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삼성 광주유치”, 삼성 “검토한 바 없다”
더민주는 텃밭인 호남에서의 고전을 만회하기 위한 긴급 처방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가 6일 '삼성 미래차 산업 광주 유치'를 내걸면서 국민의당에 밀리는 판세를 만회할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에도 광주와 호남의 여론과 민심은 좋지 않아 보인다. 더민주는 현 총선 정국서 호남 현역의원들로 무장한 국민의당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더민주의 공약에 대해 즉각 "검토한 바 없다"고 일축하면서 논란과 파장이 일고 있다.
김종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광주경제 살리기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어렵고 힘들 때 광주시민들에게 도움만 요청했다. 정작 광주경제가 어려울 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사과한 뒤 광주 지역 공약인 '삼성 미래차 산업 광주 유치'를 중앙당 차원에서 총력 지원하겠다고 했다. 김 대표의 정부·여당을 겨냥한 경제심판론, 경제살리기 공약을 '호남 맞춤형'으로 만들어 '호남민심 잡기'에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그런데 이 공약은 김종인 대표와 더민주가 이미 표방한 ‘여당 경제민주화 심판론’과 모순되는 점이 있고 삼성이 검토한 바도 없음이 밝혀져 급한 김에 내질은 무책임한 공약 아니냐는 지적에 할 말이 없어 보인다.
해당 공약을 주도적으로 제안한 양향자 광주 서구을 후보를 중심으로 송갑석, 이용빈, 이용섭, 이병훈, 이형석, 정준호, 최진 후보 등 8명의 더민주 광주지역 후보들은 이날 오후 광주시당서 관련 회견도 했다. 양 후보의 경우, 삼성전자 상무 출신으로 30년간 삼성에서 근무했었다. 김 대표를 비롯한 당에서는 이번 공약이 호남민심을 반전시키는 데 일정 정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지만 실상은 삼성이 검토한 바도 없고 일개 정치권의 야당이 민간기업을 이래라 저래라 하는 식이라 현대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5공식 독재적 발상”이라고 맹비난 했다.
한편, 김종인 대표는 회견 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광주선거가 녹록지 않다는 판단 때문에 회견을 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광주선거가 녹록지 않다는 건 이미 오래 전부터 예상했던 것이고, 광주 경제의 미래가 굉장히 암담하다는 게 현지인 얘기"라며 즉답을 피했다. 양 후보는 "입당할 때 '광주가 어렵다'는 얘길 했었지 않았나. 그때부터 이같은 공약을 생각했다"며 "이 공약에 대해 지역민들의 반응도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홍걸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은 "국민의당에서 '더민주를 심판하자'고 하는 게 먹히는 분위기이지만 막판에 가면 국민의당이 전국정당이 될 수 있는 당인지 따져보고 '전략적 투표'를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당 관계자는 국민의당을 정면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공약은 광주 전역은 물론 전남 등 호남 전체 경제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며 "기존 국회의원들이 이러한 대안을 하나도 내놓지 못하고, 국민의당에 몰려가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다만 실체가 있는 사업인지 여부가 아직 확실치 않고, 삼성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브랜드인 경제민주화에 반하는 게 아니냐는 모순의 문제에 대한 지적이 거세다. 당 관계자는 "해당 공약은 오래 준비돼 왔다"며 "또 경제민주화는 대기업을 규제하자는 게 아니다. 동맥경화증에 걸려있는 경제 혈관을 잘 흐르게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더민주가 발표한 '광주 삼성전자 사업장 유치' 공약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각 정당의 공약사항에 대해 개별 기업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전장사업은 이제 사업성 여부를 모색하는 단계로 구체적 추진방안과 투자계획은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광주지역 뿐만 아니라 국민여론도 “선거때 급해서 내지른 빌공(空)자 공약 아니냐? 정치 그렇게 무책임하게 해서 되느냐?”는 지적이 거세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