 등도 늘 세계인이 관심을 두는 소재다.
영국과 관련한 상식은 이처럼 꽤 유명하다. 하지만 실제로 영국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첨단과 전통이 공존하는 오늘날 영국은 어떤 토대 위에서 만들어졌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면이 있다.
신간 '영국인 재발견'은 영국의 속살과 영국인의 속내를 명쾌하게 전하는 책이다.
저자인 권석하 씨는 1982년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영국에 건너가 지금까지 사는 '준영국인'이다. 정치, 역사, 문화, 건축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했고 영국인도 따기 어렵다는 예술문화해설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책은 '보수와 엘리트의 나라에서' '영국인의 뿌리, 로열패밀리' '톨러런스와 실용 사이' '영국 사회를 지탱하는 영국인의 정신' '영국 문화의 힘' 등 큰 주제 아래 46개의 키워드로 영국을 해부했다.
장황하고 추상적인 설명 대신 간결한 개념과 실제 사례 위주로 썼기 때문에 무척 생생하다.
해리 포터와 비틀스가 어떤 문화적 배경 속에서 탄생했는지, 영국인이 축구에 왜 그렇게 열광하는지, 다이애나비가 그토록 사랑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쉽게 풀어썼다.
무엇보다 저자가 직접 몸으로 느낀 풍부한 경험담과 깊이 있는 정보가 녹아있다는 게 강점이다.
영국의 국가의료보험제도인 NHS에 대한 설명이 대표적이다. NHS는 무상 치료로 유명하지만 최근 예산과 서비스 등의 문제로 논란의 표적이 되고 있다.
"한국 의료보험과 영국의 NHS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나는 서슴없이 영국 NHS를 고를 것이다. (중략) 종합병원에 도착했을 때 응급실은 이미 아이를 맞을 준비를 다 해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증인, 보호자가 있어야 하는 입원 수속도 없었고 여기저기 보내서 검사부터 받아오게 하는 절차도 없었다. (중략) 치료가 두세 시간만 늦었어도 균이 뇌로 침투해 뇌성마비를 일으켰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241-242쪽)
영국의 풀뿌리 정치를 알고 싶어 정당에 가입한 뒤 시의원에 출마한 경험도 소개한다. 사전 선거 운동이 보장되는 영국이라 출마에 앞서 초라하지만 알찬 정보를 담은 홍보물을 만들어 각 가정에 일일이 배달한 일화 등이 영국 정당사의 변천 등과 함께 소개된다.
저자는 영국인에 대해 "엉성함 속에 철저함이 있고 법석 떨지 않으면서 할 일은 다 해내는 무서운 외유내강의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한편, 영국은 현재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NHS 제도 개선을 비롯해 고학력자의 실업, 군비 문제, 다문화 관련 정책 등 고민이 많다.
영국이 안고 있는 문제들은 상당수가 요즘 한국에도 적용된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를 돌아보며 영국과 함께 고민을 공유할 수 있다.
안나푸르나. 472쪽. 1만9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