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알리러 투자은행 박차고 거리로 나온 英 동포

posted Oct 2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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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다큐 찍으러 온 영국동포 이주은 씨
한식 다큐 찍으러 온 영국동포 이주은 씨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한식의 전통과 현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한국에 온 영국 동포 이주은 씨. 이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지난 6월 한식을 기반으로 한 노점 '코리토'를 열었다. 2013.10.20 << 재외동포부 기사 참조 >> mihye@yna.co.kr

 

한식 다큐 제작 위해 방한한 이주은 씨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대형 투자은행에 입사한 영국 동포가 5년 만에 사표를 던졌다.

 

이유는 "한식을 알리기 위해서". 불고기, 불닭 등 여러 한식에 멕시코 음식 부리토를 결합한 '코리토'를 들고 거리로 나왔다.

 

'코리토' 론칭과 함께 구상한 또 다른 프로젝트인 한식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한국을 찾은 주인공 이주은(여·29) 씨는 18일 서울 삼성동에서 기자와 만나 "내 고향 한국의 음식을 알리고 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세 살 때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이민 간 그는 어릴 때부터 한국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고 한다.

 

등교 첫날 지구본을 들고 한국을 소개했고 사복을 입는 날에는 한복을 입고 갔다. 도시락은 늘 한식으로 싸고 아침에 시리얼을 먹기 전에 김치 한 입만 먹으면 안 되느냐고 떼를 쓸 정도였다.

 

요리도, 사업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으면서도 덜컥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계획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한식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바탕이 됐다.

 

"회사를 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사람이 아닌 내 고향을 위해서 일하고 싶어졌죠. 회사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만류도 심했고 제 자신도 위험을 감수하는 성격이 아니었지만 한국을 알리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처음 구상한 지 2년쯤 지난 올 6월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런던의 혹스톤 스트리트 마켓에서 노점 형태로 코리토를 처음 선보였다.

 

토르티야에 쌀밥이나 김치볶음밥을 깔고 그 위에 불고기, 제육볶음, 불닭 가운데 하나를 얹어 초고추장과 비슷한 코리토 소스와 여러 채소를 곁들여 내놓는 것이 주메뉴다.

 

지금은 사우스뱅크의 리얼 푸드마켓으로 자리를 옮겨 팔고 있는데 벌써 단골이 많이 생겼다.

 

"어머니에게 배운 전통 한식 레시피를 기반으로 해서 서양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모던하게 풀어봤어요. 불닭이 너무 맵지 않을까 걱정해 처음에는 약하게 했는데 더 매운맛을 찾으시더라고요. 한식의 매운맛은 처음엔 못 느끼는데 좀 있다 뒤에서 쫓아오는 맛이라고들 해요."

 

코리토를 성공적으로 오픈한 이후에는 한식 알리기의 두 번째 프로젝트인 다큐멘터리 제작에 들어갔다.

 

한식의 전통과 현대를 보여주는 내용으로 이를 위해 지난 7일 서울로 날아와 광장시장, 김치·고추장 만드는 곳, 여러 맛집 등을 돌았다.

 

"촬영하면서 본 100년 넘은 씨간장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한식의 역사와 전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라 정말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음식이 그냥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보물이고 가족, 인생, 고향 등 모든 것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줬습니다."

 

아직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이 다큐멘터리는 런던 촬영과 편집을 거쳐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완성될 예정이다. 더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보고 전파할 수 있도록 인터넷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코리토 오픈도, 다큐멘터리 제작도 궁극적으로 한식과 한국 문화를 알린다는 더 큰 목표를 위한 과정이라고 이씨는 말한다.

 

영국에서는 아직 인도, 일본, 태국, 베트남 등 다른 아시아 요리에 비해 한식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처음 맛본 사람이 두 번 세 번 다시 찾는 것을 보면 전망은 아주 밝다는 것이다.

 

"이곳 사람들이 한식을 처음 먹으면 마치 얼굴을 한 대 맞은 것처럼 강한 맛이라고들 해요. 오래 씹으면 여러 겹의 깊은 맛이 나오고요. 창의적이고 건강하기까지 하죠. 더 많은 사람이 한식의 깊은 맛을 알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mihy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20 07:2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