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안보, 공격당하다
시진핑, “대북제재는 엄격집행, 사드는 반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1일(현지시간) 박근혜 대통령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한국 배치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박 대통령은 워싱턴 옴니쇼어햄 호텔에서 연쇄 정상회담 마지막 일정으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 한·중 양자관계 전반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북한 문제에 대해선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의 완전한 이행 등에는 의견을 같이했지만 사드 문제에 대해선 확연한 입장 차이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사드 배치 문제는 오로지 북한 위협에 대한 국익과 안보를 고려한 것이라는 우리 입장을 전달했으나 시 주석은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앞으로 양국 간 이 문제에 대해서 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이 한국에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배치하는 데 단호히 반대한다”며 “다른 국가의 안전 이익과 지역의 전략적 균형에 영향을 줘선 안 된다”고 밝혔다.
북한, GPS교란 공격 계속 감행, 남한 선박 280여척 GPS가 오작동,-항공기 213대, 대형 선박 93척, 통신 기지국 286곳에 교란
한편,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및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대북 제재를 강하게 압박한 1일 북한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공격을 이틀째 감행했다. 군 당국은 이날 “북한이 전날 오후 7시 30분부터 GPS 전파 교란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황해남도 해주시·연안군(서부), 강원도 평강군(중부), 강원도 금강산(동부) 등 4곳에서 GPS 교란 전파를 쏘고 있다. 군사분계선(MDL) 서쪽 끝에서 동쪽 끝에 이르기까지 전 지역에 걸쳐 공격을 감행하는 것. 북한이 보유한 휴대용·차량용 등 10종류가 넘는 GPS 교란 장비의 전파는 100km가 넘는 곳까지 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창조과학부 집계 결과 1일 오후 8시 현재 항공기 213대, 대형 선박 93척, 통신 기지국 286곳에 교란 신호가 유입됐다.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저녁부터 1일 오전까지 동해 속초와 강릉, 서해 연평도 등 인근 해역에서 어선과 여객선, 어업지도선 등 280여 척의 GPS가 오작동했다. 1일 새벽 속초와 강릉 주문진에서 출항한 어선 332척 가운데 71척은 GPS 이상으로 조기 귀항했다. 주문진의 통발어선 선장 윤광천 씨(65)는 “갑자기 GPS 화면이 먹통이 됐다”며 “통발 위치를 찾을 수가 없어 귀항했다”고 말했다.
함정, 헬기 등 군의 무기 및 장비 운용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군 당국은 “GPS 전파 교란 대응반을 편성해 대응하고 있다”면서 “GPS 교란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대북 메시지를 판문점 지역에서 육성으로 북측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한 뒤 북측에 즉각 전파 교란 행위를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이날 낮 12시 45분경에는 함경남도 선덕에서 KN-06으로 추정되는 지대공 미사일 한 발을 발사했다. 우리 군 전투기를 가정한 공중 표적 격추 훈련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대공 미사일 발사는 올 들어 처음이다. KN-06의 최대 사거리는 60∼100km, 최대 요격 고도는 수십 km다. 북한은 이번 도발을 포함해 올해만 6번(2월 7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제외)에 걸쳐 발사체 17발을 쏘는 도발을 감행했다. 군 관계자는 “핵안보정상회의에 반발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언제 어디서, 어떤 종류라도 발사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려고 신형 방사포, 스커드, 노동미사일 등을 모두 동원해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GPS교란전파 차단기술 아직 없는 것이 문제
위성항법장치(GPS)는 미국 국방부에서 개발한 시스템으로 2만 200㎞ 떨어진 인공위성에서 보내오는 신호를 받아 위치를 파악하는 데 쓰인다. 지도 제작, 항법, 통신(위치정보, 시간동기화) 등 군용과 민간용으로 나뉜다. GPS의 기준신호(-130㏈m)는 극히 미약해 전파 교란에 취약하다. GPS의 주파수 대역에 인위적인 교란 전파가 유입되면 GPS 신호는 무용지물이 되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기술적으로 교란 전파를 차단할 방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통신 기지국의 경우 특수 재질로 만들어진 차폐시설로 전파를 막아 안테나를 보호하고 있는 정도다. 이번 북한의 도발로 264대의 기지국에 전파 교란 신호가 유입됐으나 통화 중단 등의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일 오후 3시 기준 항공기 150대, 선박 67대에 북한의 GPS 교란 전파가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0~2012년 세 차례 북한의 GPS 전파교란 발생 이후 범정부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대응 매뉴얼을 마련했다. 현재 미래부, 국방부 등이 서해안과 동해안 접경지역에 전파감시시스템을 구축해 24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감시시스템을 통해 교란 전파가 탐지되면 미래부가 위험 정도에 따라 유관기관에 즉시 알리게 돼 있다. 유관기관으로는 국방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정부기관과 이동통신사, 방송사, 항공사 등 39개 기관이 포함된다.
