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채원 "나는 선구안보다는 인복이 좋은 배우"

posted Oct 2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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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 '굿 닥터' 여주인공 열연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어디에서 그런 강단과 용기가 나왔을까. 드라마 에서 털털한 매력을 원없이 뽐낸 그였지만 실제로 마주하니 역시나 여성스러움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또렷하게 자신의 생각을 펼치기 시작하자 역할 속에서의 당차고 똑똑했던 그의 모습이 이내 떠오른다.

 

최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굿 닥터'에서 차윤서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문채원을 18일 서울 강남의 카페에서 만났다.

'굿 닥터'는 대학병원 소아외과를 배경으로 주인공 박시온(주원), 차윤서(문채원), 김도한(주상욱) 등 전문의들의 활약을 담은 의학 드라마. 문채원은 용감하고 사랑이 많은 의사 윤서를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윤서에게 현실적인 사람 냄새가 나길 바랐어요. 소탈함, 털털함이 큰 매력이잖아요. 그런데 또 오래 지켜보니 뽀뽀하고 싶은 사람이 바로 윤서이길 바랐어요. 말하자면 '귀엽다'보다는 '구여운'거죠. 저희 집에서 쓰는 말인데 그냥 사랑스럽고 귀엽기보다 무언가 털털하게 귀여운 느낌이요.(웃음)"

 

드라마는 지난 8일 19.2%(닐슨코리아·전국 기준)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따뜻한 인간애와 성장담을 섬세하면서도 안정감있게 그려내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의사라는 직업을 인간적인 측면에서 잘 파고든 것 같아요. 제목도 '좋은 의사' 잖아요. 마지막에 '어떤 것이 좋은 의사일까 고민하는 모든 의사가 좋은 의사다'라는 대사가 나오죠.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취지를 잘 지킨 것 같아요."

 

극중에서 문채원은 자폐 성향의 일종인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청년 시온을 때로는 채찍질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랑을 주기도 한다. 파트너 주원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주원 씨는 항상 성실하고 진지하게 연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시온 캐릭터가 누구나 '멋있다'면서 하고싶어 할 캐릭터는 아니잖아요. 도전이 필요한데 굉장히 과감하게 선택하고 드라마의 중심을 잘 잡아줘서 고마운 마음이에요."

 

그는 "주원 씨와 금방 친해졌다. 한살 차이라서 친구나 마찬가지"라며 "내가 애정의 채찍찔을 계속 쏟아부으니까 빨리 많이 친해진 것 같다(웃음)"고 했다.

 

드라마에서 문채원은 인상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다. 노래방 '막춤' 장면이나 '테이블데스'(수술중사망) 환자를 겪는 장면은 시청자 사이에서 한동안 화제가 됐다.

 

"(노래방에서) 실제로 그렇게 놀진 않아요.(웃음) 재밌고 편하게 보시길 바랐죠. 저에게 그 장면은 굉장히 중요했어요. 바로 '구여운' 포인트를 넣고 싶은 부분이어서 고민도 많이 하고 에너지도 많이 쏟았죠. 물론 직업이 의사인 만큼 매끄럽지 않게 느끼실까봐 걱정도 했어요."

 

그는 "드라마를 보면 여자는 직업이 있어도 직업인으로서 모습이 잘 안 그려진다.

 

보통은 연애를 한다(웃음)"며 "연기에서 감정적인 접근을 많이 하는데 '테이블데스' 장면에서는 '정말 내가 의사라면'이라고 많이 생각했다. 촬영이 끝나고 나니 손발이 저릿저릿할 정도였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출연작을 살펴보면 '찬란한 유산', '바람의 화원', '공주의 남자' 등 높은 시청률을 거둔 작품 다수가 눈에 띈다. 그래서 '흥행보증수표'라는 수식어도 붙는다. 선구안이 좋다고 칭찬하자 고개를 저었다.

 

"저는 잘할 수 있거나, 잘 될 것 같은 작품을 고른 적이 없어요. 그보다 항상 하고 싶은 것을 택했어요.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부족한 면을 고치고 싶어서였어요. 좋아서 하면 더 많이 쏟아부을 수 있잖아요."

 

그는 "다만 어떤 구성원과 했느냐에 따라서 작품의 질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인복에 감사함을 느낀다"며 "그동안 연기에 성실하게 임하는 분들과 함께 일하면서 배울 수 있어서 참 좋았다"고 겸손함도 보였다.

 

극중에서 '굿 닥터'로 성장해 나갔던 그는 현실에서 '굿 액터'가 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라 생각할까. 형식적인 대답을 할 수도 있을 텐데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물론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인정받고 싶죠. 그런데 목표만 생각하면 지금 나는 좋은 배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불만족하고 실망하게 되죠. 최근 몇 년은 그랬어요. 그런데 '굿 닥터'를 통해 지나치지 않았나 반문했어요. 시온과 윤서 모두 성장하잖아요. 아직 제가 좋은 배우는 아니지만, 어떤 태도를 지녔느냐가 중요하지 당장 자신을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제법 다양한 역을 맡았지만 아직 못해본 장르가 많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지는 않을까. 갑자기 높아진 목소리에서 새로운 장르에 대한 욕심과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열망이 느껴졌다.

 

"제일 좋아하는 영화 장르가 순수 멜로와 스릴러예요. 제 입장에서는 여자 배우들 시장이 더 넓어지면 좋겠어요. 여자 역할이 과거보다 많이 늘었지만 아직은 남자 역할이 훨씬 많으니 아쉬울 때가 많아요."

 

인터뷰 내내 그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그저 행복을 주는 존재가 아닌 연기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단다.

 

"(성원이) 너무 고맙죠. 저희 팬들께서 한여름에 삼계탕을 쏘셨어요. 스태프들께서 너무 잘 드셨죠. '팬심'으로 제가 기분이 좋고 인기를 느끼고 단순히 그런게 아니라 연기적으로도 든든하게 지원해주는 큰 힘이 돼요. 삼계탕이 얼마나 비싼데요. 그릇마다 닭이 한 마리씩 있어서 많이 놀랐어요.(웃음) 항상 감사합니다."

hapyry@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18 23:5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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