미래부가 주관이 돼 매년 네 차례 유관기관들과 함께 대응훈련을 벌이며 가장 최근 훈련은 지난달 17~18일 키리졸브 훈련과 연계해 진행됐다. 정부는 북한의 전파교란이 이틀 연속으로 소멸과 재출현을 반복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을 통해 북한 측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는 소극적 대응밖에 못하고 있다. 전성배 미래부 전파정책국장은 “북한과의 접경 지역이 산악 지형이라 북한이 GPS 교란 전파 강도를 지금보다 올려도 영향을 받는 우리 쪽 지역이 넓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지만 변명성 언급일 뿐이었다.
박 대통령 "사이버위협 대응지침 마련에 중점두고 IAEA 지원하라“지만
이런 가운데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대한민국은 사이버 위협 대응 지침 마련에 중점을 두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업무오찬에 참석해 "IAEA의 핵안보 지침과 같이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핵안보 규범을 발전시키는 노력도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정상 차원으로 마지막이 될 이번 회의는 그간의 성과를 토대로 항구적인 국제 핵안보 체제를 구축하는 중요한 디딤돌이 돼야 할 것"이라며 ▲국제기구 역할의 확대 및 강화 ▲핵안보 관련 법과 규범 체계의 강화 ▲핵안보 참가국들의 협력 네트워크 강화 등 3가지 활동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올해 12월 열릴 예정인 IAEA 핵안보 국제회의 각료급 회의 의장국으로서 IAEA가 핵안보 분야의 중심적 역할을 이행하도록 회원국의 의지를 결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개정 핵물질방호협약(CPPNM)의 발효가 임박했다고 언급한데 대해 "개정협약 발효는 가장 시급한 과제였는데 큰 진전을 거둬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며 "개정 협약 발효 이후에는 핵안보 의무 이행을 검토하는 국제적 체제 확립을 위해 5년 주기로 정례적 평가회의를 개최할 것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핵안보 협력 네트워크 구축과 관련, "협력 네트워크는 국제기구 주도의 핵안보 체제를 보완하면서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단결을 통해 진가를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그동안 다져온 국제 핵안보 체제를 다음 세대의 항구적 유산으로 남겨줘야 한다"며 "이번 회의가 이를 위한 역사적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핵안보정상회의 본회의에서 핵안보 규범 강화를 위한 우리나라의 노력 등을 밝힐 계획이었으나 다른 정상들의 발언이 길어지면서 제대로 설명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대신 박 대통령은 업무오찬 발언을 통해 핵안보 정상회의 종료 이후 국제 핵안보 체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방향을 제시했지만 현재 북의 GPS교란 공격에는 속수무책이다.
시민들 반응
시민들은 다소 불안한 심경을 들어냈다. 시민들의 발언들을 종합하면 “대통령과 정부의 핵안보정상회의 외교적 노력도 매우 중요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심각한 안보위협이 아니라 공격을 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저 자기들 표만 달라는 정치권은 아예 보기도 싫고 포기했다. 정부도 문제다. 전쟁이 일어나기 바라는 국민은 없지만 정부도 늘 북이 공격하면 언제든 원점타격 한다고 몇 번을 다짐했던가? 안보위협 정도가 아니라 북의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 아닌가? 지금 북의 GPS교란 공격에 정부 발언은 모두 속수무책이고 빈말이 되어 버렸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원점타격 해야 한다. 전쟁이 발발하면 총들고 나가 싸우겠다. 언제까지 늘 저 치졸 극악무도한 북의 양아치들에게 시달려야 하나? 지겹다 지겨워 본때를 보이고 확, 쓸어 버리자”는 이도 있었다. 한 대북 전문가는 “심대한 안보위기가 아니라 심각한 초기 전투상황이다. GPS교란은 이미 공격으로 봐야 한다. 국방부와 군, 정부의 태도가 너무 안이하다. 외교전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외교력만으로 해결되는 상황이 아니다.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 한 대 얻어맞고도 머저리같이 당하고만 있는 꼴이다” 라고 지적했다. 또 어떤 전문가는 “이런 때일수록 더 냉정해야 한다. 잘못하면 북의 의도에 휘말릴 수도 있다. 하지만 시진핑의 언급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고 오히려 더 강하게 우리의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 사드는 반드시 배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